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0월 11일 16시 56분 KST

교훈을 얻지 못한 유럽 :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준비되지 않은'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19 피로증'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ASSOCIATED PRESS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명소 '트레비 분수'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년 10월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실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로마 (AP) - 독감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코로나19 2차 유행이 유럽을 강타했다. 중환자 병상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고, 술집 영업은 중단됐다. 당국자들은 널리 퍼져있는 ‘코로나 피로증’이 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동유럽 국가들에서 신규 확진자 최다 기록이 세워지고, 앞서 큰 타격을 받았던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 봄 대대적인 봉쇄조치를 취했음에도 유럽이 기대했던 것만큼 코로나19 증가세를 꺾어내지 못했다는 엄연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을 두고 지역 정부와 중앙 정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페인은 지난주 마드리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독일은 새로 등장한 ‘핫스팟’ 지역에 역학조사 지원 군 병력을 투입했다. 이탈리아는 실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으며, 유럽 내 최대 진원이 됐던 지난 봄 이래 처음으로 이탈리아 의료체계가 병상 고갈로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체코에서는 지난 6월 프라하 주민 수천명이 카를교 위에 마련된 500미터짜리 식탁에서 승리를 기념하는 만찬을 즐겼던 ‘코로나 고별 파티’가 열렸는데, 이는 매우 안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체코는 10만명 당 398명이 감염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인구대비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얀 하마체 체코 내무장관은 ”분명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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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한 술집에서 사람들이 밤을 즐기고 있다. 2020년 10월5일. 프랑스 정부는 파리 지역의 코로나19 경보를 최대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축제와 모임이 금지됐고, 술집의 영업이 중단됐다. 

 

감염병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유행이 잠잠했던 여름 동안 정부가 예견된 가을철 재유행을 충분히 대비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진단검사와 집중치료실 의료 인력은 여전히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주 로마의 경우, 사람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8~10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우크라이나 키에프에서부터 프랑스 파리에 이르기까지, 의료진들은 밀려드는 환자들과 인력난 속에서 또 다시 초과 근무에 내몰렸다.

″위험 경보가 완화됐을 때가 바로 대비책에 (자원을) 투자할 시점이었지만 그런 일은 이뤄지지 않았다.” 스페인 최고 연구기관 CSIC 소속 ‘세베로 오초아 분자생물학센터’의 저명한 바이러스 면역학 전문가인 마르가리타 델 발 박사가 지적했다.

제한 조치가 다시 도입된 몇몇 도시들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는 식당 매장 운영과 극당, 댄스 클럽 등의 영업이 또 다시 금지된 것에 항의하는 서비스직 노동자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다.

″우리는 6개월 동안이나 문을 닫았다.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확진자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유명 식당 ‘그리비타 펍앤그릴’ 오너 모아긴 마리우스 치프리안씨가 말했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바보도 아니다. 내가 볼 때 코로나19 팬데믹에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유럽 국가들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가운데 존스홉킨스대의 최근 7일 평균 통계에 따르면, 벨기에와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는 연일 인구대비 확진건수를 기준으로 미국보다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지난 금요일(9일) 인구 7000만명인 프랑스의 신규 확진자는 2만300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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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트라팔가광장에서 열린 마스크 반대 시위 '우리는 동의하지 않았다'에 모인 사람들. 이들은 정부와 보건당국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부풀리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영업중단 조치 등을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20년 9월26일.

 

전문가들은 유럽의 감염률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로 늘어난 검사건수를 꼽고 있다.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던 1차 유행 때와는 달리 지금은 무증상 감염자들을 훨씬 많이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추세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독감 시즌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고, 학교 수업은 재개됐으며, 날씨가 더 추워지면 바이러스 확산 위험성이 높은 실내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시간 동안 신규 확진건수가 9만8000건에 달했다. (유럽) 지역 차원에서는 새로운 기록이다. 매우 우려스럽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의 롭 버틀러가 말했다. 그는 진단검사가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면서도 ”바이러스 부활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파리 뜨농병원의 감염병 전문가 질 피아루 박사는 BFM 방송에 ”우리는 1차 유행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앞질러가는 게 아니라 뒤따라가고 있다.” 

다만 좋은 소식도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세베로오초아병원 응급센터의 부소장 루이스 이스키에르도 박사는 최소한 지금은 어떤 치료제들이 효과가 있는지 의사들이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찍었던 3월과 4월 당시, 피해가 컸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의사들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 리토나비르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약물들을 환자에게 투여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이제 우리는 그런 약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효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스키에르도 박사가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승리를 거둔 사례도 있는 거다. 지금은 (코로나19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게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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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트라팔가광장에서 열린 마스크 반대 시위 '우리는 동의하지 않았다'에 모인 사람들. 2020년 9월26일.

 

그러나 의학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건 싸움의 절반에 불과하다.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마스크 반대 시위와 바이러스 부정론자가 급증하는 현실, ‘거리를 유지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 포옹을 하지 말라’는 지침에 질려버린 시민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의학적 조언에 치중했던 WHO는 최근 유럽에 ‘코로나 피로증’이 널리 퍼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유럽인들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을 수 있도록 심리적 조언을 내놓고 있다.

″피로증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위기나 비상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WHO의 버틀러가 말했다.

WHO는 각국 정부가 봉쇄조치나 영업중단 같은 제한 조치를 결정할 때 사회적, 심리적, 감정적 요인들을 보다 중요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새로운 지침을 내놨다. 봉쇄조치로 인한 정신건강의 피해가 코로나19 그 자체로 인한 피해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버틀러는 ”자료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하고, 잘 지켜질 수 있고, 시민들이 수용할 만한 게 무엇이고 어떠한 제한 조치를 우리가 시행할 수 있을지 파악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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