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저지하겠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첫 주자로 나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안건과 관계 없는 발언들을 연달아 내뱉었다.

이 의원은 10일 오후 3시15분부터 11시59분까지 8시간44분 동안 국정원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밝히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함께 비판했다.

그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 기능은 북한의 대남공작 활동을 억제하고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만일 국정원법 개정안이 처리된다면 대한민국 대북 안보가 현격히 약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극한으로 치닫는 여야간 대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여당의 입법 독주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오직 진영의 이익만을 위해서 ‘불통’으로 일관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시간 발언을 이어가던 이 의원은 국정원법 등과 전혀 관련이 없는 발언들을 꺼내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도시 구석구석 야간에도 아녀자들이 밤거리를 걸을 수 있는, 우수한 치안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문 대통령이 잘생기고 감성적이어서 지지했던 여성들이 요즘은 등을 돌린다”고 했다.

이 의원이 꼽은 ‘문 대통령 얼굴 보고 지지했던 여성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이었다.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의 사망도 이 의원의 필리버스터 소재였다. 그는 ”(고인이) 분명 누군가 말 못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옵티머스자산운용 비리 사건에) 가담하고 동조한 사람이 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파를 떠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개혁 이슈에 대해서는”대한민국 검찰은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아래 붕괴되고 있다. 국민께서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검찰을 응원해주시기 바란다”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토사구팽당한 사람 같이 보인다. 사냥이 다 끝났나 보다. 결국 가마솥에 들어갈 운명이 된 것”이라고도 했다.

라효진 에디터 hyojin.ra@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