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은메달리스트인 강초현 선수의 인기가 폭발적입니다. 예쁘기도 하고….”
“양궁 2관왕의 주인공입니다. ‘얼짱 궁사’ 기보배 선수 모셨습니다.”
“연재가 그렇다. 이제는 사랑받는 국민 여동생이 됐다.”
“하늘 높이 치솟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녀 배구 군단!”
지난 12일 방영된 한국방송 다큐멘터리 <다큐인사이트: 다큐멘터리 국가대표>(이하 <국가대표>)의 한 장면이다. <국가대표> 제작진은 자사의 아카이브를 뒤져, 방송이 여자 운동선수들을 다룰 때 실력보다 외모를 먼저 부각시키곤 했던 과거를 끄집어 올렸다. 여자 선수가 실력보다 외모나 성별로 먼저 평가되었던 오랜 차별의 역사에, 자신들 또한 공범으로 일조했다는 고백이자 반성일 것이다. 기록 영상이 나간 직후, ‘배구의 신’ 김연경 선수는 화면을 향해 헛헛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맨날 ‘미녀’를 항상 붙입니다. ‘미녀군단’을 항상 붙여요. ‘미남군단’이라고는 안 하잖아요. 그렇죠? 저는 그런 게 별로였던 게 뭐냐면, 여자 스포츠 선수들은 외모적인 부분들이 항상 먼저 나오는 거 같아요. 실력을 먼저 얘기를 해야 하는데….”
‘선수’보다 ‘성별’ 보는 시선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번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여자 선수들의 비율은 49%다. 여자가 단 한명도 참여하지 못했던 제1회 근대올림픽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오는 데 125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도자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수는 남자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국가대표>는 2020년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체육 지도자 성별을 인용한다. 남자 2만2213명, 여자 4386명. “여자 핸드볼이 메달을 더 많이 땄는데, 여자 지도자는 없나요?”라는 질문에 핸드볼 국가대표 김온아 선수는 이렇게 답한다. “아무래도 남자가 훨씬 더 많고요. 지금 핸드볼 실업팀에서는 남자 선생님들이 대부분이고, 여성 지도자의 길이 좁고요. 어릴 때는 솔직히 생각을 못 했었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왜 메달리스트 언니들이 지도를 안 할까? 자리가 없는 걸까?’ 하고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