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6월 24일 16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6월 27일 10시 53분 KST

유럽 도시들에서 관광객이 사라졌다. 주민들은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유럽 도시들은 오랫동안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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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유럽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주민들은 코로나19로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도시의 새로운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20년 4월5일.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 중세시대의 자갈길 옆 운하의 물이 우아한(그리고 거의 텅 빈) 다리 밑에서 일렁였다. 어디에서도 마리화나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관광객들이 밤낮으로 술집과 사창가, 커피숍과 기념품 판매점을 가득 메웠던 1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봉쇄 조치는 도시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호텔 객실 5만5000여개가 텅 비었고, 유명한 박물관들과 즐비한 기념품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암스테르담을 찾은 관광객들이 2015년 한 해 동안 쓴 돈은 70억달러(약 8조4500억원)에 달하며, 도시 전체의 일자리 중 12%는 관광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암스테르담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다른 측면도 있다. 주민들은 도시의 고요함을 다시 즐기고 있다. 6월 중으로 암스테르담이 조심스럽게 경제 활동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일부 주민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영구적이고도 완전한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암스테르담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아왔고, 고유의 특색을 잃고 테마파크처럼 변질되고 있다(디즈니피케이션, Disneyfication)는 비판을 받았으며, 관광객들을 받기 위해 에어비앤비에 뛰어드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탓에 주택난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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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지난해에 암스테르담을 찾은 관광객은 900만명에 달한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지속가능한 관광업을 구축할 모멘텀이 될지도 모른다.” 암스테르담의 마케팅 업체 ‘암스테르담&파트너스’ 헤이르터 위도 CEO의 말이다. ”우리는 관광업이 그저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아니라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환경친화적인 모빌리티와 소비의 확산, 장기적인 경제적 투자에 기여했으면 한다. 우리는 도시의 활력을 해치지 않는 그런 지속가능한 관광업을 원한다.”

그는 관광이 재개되기를 바란다면서도 ”꼭 맞는” 관광객들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무 곳에서나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고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도시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코로나19는) 관광객이 지역 경제에 얼마나 소중한지 분명하게 보여줬다”면서도 ”우리는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에게 관광업은 생명줄과도 같다. 유럽연합(EU) GDP의 11%와 일자리의 12%가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저렴한 항공권 요금,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플랫폼의 발달 등에 따라 관광객수가 급증하자 그에 따르는 문제도 늘어났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거리를 뒤덮었고,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주민들은 시내 바깥으로 밀려났다. 베네치아와 프라하, 바르셀로나 등지에서는 분노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관광객 유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U는 코로나19로 관광업계의 매출이 최대 70%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보다 나은 관광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이 위기는 변화를 위한 일생일대의 기회다.” 체코 프라하시의 관광국 대변인 바르보라 흐루바가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는 2000년 260만명이었던 관광객이 2018년 800만명까지 늘어났다. 비교적 작다고 할 수 있는 도시는 관광객들로 넘쳐났고, 도시의 자원에 큰 부담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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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은 암스테르담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이기도 하다.

 

암스테르담과 마찬가지로 프라하도 도심에서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반사회적인 관광객들의 행위를 퇴출시키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의 관광객수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 브라하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 그 피해로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흐루바 대변인이 말했다. ”우리는 프라하의 명성을 바꿔보려고 한다. 지금 일부 국가에서는 프라하가 저렴한 파티 여행지로 알려져있는데, 앞으로는 (프라하의) 문화와 유산에 주로 관심이 있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바르셀로나 역시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무분별한 관광이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광업을 재편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부시장 하네트 산스는 코로나19 이후 관광업의 변화에 따라 현재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업소로 등록되어 있는 아파트의 3분의 1 가량이 3년 내로 일반 임대시장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파트 주인(단기 임대업자)들이 지금 원하는 건 안정성인데, 전통적인 임대를 통해 바로 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도시의 주택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스 부시장의 말이다. ”도시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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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유럽 곳곳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논의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도 일부 관광객들의 반사회적인 행위를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늦은 밤 유흥가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우고 남의 집 문 앞이나 운하에 토사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바로 그 대상이다.

‘NBTC 홀란드마케팅’의 요스 프랑컨은 사람들이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이유를 없애버림으로써 ”특정 목적의 방문객들과 그들의 행위들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다수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홍등가에 대한 변화도 포함될 수 있다. 그는 시 당국이 마리화나 카페 운영 제한을 비롯해 사진만 찍고 가버리는 관광객들로부터 성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창가의 ‘유리창 호객’ 금지 등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성노동자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그마나 이곳이 일하기에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성노동자들을 음지로 몰아내려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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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20년 5월21일.

 

이번 기회에 도시의 구조를 바꾸려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펨커 할세마 암스테르담 시장은 (네덜란드 정부 규정에 따라) 5피트(약 1.5미터)의 거리두기를 하고자 한다면 인구 80만명에 불과한 도시가 900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900만명은 지난해 이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의 숫자다. 그는 도시 교통 체계를 크게 손질해 카페나 식당들의 외부 좌석 설치 면적을 크게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6월15일부터 외국 관광객들을 다시 받겠다는 중앙정부의 방침에 공개적인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인원을 조절하는 방안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프랑컨은 ”현재의 (코로나19) 대응수칙들에 따르자면 공공장소에서 우리의 행동은 바뀌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디즈니 테마파크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관광객 관리와 인원 조절 같은 조치들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건강상 우려로 붐비는 지역들을 방문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다만 다시 몰려들지 모를 관광객들에 대비한 다양한 구상들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도 CEO는 관광명소들의 허용 방문객수를 조절 및 통제하도록 하는 일종의 비자 발급 시스템을 디지털 카드의 형태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대에 미리 방문 예약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세부 내용은 아직 모호하고, EU의 프라이버시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오버투어리즘이 초래한 또 하나의 도시 문제는 주택 공급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업소로 전환되는 아파트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정작 주민들은 집을 구하기 어렵게 됐고, 주택 가격이 올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지난해 암스테르담은 다른 유럽 도시들과 공동으로 EU에 단기 관광객 숙박업을 규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익성이 더 높은 관광객 임대업에 주택이 사용되면, 이 주택들은 기존 주택거래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암스테르담시가 당시 밝힌 입장이다. ”가격은 더 올라가고, 우리 도시에서 일하면서 살아가는 시민들을 위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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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암스테르담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 단기임대를 규제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로 전환되는 주택이 늘어나면서 주택공급난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관련 규제들이 속속 도입됐다. 암스테르담시는 모든 단기 임대업자들에게 허가를 받도록 했다. 7월부터는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세 개 구에서 관광객 대상 주택 임대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시 정부에서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라우런스 이번스는 이같은 조치가 향후에는 다른 지역들로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래로 네덜란드에서는 장기 임대주택 공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했다. 부동산중개협회 측은 에어비앤비로 사용되는 주택의 수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간 관광객 증가로 신음하는 지역들이 있었다.” 이번스의 말이다. ”암스테르담의 주택 15채 중 1채 꼴로 에어비앤비에 올라왔고, 도시 중심가 주민의 80%는 휴가철 관광객 숙박 임대업소들로 인한 소음 피해를 지속적으로 겪었다. 이에 따라 주거 환경이 가장 심각하게 훼손된 지역들에 대해 7월1일부터 휴가철 숙박 임대가 금지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도시가 경험한 평화와 고요는 주민들이 도시를 다시 되찾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관광객 감소는 큰 경제적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암스테르담은 관광객들에게 부과한 세금으로 1억3360만유로(약 1824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몇몇 전문가들은 올해에는 이 중 1억2500만유로의 세금 수입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만큼 도시 예산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되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된 이후 관광객 규모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장기간 시행될 경우 이 수입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관광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들은 우려가 크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아우데제이츠 포르뷔르흐발 거리의 유일한 기념품 상점에서는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기가 어렵다. ”지금 우선 다시 문을 열긴 했는데 관광객이 없다.” 이 가게에서 일하는 사비 리하이씨가 이미 청소한 바닥을 또 청소하면서 말했다. ”내일은 (어떨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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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주민들은 관광객 없는 고요한 도시의 모습을 새삼 발견하고 있다.

 

할세마 시장은 관광객 의존에서 벗어나고, 관광객 일색이었던 도시의 이 지역들을 주민들이 다시 찾도록 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대안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에 초점을 맞춘 획일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특색을 갖춘 지역 상점과 업체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시 정부는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의 도심 지역은 과거의 도심 지역과 다르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향수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다.” 할세마 시장의 말이다.

관광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싱크탱크 ‘암스테드람 인 프로그레스’의 스테펀 호더스는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휴가철 숙박 임대업 금지 같은 과감한 조치가 중단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전면적인 발상의 전환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코로나19로) 이미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들이 실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의 말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모두가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 얘기만 하게 될 거다. 호텔들, 항공사들, 여행사들 얘기 말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카포스카리대학 ‘사회변화국제연구소’의 사울 바시 소장은 코로나19로 재앙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관광업계가 전환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각 도시들이 ”여행객, 여행객, 더 많은 여행객”이라는 기존의 모델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그런 모델에 대한) 제고와 재발명이라는 소중한 기회의 창으로 이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암스테르담의 호더스씨는 최근 홍등가 구역에서 이른 아침 산책을 하다가 고요함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지금 천천히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있지만, 거리의 원래 모습과 사람이 없는 모습은 정말이지 놀랍다.” 그가 말했다. ”물론 경제적으로 도시가 이 수준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일이지만, 놀라운 경험이긴 하다. 놀라운 기회이자 웨이크-업 콜이다.”

 

 

* 허프포스트US의 European Cities See Life Without Crowds Of Tourists — And Want To Keep It That Wa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