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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반려동물로 기를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

특이한 동물을 반려동물로 기르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덩치가 큰 코끼리는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데 정성을 쏟아야 한다. 
덩치가 큰 코끼리는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데 정성을 쏟아야 한다.  ⓒ지인환(서울동물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의 비율은 전체의 28.1%에 달한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네 명중 한 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고 보면 된다. 고양이, 강아지, 앵무새, 파충류 등 다양하다. 특이한 동물을 반려동물로 기르려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 코끼리도 반려동물로 기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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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싼 똥이 120kg

지구상에 있는 육상동물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놈이 누굴까? 코끼리다. 아시아코끼리 수컷 몸무게가 무려 4~5톤이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아시아코끼리보다 조금 더 크다. 사람 어른 몸무게를 70kg으로 친다면 몸무게가 무려 70배가량 많다. 한 끼에 공깃밥 70개는 뚝딱 먹을 덩치다. 실제로 체중이 4톤인 아시아 코끼리는 80kg을 거뜬히 먹어치운다. 엄청나다. 코끼리 밥상엔 당근, 채소, 견과류, 과일과 건초를 올린다. 이 먹이를 코끼리 사육사들이 매일 나른다. 먹이보다 똥 치우는 일이 더 곤욕이다. 밥이랑 물을 먹고 하루에 싼 똥이 평균 120kg이다. 어마어마하게 많다. 사육사는 매일 밥상 차려 줘야 하고 먹고 싼 배설물 치워야 하니 웬만한 장정이 아니면 이 일을 해내질 못한다. 원기 돋는 보약을 철철이 지어 먹지 않으면 헛심 쓰여서 일 못할 정도로 코끼리 관리가 빡세다. 코끼리 사육사가 되려고 꿈꾸는 청년이라면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

코끼리가 사는 집은 다른 동물이 사는 집과 다르다. 염소나 양이 사는 집처럼 지었다간 코끼리가 코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와장창 무너질 것이다. 워낙 힘이 좋아 튼튼하게 지어야 한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코끼리를 돌보는 사육사가 잽싸게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코끼리 집엔 필수다. 사슴이랑 염소는 손가락만 한 굵기 정도의 쇠창살만 있어도 충분하나 코끼리는 전봇대만큼 굵은 기둥을 촘촘히 세워 놔야 한다. 위험할 때 사육사가 그 틈으로 피하면 된다. 코끼리 사육장을 요즘 이렇게 만든다. 네모 반듯한 벽으로 둘러치진 않는다. 하마네 집 울타리도 이런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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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춤은 안타까운 정형행동

동물원에 사는 코끼리가 흔들흔들 흥겹게 춤추듯 움직일 때도 있다. 사육사들이 칭찬해서 춤추는 것일까? 아니다. 코끼리는 춤을 추지 않는다.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료할 때 나타나는 정형행동이다. 이런 행동은 오전보다 오후에 더 자주 눈에 띈다. 오전에는 밥 먹느라 정신이 팔려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고 오후에는 할 일 없는 무료한 시간이라 흔들거린다.

원래 코끼리가 사는 서식지에는 물웅덩이랑 나무그늘이 있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먹이를 먹고 쉰다. 놀 것이 많다는 얘기다. 서식지에서 코끼리는 사람처럼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구분해서 밥을 먹지 않고 언제든지 먹고 싶을 때 먹는다. 초식동물이라 거의 온종일 먹이를 먹는다고 보면 된다. 조상 대대로 이렇게 살던 코끼리를 도우려고 동물원에서 코끼리 방사장에 물웅덩이와 그늘도 만들어 주고, 심심할까 봐 물웅덩이에 장난감으로 통나무도 넣어 주고 있다. 추가로 아침에만 주던 밥을 하루에 두세 차례 나눠 줬더니 춤추는 시간이 놀랄 만큼 감소했다. 그랬어도 가끔 흔들흔들 하나 예전보다 확 줄었다.

거대한 코끼리의 똥. 먹는 양이 많은 만큼 크기도 크다.
거대한 코끼리의 똥. 먹는 양이 많은 만큼 크기도 크다. ⓒ지인환(서울동물원)

서식지에서 코끼리 암컷 새끼는 엄마, 할머니, 이모랑 함께 산다. 수컷 새끼도 가족이랑 함께 지내다 다 크면 무리를 떠나 혼자 살거나 수컷 몇 마리가 모여 산다. 발정기 때에만 다 큰 일부 수컷이 암컷 무리에 합류하지만 발정기가 끝나면 밀려난다. 즉 암컷 중심으로 사는 종이다. 무리에 개체수가 많아지면 일부가 떨어져 나와 독립할 때도 암컷 중심으로 가족이 꾸려진다.

동물원에서 코끼리 새끼가 젖을 떼기도 전에 어미로부터 분리해서 다른 곳으로 보내면 정상적으로 자란 새끼보다 더 심하게 흔들흔들한다는 외국 사례도 있다. 엄마가 병이나 사고로 죽었다면 몰라도 새끼가 완전히 젖을 뗄 때까지 엄마랑 함께 생활하게 둬야 한다는 교훈이다. 코끼리 새끼가 젖 떼는 시기는 생후 18개월부터 3살까지 개체마다 다르다. 인간적 시각으로 지금쯤 분리해도 되겠지 생각하고 떼어내면 새끼는 평생 심리적 장애를 안고 살 것이다.

동물원에서 하루 식사비로 가장 많이 지출하는 동물은 누굴까? 이 역시 코끼리다. 하루 식사비로 코끼리는 74,700원, 호랑이는 15,700원, 사자는 16,000원가량 든다. 메뚜기는 1원으로 가장 적게 먹는다. 이렇게 멋진 놈들을 반려동물로 기를 수 있을까? 메뚜기라면 몰라도 코끼리를 기르고 싶어도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든다. 이놈들이 살 집도 문제지만 월급 받아 밥값 대기 어려워 엄두도 못 낸다. 지갑이 두툼해 밥값 댈 수 있어도 법적으로 못 기른다. 국제멸종위기종은 특별한 시설 기준이 있어야 기를 수 있고, 일반인은 기르지 못하게 되어 있다. 코끼리는 국제멸종위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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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어려워 태어나면 경사

아시아코끼리의 경우 짧게는 3~4살, 많게는 7~8살 터울로 새끼를 낳는다. 심지어 10년 이상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자식 키우듯 정성 들여 돌봐야 새끼가 임신한다. 동물원에서 코끼리 새끼가 태어났다면 잘 돌봤다는 증거다. 서식지에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어 귀한 몸이라 동물원에서 새끼가 태어나면 경사다. 새끼는 다른 동물원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줄 서 있다. 태어난 새끼를 평생 먹여 살릴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도 가치로 보면 밥값 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사자, 호랑이 같은 종은 번식이 잘 돼 한 배에 2~4마리씩 낳는다. 이놈들은 웬만한 동물원에는 있어 태어난 새끼를 가져가려고 탐내는 곳이 드물다. 있는 곳도 피임시키고 있는 판국이다.

반려동물이건 동물원에 있는 동물이건 새끼가 태어난다는 것은 대를 이을 수 있어 경사다. 경사는 잠시뿐이며 만만치 않은 관리비를 평생 부담해야 한다. 야생동물의 경우 자연에 방사할 수 없거나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기 어려운 종이 새끼를 낳으면 우글우글 기를 수밖에 없다. 동물원에서 법적으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기를 수 있는 자격이 있어도 새끼를 낳게 할지, 피임을 시킬지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유기동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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