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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배우 엄지원은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 오현진에 진심이었다

이 드라마는 엄마가 되어도 일에 대한 열정과 욕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 이소윤
  • 입력 2020.11.30 17:14
  • 수정 2020.11.30 17:17
배우 엄지원
배우 엄지원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초반에는 내내 다리를 벌리고 누워서는 관장과 제모 등 온갖 ‘굴욕’을 당하더니, 이후부터는 툭하면 한쪽 가슴을 드러내고 아기와 모유 수유 전쟁을 벌인다.

“아랫도리가 완전히 망가져버려” 앉기도 어정쩡한 자세에, 출산보다 더 아프다는 젖몸살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까지. 지난 24일 끝난 8부작 드라마 <산후조리원>(티브이엔)은 극중 ‘오현진’을 통해 출산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다룬다. 보고 나면, 눈앞에 있는 엄마를 살포시 끌어안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오현진을 연기한 배우 엄지원을 안아주고 싶어진다. 아무리 연기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는 극의 사실감을 살리려고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는다. “산모 같아 보이려고 4㎏을 찌웠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오현진에 진심이었다. “동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한 여자의 성장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기쁘고,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줘서 감사합니다.”

특히 “가장 우려했던 임신, 출산을 경험한 시청자들이 공감해줘서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사실 아이가 없어서 출산 장면은 진짜 힘들었거든요. 지금까지 했던 연기는 보는 사람이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현진 같은 경우는 많은 분이 경험했던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었어요. 보는 이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대본의 ‘현진이 불편해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인다’는 지문을 연기할 때는 경험자인 지인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물어 사실감을 살렸다. 출산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얼마나 공부하고 신경 썼는지, 실제로 엄마가 된다면 “육체적인 고통을 제외한 감정적인 면에서 두번째 출산을 하는 것처럼 덜 낯설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tvN '산후조리원' 캡처
tvN '산후조리원' 캡처 ⓒtvN

 

<산후조리원>은 여성 캐릭터, 나아가 여성 드라마를 진일보시킨 작품으로도 호평이 쏟아진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모성은 당연한 것처럼 다뤄졌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 하고, “사후세계에 다녀온 것 같은 산후세계”는 찢어질 듯한 고통에 견줘 너무도 쉽게 ‘순산’이라는 한마디로 정리됐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엄마가 되어도 일, 성공, 사랑에 대한 열정과 욕망이 살아 있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씽: 사라진 여자>(2016) <소원>(2013) 등의 영화에서 모성애 강한 엄마를 연기한 적이 있던 그도 엄마를 진취적인 여성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3월 끝난 드라마 <방법>(티브이엔)처럼 강한 여성 역을 도맡았다. “책임감보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여성이 극을 끌어나가는 이야기들이 생긴 게 정말 몇년 되지 않았어요. 그 안에서 조금은 다른 거, 주체적인 걸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늘 새롭고 재미있는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방향이 맞는 작품을 만나면 하려고 해요.” <산후조리원>은 “기존의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 누아르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가 있는 복합 코미디여서 좋았다”고 한다.

산후조리원이라는 여성들만의 공간에서 여성들의 연대로 극을 끌고 간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밖에서도 그들은 연대했다고 한다. 주요 출연자 대다수가 여성인 이 드라마에서 배우들은 “촬영 전 프라이빗 영화관을 빌려 다 같이 영화를 보고 밥도 먹으면서 사석에서 많은 시간을 가지며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7회는 배우들끼리 모여 방송을 같이 봤어요.” 그 연대가 촬영 현장에서 고스란히 이어졌고, 드라마도 쫀쫀해졌다.

배우 엄지원
배우 엄지원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는 엄지원은 만약에 아이를 낳는다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현진 같은 엄마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세상 모든 워킹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극중 장혜진 선배의 대사처럼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내가 행복해야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듯 본인 선택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

2002년 아침드라마 <황금마차>(문화방송)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0년을 눈앞에 둔 엄지원. 배우로서 긴 생명력의 원천이 “재미와 아쉬움”이라는 그는 “그래서 만족할 만한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엄격한 그는 <산후조리원>에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도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줬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만족을 모르는 그는 내년에 드라마 <방법>을 영화로 만든 <방법: 재차의>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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