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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16일 14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16일 14시 51분 KST

리비아: 인신매매, 비밀 감옥, 해상 이동 차단 … 난민들이 부딪치는 갖가지 위험

huffpost

2018년 5월

2017년 9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 리비아 현장 책임자로 활동해 온 크리스토퍼 비토(Christophe Biteau)가 바니 왈리드 지역, 쿰스 · 미스라타 구금센터 등지에서 이주민·난민을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바탕으로 현재 리비아 상황에 대해 들려주었다.

Q. 2017년 말부터 유럽, 아프리카, 리비아 정부 관리들은 리비아에 있는 이주민 · 난민의 어려움 해소에 관한 많은 발표들을 내놓았는데요. 그간 성과가 있었나요?

국제이주기구(IOM)가 내놓은 1차 조치는 리비아에서 온 사람들의 소위 ‘자발적’ 본국 송환을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상황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요. 이주민 중에는 ‘공식’ 구금센터에 있는 사람도 있고, 비밀 감옥에 붙잡혀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1월 기준으로 공식 센터에 구금된 사람은 약 1만7000명이었습니다. 몇 달 전부터 “긴급 대피”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송환하기 시작했고, 2017년 11월 이후로 약 1만5000명이 송환되었죠. 리비아에 갇혀 있는 이들 중 간절히 집에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었죠.

그렇지만 송환의 자발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사실 아무렇게나 구금되어 속수무책이 된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그들 중 취약 계층 약 1000여 명을 대피시켰다고 합니다. 대부분 니제르로 송환되어 망명 허가를 내줄 나라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 리비아에서 UNHCR에 등록된 5만여 명 중 대다수는 시리아 출신이고 리비아에서 얼마간 지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리비아를 거쳐 가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납치 · 감금, 심지어 살해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 될지 추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들을 지켜보는 여러 단체들에 따르면 리비아에 있는 이주민 · 난민 · 망명 신청자가 7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Christophe Biteau/MSF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쿰스 구금센터에 있는 여성과 아동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여성 및 아동 50명이 이곳에 있었고, 남성들은 다른 건물에 있었다.

Q. 현장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눈에 띄는 변화라면 공식 구금센터에 잡혀 있는 사람 수가 4000명~5000명으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6개월 전보다는 구금센터 생활이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 할 수 있죠. 특히 과밀한 환경이 초래하는 문제들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할 문제가 많고, 리비아에 있는 극소수 국제 단체들은 거의 트리폴리에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전혀 모릅니다. 리비아의 여러 구금센터에서 의료 등을 지원하는 우리 팀들은 구금되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데요. 그들은 지금도 도움을 기다리고 있고, 앞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구금센터 벽에 보이는 낙서들은 사람들의 불확실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식 구금센터 밖에 머물고 있는 이주민 ·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일은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리비아를 떠나려고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는 사람들은 다시 리비아로 돌려보내집니다. 유럽 국가들이 이를 조장하고 있죠. 그렇게 다시 리비아로 온 사람들은 갖가지 폭력에 노출되고 맙니다.

Christophe Biteau/MSF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이 바니 왈리드 출신의 환자를 2차 의료 시설로 이송하고 있는 모습. 이 환자는 양쪽 다리에 골절을 입고 몇 주간 치료를 받아 왔다.

Q. 한 젊은 남녀가 유럽에 들어가려고 지중해를 건너다가 리비아 해양경비대에 붙잡혔다고 해 보죠. 이런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해상에서 리비아 해양경비대에게 붙잡힌 사람들은 리비아 해안으로 돌아와 구금센터로 가게 됩니다. UNHCR, IOM 팀들은 상륙 지점 12군데를 지정해 그곳에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살펴봅니다. 그러고 나면 생존자들은 원칙적으로는 구금 센터로 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때, 특수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구금하면 건강이 더 악화될 수도 있는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는 없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해상에서 붙잡혀 구금센터로 들어오는 어린 아동들을 봅니다. 또 하나, 공식 구금센터와 비밀 구금 네트워크 사이의 경계가 늘 뚜렷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거죠. 바다에서 리비아로 돌아온 사람 중 일부는 금세 또 다른 인신매매업자 손에 붙잡혀 엄청난 고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있어 본국 송환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유럽으로 떠나 새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범죄 네트워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이 해체하겠다고 나서는 이런 네트워크들은 뾰족한 대안이 없는 취약한 사람들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망명 허가를 받는 사람의 90%를 차지하는 에리트레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위험하고 고된 여정에 올라야 합니까? 도망치려는 사람들을 리비아로 돌려보내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더 심한 고통을 초래할 뿐입니다.

Christophe Biteau/MSF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이 바니 왈리드 출신의 환자를 2차 의료 시설로 이송하고 있는 모습. 이 환자는 정강이에 개방 골절을 입었다.

Q. 인신매매가 얼마나 많이 벌어지나요? 리비아에서 납치 · 고문이 자행된다는 말들도 있던데요. 지금도 그런가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밀 감옥에 갇혀 있는지 말씀 드리기는 어렵지만 이주민 · 난민을 납치하고 고문해서 몸값을 받는 경우는 빈번할 뿐 아니라 계속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리비아 은행의 현금 부족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 경제를 이런 수입이 메꾸고 있는 거죠. 비밀 감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금전적 · 신체적 ·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설령 회복한다 하더라도 많은 시간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비밀 감옥에 접근할 수 없는 국경없는의사회는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한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한 예로, 우리는 현지 NGO 단체와 협력해 바니 왈리드 이주민 쉼터에서 1차 의료를 제공하는데요. 다리가 부러진 사람, 화상 입은 사람, 심한 구타로 등에 부상을 입은 사람 등 다양한 환자를 만납니다. 우리와 협력하는 리비아 관계자들도 우리와 같은 충격을 받을 정도니까요. 리비아에 도착해 바니 왈리드를 거쳐 이 악몽을 견디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는 작년과 비슷한 수의 피해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만났던 한 분은 “저는 이 지옥 속에서 2개월 3주 1일하고도 12시간을 견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건강 상태가 나빠 입원해야 할 분들도 있는데, 공립 병원들은 감염성 질환을 우려해 환자 검사를 먼저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다 보니 입원이 지연될 때도 많습니다. 한편, 우리는 매달 현지 NGO 단체에 시신 약 50구를 전달합니다. 그러면 그 단체에서 최대한 예를 갖춰 숨진 이주민 · 난민을 묻어 줍니다. 지난해 이후로 730여 구의 시신을 매장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곳 지역을 거쳐 가며 각종 잔학 행위와 위험을 견디다 숨진 사람들이 그뿐이라고 결론 지을 순 없습니다.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