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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하루씩 꼬박꼬박 보건휴가를 쓰는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인가?

우리 앞에 놓인 건 정혈(월경) 주기로 고생하는 여성을 과소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제도다.

하루는 쉬는 날인데 내가 일하던 서점의 매니저가 매장에 들러달라고 말했다. 그 때가 오후 5시 30분이었고 가게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카드 진열대도 이미 매장 안에 들여놓은 상태였다.

서점 안에 들어가 훼손된 책과 교정쇄가 쌓여 있는 매장 뒤쪽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매니저는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고 난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직감했다.

이틀 전에 병가를 냈는데, 원래 그날 나 혼자 서점에서 교대 근무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 전 달에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 병가 자체보다는 내가 출근하지 않은 이유가 문제였다. 바로 정혈(생리)통이다.

매니저는 정혈처럼 ‘사소한’ 일로 휴가를 내는 건 ‘페미니스트’로서 할 일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설명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Nattakorn Maneerat via Getty Images

 

나는 (공식적인 진단을 받은 건 아니지만) 내가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매달 나는 정혈의 첫날을 최소 4시간 동안은 필사적으로 숨 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보낸다.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뜨거운 물병을 끌어안고 4시간마다 소염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복용해야 한다. 

‘네가 여성을 망신시키고 있고 여성인권에 도움이 안된다’라는 비난의 말을 들었다. "

 

운이 좋으면 가장 아픈 날 외의 정혈기간에는 고통을 참을 수 있다. 진통제 여러 개를 복용하면 비교적 정상적으로 일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물론 아랫배에서 불편한 느낌은 계속 있다. 단 내 경우에는 언제나 정혈 첫날이 문제다. 이날은 항상 인내심을 시험 받는다. 그리고 항상 기진맥진해진다.

당시 18세였던 나는 서점 뒤쪽에 앉아 여성 매니저로부터 ‘네가 여성을 망신시키고 있고 여성인권에 도움이 안 된다’라는 비난의 말을 들어야 했다. 나는 매우 부끄러우면서도 동시에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떻게 성인이 돼서 직장에서 일하며 사람들을 끝없이 실망하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여성‘. 예전과는 다르게 직장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을 생각하며, 나는 내가 그런 여성의 인권에 해가 되는 사람인가 고민했다. 나는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오직 여성만 정혈을 하기에 남성은 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간단하게 말해 여성은 매달 ‘정혈‘을 흘린다. 그리고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정혈통’이라는 참기 힘든 고통을 동반한다.

전 세계 여성의 10%가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내막증은 만성적인 통증, 장과 방광 문제, 우울증, 그리고 결정적으로 근로 약속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도 약 150만 명의 여성이 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이 질병에 대한 오명과 인식 부족 때문에 여성들은 아파도 억지로 출근하기도 한다. 또는 병가를 내며 그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서점 일을 그만둔 후,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경력의 정점을 위해 나는 여러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내가 다녔던 모든 직장에서는 최대한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야근하는 문화가 있었다. 실제 근무는 오후 5시에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metamorworks via Getty Images

 

개인적으로 나와 함께 일했던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병가를 낼 가능성이 훨씬 더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정혈통 때문에 하루 휴가를 내야 한다면 식중독 탓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을 재빨리 깨달았다. 아니면 두통이라고 하거나. 감기라고 하고 다음 날 바로 출근하면 콧물 같은 증상이 없기에 그건 경험상 좋은 변명이 아니었다. 20대 초에 나는 일하는 내내 ‘여자의 비밀’을 말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봐 늘 긴장하고 두려웠다.

직장에서의 평등에 관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지만, 우리 이전의 세대들에 의해 한 발짝 진보한 건 사실이다.

회의 중에 갑자기 탐폰을 교체하러 갈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자리에 앉을 때 고려대상도 아니었다. 사실 ‘여성이 어떻게 일을 해야 할까‘? 란 질문이 나오기 이전에 ‘여성이 일을 한다고?’라는 질문이 있었던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역사다. 당연히 여성의 정혈은 논의대상도 아니었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건 정혈(월경) 주기로 고생하는 여성을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제도다.

나는 예비 고용주가 나보다 남자(혹은 정혈통이 없는 여자)를 고용하는 걸 더 선호할까봐 끝없이 걱정해왔다. 면접을 볼 때  ‘참고로 나는 정말 심한 정혈통이 있다’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고용주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내가 제공할 모든 것을 간과하게 된다. 즉, 내가 하루 휴가를 보내더라도 나는 그 이상으로 일을 잘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나는 28살이고 자영업자로 재택근무를 한다. 단지 정혈 때문에 격동하는 프리랜서의 세계로 뛰어든 건 아니었지만 큰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다. (난 정신건강 문제에서도 자영업이 내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난 직업 특성상 프리랜서로 전환하는 게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많은 여성은 그러한 선택권이 없다. 어떻게든 우리는 정혈통이 얼마나 심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 모두를 존중하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에 실린 프리랜서 작가인 클레어 맥스웰의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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