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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나치 상징 들어간 트럼프 선거 광고를 삭제 조치했다

나치가 수용소의 정치범들을 구분하기 위해 붙였던 빨간색 역삼각형이 트럼프 캠프의 온라인 광고에 사용됐다.

  • 허완
  • 입력 2020.06.19 15:27
  • 수정 2020.06.19 15: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간담회 도중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2020년 6월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간담회 도중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2020년 6월18일. ⓒASSOCIATED PRESS

워싱턴 (AP) - 페이스북이 과거 나치가 수용소에서 정치범과 공산주의자 등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했던 빨간색 역삼각형이 등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재선 선거캠프 광고를 플랫폼에서 삭제했다.

페이스북은 18일(현지시각) 입장문에서 이 광고들이 ”조직적 증오를 금지하는 우리 정책”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날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페이스북 임원은 증오 이념의 상징은 ”맥락이나 비판과 함께 들어가지 않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중 어떤 것도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이를 플랫폼에서 허용하지 않고 삭제한다. 이번 광고의 경우가 그에 해당했고, 어디서든 그 상징이 사용되면 우리는 똑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다.” 페이스북 시큐리티 정책을 책임지는 나다니엘 글리셔가 말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트럼프와 펜스를 합쳐서 1만7000달러 넘는 금액을 광고비로 지출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팀 머터우는 입장문을 내고 빨간색 역삼각형은 안티파(antifa, 안티-파시스트를 표방하는 과격단체)의 상징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안티파에 대한 광고에 포함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상징이 (반유대주의와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유대계 비영리단체) ADL가 모아놓은 증오 표식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또 이 상징을 이모티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광고가 나오고 나서야 언론들이 은연중에 안티파를 증오단체라고 인정한 게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안티파는 조직적인 실체가 있다기보다는 신념에 따라 뭉친 전투적 좌파들의 모임을 지칭하는 용어다. 트럼프는 최근 일부 시위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의 배후로 안티파를 지목해왔지만, 당국이 관련 증거를 찾은 바는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빨간색 역삼각형이 안티파의 상징으로 흔히 쓰여왔다는 트럼프 캠프 측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러트거즈대학 역사학 교수이자 ‘안티파 : 안티-파시스트 핸드북’의 저자인 마크 브레이는 유럽의 안티파 단체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의미를 전복하려는 차원에서 초창기에 빨간색 삼각형을 상징으로 쓴 적이 있긴 하지만 더 이상은 쓰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안티파 단체들은 한 번도 이를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티-파시스트 단체들은 보통 깃발이나 화살표들을 상징으로 사용한다.

ADL은 이 삼각형이 증오 표식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건 이것이 역사적인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극단주의자들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상징들만 목록에 포함시켜왔다는 것이다.

″(이 표식이 사용됐던) 역사나 그 의미를 인지했든 못했든 트럼프 선거캠프 측이 반대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이 상징을, 나치 정권이 수용소의 정치범들을 분류하려고 썼던 것과 사실상 똑같은 상징을 사용한 건 극도로 불쾌하고 깊이 우려스러운 일이다.” ADL의 조너선 그린브랫이 입장문에서 밝혔다.

이번 광고 삭제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우편 투표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나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조장한 트럼프의 이전 포스트를 삭제 조치하거나 주의 표시를 붙이지 않은 것 때문에 여전히 비판을 받고 있다.

18일 의회 증언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페이스북 임원들이 어떤 도덕적 책무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캐물었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대해, 그리고 삭제 조치나 주의 표시를 하거나 허위 또는 선동적인 포스트를 방치하기로 하도록 하는 결정들에 대해 입장을 물은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이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도록 조작된 영상을 페이스북은 왜 삭제 조치하지 않았냐는 얘기다.

″그런 콘텐츠를 우리가 내린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글리셔가 말했다. ”인터넷의 다른 곳에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삭제한다고 해도) 그걸 찾으려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재선 선거캠프가 페이스북에 올린 광고.
트럼프 재선 선거캠프가 페이스북에 올린 광고. ⓒFacebook

 

이날 의원들의 질의는 2020년 대선에 관한 허위정보 유포에 집중됐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4년 전 대선 때 목격됐던 것과 같은 해외 세력의 조직적인 여론조작 행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4년 전에는 러시아 트롤팜들이 논쟁적인 사회적 이슈를 활용해 미국 온라인 여론을 분열시키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사라졌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그와 같은 여론 조작 시도가 진화했음을 보여준다는 게 이 회사 임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외국 정부와 연계된 언론사들을 언급하며 이 매체들이 미국의 사회적 이슈에 직접적으로, 공개적으로 관여하면서 여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글로벌 공공정책과 전략, 개발을 책임지는 닉 피클스는 ”플랫폼 (여론)조작 변화에서 국영 자산(언론매체)를 활용한 공공연한 개입이라는 변화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외국 정부들의 미국 여론개입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가짜 계정을 퇴출시키기 위한 대책을 강화했다고 말한다. 일례로 트위터는 플랫폼 여론조작이 의심되는 계정 9700만개를 삭제했다고 밝혔고, 페이스북은 1월부터 3월까지 17억개의 계정을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허위정보 유포를 막는 게 큰 과제다. 우편 투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허위 정보나 투표 결과에 대한 의문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투표 방법이나 선거 일정 변화 등 우편투표에 관한 정보를 미국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우편투표’ 알림을 이용자들에게 보내 투표 방법을 안내하는 식이다. 별도 신청사유가 없더라도 우편투표가 허용되거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도 우편투표 신청 사유로 인정하는 주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이 그 대상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그와 같은 (여론조작의) 위협들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들 중 하나다.” 글리셔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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