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8월 31일 11시 45분 KST

미국 FDA가 '임상시험 완료 전 코로나19 백신 조기 출시'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조기 출시를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ASSOCIATED PRESS
(자료사진) 스티븐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코로나19 혈장치료 긴급사용승인 발표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 국장은 이 자리에서 언급한 수치와 표현이 과장됐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후 공식 사과했다. 2020년 8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의 출시를 서둘러 11월 대선에 활용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규제당국인 식품의약국(FDA) 수장이 백신 조기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다.

스티븐 한 FDA 국장은 30일(현지시각) 발행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3상 임상시험이 완료되기 전에 백신을 승인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가 또는 승인을 신청하는 건 백신 개발자들에 달린 문제이고 우리는 그 신청을 심의하는 것이다.” 한 국장이 말했다. ”그들이 3상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 신청을 하면 우리가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는 ”우리(FDA)의 긴급사용승인은 완전 승인과는 다르다”며 ”(긴급사용승인의) 법적, 의학적, 과학적 기준은 공중보건 비상사태에서 (임상시험이 덜 끝난 백신의) 이득이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판단될 때)”라고 덧붙였다.

FDA의 규정에 따르면, 최소 3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안전성과 유효성(효과)가 검증되어야만 백신 승인 조건이 된다. 한 국장은 3상 임상시험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특정 집단으로 대상을 한정해 긴급사용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긴급사용승인 여부는 ”과학, 의학, 데이터”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건 정치적 결정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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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재선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검증이 덜 끝난 코로나19 백신의 출시를 서두를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최근 FT는 트럼프 정부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선에 ‘활용’하기 위해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백신 출시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FT는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에 관한 한 국장의 결정은 ”미국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결정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FDA 내의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고의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11월 대선 이후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음모론을 제기한 지 며칠 뒤, FDA는 코로나19 혈장치료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이 소식은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전격 발표됐다. 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발표”라며 이를 공개한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해 혈장치료의 효과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용된 수치와 표현이 과장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00명 중 35명′ 꼴로 효과가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100명 중 5명’이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한 국장은 공개 사과를 해야만 했다.

컬럼비아대의 감염병 전문가 안젤라 라스무센 박사는 트위터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과학에 근거한 것이 아닌 정치적 의도로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내릴 경우 ”백신과 승인 절차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