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7월 14일 11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7월 14일 11시 37분 KST

"화이트리스트 배제 철회된다고 해도 한일관계는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인터뷰)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 인터뷰

MicroStockHub via Getty Images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오는 21일 있을 일본의 참의원(상원) 선거 대책과는 거의 무관한 것일뿐 아니라 통상마찰로만도 볼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는 일본이 안전보장 정책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학(津田塾大學)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번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의 무게 중심은 ‘규제‘가 아니라 ‘의혹’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의혹이란 일본이 수출규제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북한으로의 전략물자 이전 의혹을 말한다. 박정진 교수는 이 의혹은 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코리아 리스크’ 만들기가 그 목적이라고 봤다.

또한 이번 이슈의 가장 가까운 고비는 한국 정부에 대해 징용공 문제 대응 시한으로 잡은 오는 18일, 그리고 한국을 화이트 국가(무역 규제상의 우대 조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과 관련한 공청회가 있을 이달 하순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기간은 너무 짧은데다 역사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한국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긴 쉽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현재로서는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예고에 이어 4일 자국 기업들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 3종을 한국에 수출할 때 매번 당국의 심사 및 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실행에 나섰다.이전까지 3년 단위로 포괄적 허가를 내주던 것을 개별, 건별 허가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자국 기업들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보복이란 비판이 커지자 ”한국에 수출된 해당 소재가 군사적으로 전용되거나 제3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안보 프레임을 씌우며 역공에 나섰고 산케이신문과 계열 후지TV 등 극우 언론들이 이를 앞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갑작스러워 보이기도 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하시는지. 참의원 선거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의 성격도 있겠지만 더 큰 배경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 먼저 한국 사회가 오해하고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이번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당면한 일본 내 참의원 선거 대책과는 거의 무관하며 본질적으로 무역수지를 거론하게 되는 통상마찰이 아니다.

첫째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는 일본 국내 정치와 무관하지 않지만 참의원 선거에 대한 지지층 결집이란 해석은 적절치 않다.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 대한 지지층이 견고하고 자민당은 최고의 지지율을 지속해 왔으며 과반수의 부동층도 대부분 자민당 지지 성향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역사 문제(징용공 문제)에 대한 보복 조치란 점은 강조해서 보아야 하지만 문제의 발단인 1일자 일본 경제산업성 발표는 수출 규제 외에 한국을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안보에 관련한 조치로 통상 관계와는 무관하다.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일본이 안보 정책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정의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한일 관계의 근본적인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약 한 달정도의 기간을 두고 배수진을 친 셈이며 이번 조치는 그 시험 케이스에 불과하다. 북한 문제가 출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조치로 일본도 경제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맞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한데엔 어떤 이유가 있을까.

 

▶ 한일 양국은 글로벌 공급망 속에 있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부메랑 효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란 점은 일본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금수 조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는 수출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피해도 예상된다. 낙관은 금물이지만 양국의 무역은 상호적이기 때문에 적어도 자국(일본)의 기업이나 산업에 악영향이 미치는 정도까지는 몰아붙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이보다는 이번 사태가 ‘무역전쟁‘이라기보다 안보 문제라는 본질을 이해하는 점이 중요하다. 일본이 제기하고 있는 북한으로의 전략물자 이전 의혹은 무역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다. 무게 중심은 규제가 아니라 ‘의혹’ 그 자체에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일종의 ‘코리아 리스크’ 만들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일방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적이지 않다.

또한 일본이 안보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한국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쟁점을 형성하고 쟁점이 확대될 수록 진위와는 무관하게 리스크는 커지게 된다. 안보 의혹은 완전한 해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위보다는 리스크 자체이다. 따라서 당장 일본의 자금은 한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며 이미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본은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코리아 리스크가 더 커보일 거란 점을 노리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이 초래할 실질적 여파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이 점을 낙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이 이슈를 얼마나 더 끌어가려고 할까.

 

▶ 일본이 한국 정부에 대해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응의 시한으로 삼은 18일, 그리고 한국의 화이트 국가 제외 문제와 관련한 공청회가 있을 7월 하순이 단기적인 고비가 될 것이다. 너무 짧은 기간이라 한국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문제와 관련해서는. 따라서 현재로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정상회담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서 사태가 봉합된다해도 한일 관계는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될 것이다. 한일 관계를 지탱해 왔던 안보를 둘러싼 이해 관계에 대해 일본은 이미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음이 확실해졌다. 특히 한일 공동의 위협이었던 북한 핵문제가 크게 유동하고 있는 시점이란 점에서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일본의 반응을 비판 또는 비난해 온 셈인데 당장 강경한 대응이 성과를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최종적인 목적 이식과 지향점, 그러니까 ‘어떠한 한일 관계를 목표로 할 것인가’ 이 점은 분명히 하고 각론으로서 강온책을 배치해야 한다. 계속 ‘이슈 파이트’ 식으로 대응하고 봉합하면 한국 정부는 이겨도 지는 싸움을 할 수 있다.

 

- 전략수출물자를 언급하면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일본은 북한을 둘러싼 역학 관계에 대해서도 수를 쓰고 있는게 아닐까.

 

▶ 현재 일본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 국가 리스트 배제 예고는 유사시 한국의 전략수출물자에 대해 일본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은 한일 관계가 아니라면 향후 한국의 군수산업과 남북경협 등 한국의 안보 정책에 미칠 수 있는 일본의 잠재적 영향력에 대한 경계와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일본만이 아니라 북일 관계를 시야에 넣어야 한다. 만약 일본이 한일 관계를 희생시키면서 북일 교섭을 시작할 경우 우리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한편으론 일본 국내 정치와의 연관성도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의 북한과 안보 프레임은 참의원 선거 이후의 개헌 드라이브의 의미있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의 부상, 그리고 북한의 핵위협에 이은 ‘반일국가 한국’이란 등장은 개헌의 필요성에 설득력을 주게 된다. 선거 이후 아베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는 한일 관계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한일 문제를 풀 수 있으려면 꼭 미국이 필요한 것인가.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 문제의 본질이 안보 환경 변화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이 우리에겐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이 한일 안보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면 일본의 공지 단계에서 이미 중재에 들어갔어야 했다. 앞으로 중재를 하거나 기대하기 전에 왜 미국이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느냐 하는 점을 시급하게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감정의 확대, 일본 제품 불매 등은 적절한 대응일까.

 

▶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나 한국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한 비판에 함몰되면 안 된다. 하지만 한국의 여론을 보면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되고 있고 각자의 논리에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한국 사회가 일본을 놀라울 정도로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태에 냉정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이 점을 우리가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도 전략이 스며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일본의 보복에 대한 무역전쟁으로 대하면서 반일감정이 자극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열되면 곧 일본 국민의 반한 감정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이것이 아베 내각의 개헌 드라이브를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고 싶다.

본인 제공 via 뉴스1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