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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앓던 딸에 '귀신 씌였다'며 가학적 주술행위 한 무속인과 아버지에게 내려진 판결

딸은 얼굴과 가슴, 팔 등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탈수와 흡입화상으로 숨졌다.

귀신이 몸에 붙었다며 ‘주술의식’을 가장하고 20대 여성에게 가혹행위를 해 숨지게 한 무속인에 실형이 선고됐다. 주술의식을 의뢰하고 가혹행위를 방치한 여성의 아버지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한판 김동혁)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무속인 A씨(44)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의 아버지 B씨(65)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A씨는 지난해 6월 15일부터 나흘 동안 전북 익산시 모현동의 아파트와 충남 서천군의 한 유원지에서 ‘귀신을 쫓는다’는 명분으로 C씨(27)에게 주술의식을 하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전주지법 군산지원. ⓒ뉴스1

사건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우연히 퇴마의식을 하는 무속인 A씨를 알게 됐고, 자신의 딸 C씨를 위한 주술의식을 부탁했다. C씨는 오랜 기간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

A씨는 ”몸에 뱀 귀신이 붙었다”라며 C씨의 손발을 묶고 옷가지 등을 태운 연기를 마시게 했고, 몸에 불을 붙여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A씨는 C씨의 온 몸에 부적에 글씨를 쓸 때 사용되는 물질인 ‘경면주사’를 발랐고, C씨를 굶겼다. 얼굴과 가슴, 팔 등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며칠 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C씨는 결국 탈수와 흡입화상 등으로 숨졌다. 아버지 B씨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이후 C씨가 사망하자 B씨는 119에 신고했다. 시신에 붉은색 물질이 묻어 있는 걸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으며, 주술의식으로 인해 C씨가 숨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치료행위라고 볼 수 없는 속칭 ‘퇴마의식’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의 범행은 죄질이 좋지 않다”라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들이 엄벌을 요구하는 점, 범행을 주도했음에도 피해자 부모에게 일부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B씨에 대해서는 ”죄질이 좋지 않지만, 자녀에게 악의나 적대감으로 해를 가하기보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라며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전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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