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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국뽕'으로 포장하려던 영국을 비판했다

영국과 유럽연합은 곧 완전히 이별하게 된다.

  • 허완
  • 입력 2020.12.03 11:29
(자료사진)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이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런던, 영국. 2020년 11월30일.
(자료사진)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이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런던, 영국. 2020년 11월30일. ⓒASSOCIATED PRESS

유럽연합(EU)이 화이자(Pfizer)의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긴급승인한 영국을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영국 보건당국이 ”브렉시트 덕분에” 백신을 빠르게 승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영국의 성공 스토리’로 묘사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의약청(EMA)은 2일(현지시각)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입장문을 내고 EU의 백신 승인 절차야말로 ”모든 EU 시민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규제 메커니즘”이라고 밝혔다.

EMA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라도 철저한 검증을 우선시한 유럽의 기준이 영국이 택한 백신 긴급승인보다 더 적절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EMA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조건부 사용승인 여부를 이번달 말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 영국. 2020년 12월2일. 영국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승인을 내린 최초의 국가가 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 영국. 2020년 12월2일. 영국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승인을 내린 최초의 국가가 됐다.  ⓒASSOCIATED PRESS

 

앞서 이날 오전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이 ”다소 더 늦게 움직이고 있는 유럽 국가들”보다 빠르게 화이자의 백신을 긴급승인할 수 있었던 건 ”브렉시트 덕분”이라고 주장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알록 샤르마 영국 기업부 장관은 백신 긴급승인을 ‘영국의 성공 스토리’로 포장하기도 했다.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는 영국이 이 질병(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돌격을 주도한 날로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그가 트위터에 적었다.

그러나 이같은 ‘국뽕’ 섞인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EU 규정에 따르면, EU 차원에서 백신에 대한 정식 승인은 EMA가 담당하지만 회원국들은 개별적으로 긴급승인 절차를 통해 자국에서 백신의 임시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브렉시트와 백신 긴급승인은 무관하다는 얘기다.

영국은 지난 1월 EU를 공식 탈퇴(브렉시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행기간을 거쳐 연말에 EU를 완전히 탈퇴하기 전까지는 EU 기존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영국 보리스 존슨 정부는 미흡한 코로나19 대응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다.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다. 사진은 잉글랜드 지역에서 시행됐던 두 번째 봉쇄조치가 부분적으로 해제된 첫 날, 런던 중심가의 풍경. 2020년 12월2일.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다. 사진은 잉글랜드 지역에서 시행됐던 두 번째 봉쇄조치가 부분적으로 해제된 첫 날, 런던 중심가의 풍경. 2020년 12월2일. ⓒASSOCIATED PRESS

 

영국주재 독일대사 안드레아스 미카엘리스는 ”이 중요한 진전이 위대한 국제적 노력과 성공의 결과라는 걸 인정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반박했다. ”나는 이게 한 국가의 (성공) 스토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 기업 바이오엔테크가 (화이자 백신 개발에) 큰 기여를 했지만, 이건 유럽과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성공 스토리인) 것이다.”

독일 여당인 기독민주당 소속인 페터 리세 유럽의회의원은 영국의 긴급승인은 ”문제적”이라고 본다며 ”몇 주에 걸친 EMA의 철저한 검토가 (영국의) 성급한 백신 승인보다 낫다”고 말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  ⓒFEDERICO GAMBARINI via Getty Images

 

독일 보건장관 옌스 슈판은 독일 역시도 영국처럼 긴급승인 여부를 검토했지만 백신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백신 사용승인을 하는) 최초의 국가가 되는 게 아니라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통해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슈판 장관이 말했다. ”백신에 관해서는 신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그는 독일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EU 회원국들이 동시에 백신을 보급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원한다면 그런 긴급승인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독일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이 있다. 우리는 (회원국들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유럽 차원의 공통된 접근을 택했다.”

슈판 장관은 EU 회원국 보건장관들과 회의를 마친 뒤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언급이 나온 모양인데, 바이오엔테크는 유럽연합의 자금 지원을 받은 유럽 차원의 진전이다. 유럽연합에서 나온 제품이 영국에서 그렇게 신속하게 승인될 정도로 좋았다는 것이다. 이 위기에서 유럽 차원의 협력과 국제적 협력이 최선이라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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