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 다른 제품들인데요, 문자 그대로 이제 막 개발된 겁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이건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최고의 기기와 최고의 장비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과장된 수치와 잘못된 주장들로 가득했던)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말했다. 연단 양쪽에 가지런히 놓인 여러 종류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장비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다른 나라들이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 회사가 만든 장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이건 5분에서 15분이면 결과가 나오는, ‘애벗 래버러토리스’의 검사 장비인데요.” 그가 질의응답에서 말했다. ”이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거예요.”
트럼프가 언급한 장비는 미국의 의료기기 업체 애벗 래버러토리스가 개발한 ‘ID 나우’다. 채취한 검체를 분자 진단 방식으로 분석해 신속하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검체 분석 장비의 작동 방법은 뉴욕타임스가 만든 그래픽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14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공개 발표문을 통해 이 장비의 오류 가능성 언급하며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그동안 백악관은 이 장비를 활용해 일반 직원과 고위 당국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해왔다.
FDA는 이 장비가 양성인 사람을 음성으로 잘못 판별하는 경우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른바 ‘가짜 음성’이다. 감염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전날 뉴욕대 연구팀은 건조한 이 기기가 양성의 48% 이상을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른 업체인 서페이드가 만든 검사 장비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100명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더니 48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
연구진은 검체가 묻은 면봉을 운반 용기의 화학용액에 담근 채로 보관할 경우 오류 비율이 3분의 1에 달했고, 면봉을 용액에 담그지 않고 건조한 상태로 보관했을 때는 오류 비율이 48%로 나타났다.
지난달에 실시된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연구에서는 약 15%의 비율로 ‘가짜 음성’ 결과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양성 판정을 받은 100명의 환자가 있다면, 그 중 약 15%는 (이 기기로 검사했을 때) 음성이라는 잘못된 결과가 나온다는 거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코로나19 검체 분석을 총괄하며 이 연구를 주도한 게리 프로콥 박사가 당시 NPR에 했던 말이다.
프로콥 박사는 최소 95% 이상의 정확도가 나와야 검사 장비의 신뢰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FDA는 3월 말에 이 장비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회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까지 1만8000대가 미국에 보급되어 있다.
FDA는 ‘가짜 음성’이 나오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으며, 회사 측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체 취급 방법이나 분석 과정에서의 실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잘못된 분석 결과가 나오는 패턴이 있는지 조사해보겠다는 것.
특히 FDA는 검체 채취에 쓰이는 면봉의 종류나 검체 운반 용기의 종류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지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나온 연구 결과들에 대해서는 실험 표본이 적거나 실험 설계상 오류가 있거나 제조사의 장비 사용 방법을 따르지 않았을 가능성 등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FDA는 또 ”몇 분 안에 많은 양성 사례를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는” 이 기기를 여전히 검체 분석에 활용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음성 결과는 승인된 (다른) 고도로 민감한 분자 검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FDA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