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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2일 19시 36분 KST

성남판교 행복주택 입주민들이 월세보다 비싼 관리비에 반발하고 있다

판교 행복주택에 입주한 30대는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한겨레 자료 사진 / 뉴스1
서울의 한 행복주택 조감도(좌), 한남더힐(우) 

지난해 10월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인 ‘성남판교 경기행복주택’(판교 행복주택)에 입주한 ㄱ(32)씨는 11월과 12월 두 차례 나온 관리비를 보고 뒤통수를 맞았다고 했다. 두 차례 나온 관리비는 20여만원, 월세 8만3천원의 2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제가 쓴 전기요금이 3600원인데 공용전기료가 1만2천원이 나왔어요. 전기요금 많이 나올까봐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으로만 샀는데 공용전기료는 생각도 못했어요.” 실제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보면, 판교 행복주택의 11월 관리비(26㎡) 19만5100원 가운데 공용관리비는 14만2671원, 개별사용료는 5만2429원에 그친다.

300세대 가운데 대다수가 만39세 이하 청년들인 판교 행복주택 입주민들은 인근 행복주택 및 고가아파트의 공용관리비를 조사해 이곳이 한남더힐 같은 최고급 아파트 공용관리비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판교 행복주택의 ㎡당 공용관리비는 5429원(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한남더힐 3509원보다 훨씬 더 비싸다. “우리끼리는 우스개로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나오는 헤라팰리스보다 관리비가 비쌀거다 그래요. 상위 1%가 산다는 한남더힐보다 공공임대 관리비가 더 나오는 게 말이 되나요.”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관리비가 입주민들에게 ‘폭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Sundry Photography via Getty Images

민간분양아파트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을 공급해 품질을 높인 공공임대주택의 관리비가 턱없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입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전가되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12일 판교 행복주택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경기주택도시공사(경도공)의 설명을 종합하면, 판교 행복주택은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 시설이 대폭 강화된 공공임대주택이다. 경도공 자료를 보면, 판교 행복주택에는 공동주방시설인 오픈키친이 9곳이나 있다. 그밖에 공동작업실 6곳, 탕비실처럼 주방시설을 갖춘 사랑채 5곳, 안쓰는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계절창고 6곳, 헬스장 3곳 등을 포함해 세미나실, 오픈 도서관, 공용세탁실도 있다. 경도공 관계자는 “청년들이 집에서 잠만 자고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내에 커뮤니티 시설을 많이 넣어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로 판교 행복주택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실제 판교 행복주택 입주자에게 공급된 공급면적(주거전용면적+공용면적)에서 입주민 개인이 사용하는 주거전용면적이 차지하는 비율, 즉 전용률은 54%에 불과하다. 민간분양아파트의 전용률이 70%대인 점을 고려하면 공용면적 비율이 크게 높은 셈이다. 판교 행복주택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에도 근무해봤지만 이곳은 공용공간이 상당히 많고, 당장 전기용량이 법적 기준을 초과해 법정 인력을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등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코로나가 아니면 공용공간을 운영해서 나오는 잡수익으로 관리비가 일부 차감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니 부담이 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임대 중에서도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되는 행복주택은 일반 공공임대주택에 견줘 관리비 부담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는데, 그 이유가 공용면적 비중이 높은 데 있다. 실제 판교 행복주택과 같은 시기에 입주자를 모집한 광교원천 행복주택과 동탄호수공원 행복주택의 경우도 전용률이 60%대로 판교 행복주택보다는 공용면적 비중이 낮지만 민간분양아파트보다는 높다.

 

관리비 부담 예측 못한 경도공

문제는 공용으로 공급되는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하는 관리비를 고스란히 입주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임대 입주민에게 보조하는 주거급여는 임대료에 대해서만 이뤄지며, 관리비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입주민이 부담한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공공임대 입주한 청년들을 설문조사한 적이 있는데, 커뮤니티 시설과 같은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욕구보다 주거비 부담을 낮춰달라는 게 무조건 1순위로 나왔다”며 “커뮤니티 시설이나 주거환경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입주민들의 부담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시설 운영에 대한 공공 재원 투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주거안정연구센터장은 “그동안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데만 집중하고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결여되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공공임대에서 제공되는 주거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도공 관계자는 “커뮤니티 시설을 넣는 게 강조되던 시기라 관리비 부담을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관리비에 대한 별도 예산 지원은 다른 임대주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어렵겠지만 입주민들과 소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