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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아이 없는 젊은 남성이 정관수술 받기가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

정관수술의 기본 전제는 ‘임신 기능 회복 불가능’이다.

저자 조나단 발로그
저자 조나단 발로그 ⓒCOURTESY OF JONATHAN BALOG

성인이 되자마자 정관수술을 받고 싶었는데 ‘어리다‘, ‘미혼이다‘,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나는 비혼이자 아이가 없는 남성으로 18살이 되자마자 정관수술을 받고 싶었다. 솔직히 12살 때부터 이미 마음을 먹었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아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단지 내가 절대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 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건 맞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가 됐을 때 내가 타협해야 할 생활 방식은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섹스 라이프에는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실수로라도 아이가 생기지 않게 ‘그 부분’을 아예 잘라버리고 싶었다. 

먼저 정관수술은 남성을 위한 영구적인 불임 수술이다. 정자를 운반하는 음낭 안의 작은 관을 잘라 밀봉해 정자가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수술이다. 정관수술 후에도 일상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단, 사정을 해도 ‘빈’ 액체만 발사할 뿐이다. 

여성의 생식권을 둘러싼 투쟁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다. 대체 왜 여성은 남성보다 ‘난관 결찰’(자궁관을 묶는 여성용 불임 수술)을 받는 게 더 어려워야 하는가? 나는 성별을 떠나 원하면 누구나 쉽게 임신 가능성을 없애는 수술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성들이 자발적인 불임을 선택할 때 겪는 역경은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인터넷에는 의사들이 종교적 이유로 반대하거나 환자가 너무 어리거나, 아이가 없거나, 미혼이거나, 배우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여성의 자발적  불임 수술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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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Peter Dazeley via Getty Images

 

한 26세 여성은 의사가 본인의 남편이 현역 군인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황당한데, 남편이 혹시 사망할 경우, 다른 사람과 재혼해 추후 아이를 원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의사들의 이런 오만과 거만한 태도에 정말 화난다. 반면 남자는 쉽게 정관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에 의하면 싱글이고, 아이가 없고 비교적 젊은 남성도 정관수술을 받기 매우 까다롭다. 나는 마침내 정관수술을 받기까지 몇 년이나 걸렸고 다른 나라에 가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절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심을 실현하기 위해 18살인 나는 의사와 상담 약속을 바로 잡았다. 당시 미국 메릴랜드주 시골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미리 정관수술을 받고 싶은 이유를 매우 자세하게 준비했다. 그럼에도 의사는 이야기를 듣더니 ”당신에게 정관수술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 내가 너무 어려서 남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만약 내 나이가 더 많고, 이미 아이가 있고, 결혼을 했다면 정관수술을 해줬을 거라고 말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그 의사와 나는 같은 성당을 다녔기 때문에, 아마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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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Stocktrek Images via Getty Images

많은 남성이 여성에게만 피임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절대 잘못됐다

18살에 정관수술에 실패하고 2년 후 다시 도전했다. 동부 해안가의 비뇨기과 전문의와 약속을 했다. 이번에는 전화상으로 미리 정관수술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심지어 예약 담당자에게 의사가 20세 미혼에게 기꺼이 정관수술을 해줄지 물어봤다. 병원을 가기 위해 1시간 반이나 걸렸는데 의사는 전화상과는 전혀 딴 말을 했다. ”잘못된 정보를 들으셨군요. 20세는 정관수술을 받기에 너무 어린 나이입니다. 당신에게 정관수술을 해 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원하는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로마에 자리 잡은 후 다시 정관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미 30살에 가까웠는데도 의사와 간호사는 ”대체 왜? 당신처럼 젊은 사람이 그런 수술을 받으려고 하죠?”라고 물었다. 또 로마에서 정관수술은 국민 건강 보험 적용이 안됐다. 

또 한 번 실패한 나는 우연히 아일랜드 출신 친구들과 ‘여성의 출산 선택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일랜드가 여성의 권리에 앞장선다는 말을 듣고 왠지 나 같은 남성도 정관수술을 받기 좋은 나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피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데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남성의 피임 방법은 콘돔 외에는 딱히 없다. 여성에게 피임약을 복용하도록 강요하거나 피임기구를 설치하라고 하는 데 정말 불공평하다. 그런 호르몬 조절약은 많은 여성의 신체 및 정신 부작용을 동반한다. 메스꺼움, 편두통, 체중 증가 등 심한 부작용이 흔하다. 또 인위적인 호르몬 조절로 우울증 또는 성욕 감퇴를 일으킬 수 있다. 여성용 불임수술은 남성용 불임수술 보다 훨씬 더 비싸고 받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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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Kinga Krzeminska via Getty Images

 

정관수술은 좀 더 쉬운 수술 방식이고, 여성을 위한 불임수술보다 부작용이 적고, 비용도 적고, 위험도가 낮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이 여성에게만 피임을 전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사실 외에도, 이런 잘못된 피임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다. 

 

정관수술을 받은 후에도 자꾸 ”후회 안 해?”라고 묻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

아일랜드에 도착해 정관수술을 해 줄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 미리 이메일을 보냈다. ‘난 32살이고,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를 가진 적도 없다. 이런 상황에 정관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확답을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중 한 의사가 아무 문제 없다며 수술을 해주겠다고 동의했다. 약 450 유로 달러(한화 약 60만 원)에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이 소식이 친구들에게도 전해졌다. 

그들은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해?”, ”후회할 거다”, ”만약 이상형의 여자를 만난다면?”, ”아이가 없으면 인생의 의미가 없지 않아?”등의 말을 했다. 한 남성은 내 결심을 흔들려고 정말 끈질기게 굴었다. 그는 ”당신과 닮은 아이를 원하지 않아?”라고 물었고, 나는 ”그건 정말 악몽일 거야”라고 답했다. 

수술 날짜 아침 11시까지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만약 정말 이상형의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는 꼭 아이를 원한다. 당신의 선택은?”, ”그럼 그 여자와는 그 순간 끝이다.”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의사는 정관수술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 ”임신 가능성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기본 전제는 ‘회복 불가능’이다. 수술 후 4년 이후에는 되돌리고 싶어도 거의 못한다. 또 정관수술을 재수술하는 비용은 훨씬 더 비싸다. 100% 확신이 없다는 하지 않는 게 맞다.” 의사의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누구보다 확신했다.

수술 후 회복까지 약 한 시간이 소요됐다. 며칠 동안, 약간의 불편함과 통증을 경험했지만 곧 예전처럼 활발히 움직일 수 있었다. 수술받은 이후로 계속 행복했다. 건강한 섹스 라이프를 즐겼다. 원하지 않는 임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게 너무 기쁘다. 참, 여전히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도 사용한다. 

정관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언제가는 당신 생각도 바뀔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꼭 한 명은 주위에 있다. 수술만 받으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믿었다. 좀 귀찮지만 ”절대 내 생각을 바꿀 일 없다”라고 답하는 수밖에.

 

 

 

 

 

 

*저자 조나단 발로그는 로마에 거주하며 작가, 교육자, 투어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코로나19로 잠시 쉬고 있다. 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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