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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렌의 DNA 검사는 인종을 정의하는 기준에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검사 결과를 공개하게 된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인 듯

  • 김태성
  • 입력 2018.10.17 11:49
  • 수정 2019.01.02 11:00
ⓒAssociated Press

지난 월요일,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자 미국 대선 차기 후보로 지목되는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렌이 DNA(유전자)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검사를 통해 그녀의 6에서 10세대 전 조상이 미국 원주민이었을 ”증거가 크다”고 밝혀졌다.

워렌의 DNA 검사는 스탠퍼드대 유전학자이자 맥아서제단 펠로우인 카를로스 부스타만테 박사가 담당했다. 부스타만테는 DNA 검사 전문업체인 23andMe와 Ancestry.com의 자문이기도 하다.

이번 결과에 대해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즈 캠퍼스 생태학/생물진화학과의 베스 샤피로 박사는 ”워렌의 조상 중에 19세기 말쯤에 살았던 원주민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유전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일부 매체와 소비자가 DNA 검사의 유효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대륙적 포괄적 의미에서의 혈통 검사는 ”복잡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의 혈통이 특정 국가나 부족에 속하는 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건 훨씬 더 복잡한 일이다. DNA 검사는 개인의 유전자를 지금까지 쌓인 DNA 풀(DNA pool)과 비교 검토하는 과정이며 따라서 기준이 되는 풀이 클수록 결과는 더 유효하다(예를 들어 유럽인 혈통을 구별하는 게 독일인 혈통을 구별하기보다 쉽다는 소리). 그런데 미국 원주민의 경우, 기본 데이터가 크지 않으므로 특정 부족 소속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더 구체적인 결과를 바랄수록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DNA 검사의 과학적 정확성만큼 중요한 건 이런 검사로 인해 불거지는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윤리적인 면이다.

부스타만테 아래서 박사후과정을 마친 맥길대의 유전학자 사이먼 그라벨 박사는 ”관건은 DNA 검사가 사람의 인종이나 혈통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DNA 검사로 인종을 구별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원주민 혈통을 유전적으로 증명하는 건 특정 네이션(일종의 원주민 지자체) 소속을 증명하는 것과는 판이하며 부족이 구성원을 정의하는 방법과도 다르다. 

엘버타대 교수이자 시세턴 와페턴 오야테(Sisseton Wahpeton Oyate) 부족의 구성원인 킴 톨베어는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족 네이션은 DNA 검사 대신 생물학적, 정치적 관계에 유효한 요소를 근거로 그 구성원을 정의한다.”

그녀는 또 ”민주당, 공화당의 정치 싸움에 원주민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배경 소음만으로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한 사람의 원주민 혈통을 포괄적인 면에서 인정한다고 해도 일개 부족의 소속 인원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체로키 네이션의 외무장관 척 호스킨 주니어는 성명을 통해 “DNA 검사는 특정 부족 소속을 밝히는 데 무의미하다. 기존 DNA 검사는 조상이 북아메리카인이었는지 남아메리카인이었는지조차 구별하지 못한다. 따라서 특정 부족 소속을 증명하는 근거로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워렌은 DNA 검사를 원주민 혈통을 증명하려는 의도에서 받은 게 아니라고 트위터를 통해 해명했다.

그녀는 “DNA와 가족력은 부족 소속이나 구성원 여부와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 결정은 부족 네이션들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며 나는 그 차이를 존중한다.”라고 적었다.

뉴욕대 의료윤리학과 대표 아서 캐플랜에 따르면 유전자를 토대로 문화적 소속을 구별하는 건 윤리적인 ‘미끄러운 비탈(slippery slope)’에 선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는 사회적인 면이 유전적인 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전적인 그 어떤 것보다 문화적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정인의 정체성을 유전자에 의존할 경우 차별은 물론 그룹에서 추방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했다(DNA 검사로 자신들의 백인 혈통을 주장한 백인우월주의자들도 있다).

캐플랜의 말이다. ”만약에 누가 어느 부족의 5대 리더라고 하자. 그런데 DNA 검사 결과 불합격이다. 그럴 경우 ‘미안하지만 원주민이 아닌 것으로 나와서 그만둬야겠소’라고 할 건가?” 

워렌이 DNA 검사 결과를 공개하게 된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워렌을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하며 그녀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원주민 혈통을 주장했으니 그 주장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라는 도전장을 던진 바 있다. 트럼프는 또 DNA 검사로 워렌의 원주민 혈통이 증명될 경우 그녀가 지목하는 자선단체에 1백만 달러를 대신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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