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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망언한 하버드대 램자이어 교수 논문에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도 비판에 나섰다

필리핀 피해자들과 미국 한인 단체들도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매춘부’라는 주장을 펴 비판을 받고 있는 마크 램자이어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매춘부’라는 주장을 펴 비판을 받고 있는 마크 램자이어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한겨레/ 하버드대 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교수 논문에 대해 일본의 학계와 시민사회도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또 한국, 중국에 이어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들도 자신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다음달 14일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단체는 보도자료를 내어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라는 등의 주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지속적으로 해 온 주장”이라며 램자이어 교수도 이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위안부’ 문제 전문가들이 모여 램자이어 교수 논문이 학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피기 위해 세미나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세미나에는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가 나와 램자이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요시미 교수는 1992년 ‘위안부’ 제도를 만드는 데 군과 정부가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를 처음 찾아낸 인물이다. 이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를 발표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요시아키 교수뿐 아니라, 역사학자이면서 최근 램자이어 교수 논문에 대해 반박문을 낸 차타니 사야카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발제에 나선다.

아시아 다른 나라의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필리핀의 피해자 단체인 ‘라일라 필리피나’는 25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위안부’를 유급 성 노동자로 묘사한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에 담긴 주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램자이어 교수가) 대부분 한국 피해자들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그 논문은 가장 끔찍한 형태의 군사 폭력을 겪었던 필리핀 내 일본의 전쟁 범죄 피해자들도 함께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학계의 램자이어 논문 철회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에이미 스탠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 5명의 일본사 연구자는 26일(현지시각)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이 실릴 예정인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2차 공개 편지를 보내 논문이 철회되지 않는 이유를 따져물었다. 이 학술지를 발간하는 네덜란드의 출판사 엘스비어는 ‘우려 표명’의 글과 반박 주장을 덧붙이는 선에서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을 3월호에 그대로 싣는다는 방침이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등 한인 단체들은 24일 하버드대 총장과 하버드대 법대 학장에게 서한을 보내 램자이어 교수의 징계를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위안부’를 매춘부로 묘사한 것은 그 동안의 학문적 성과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위험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거짓말을 해롭게 전파한 램자이어 교수를 신속히 징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겨레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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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 #위안부 피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