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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냐 회복세냐, 경기진단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민간 사이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

‘회복 흐름 지속인가, 침체 국면 진입인가, 성장세 둔화인가.’

최근 경기진단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경기 진단이 오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 진입론’을 내세우고, 민간연구소가 ‘성장세 둔화’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19일 문재인 정부 이후 경제 지표를 분석한 글 ‘경기침체 진입의 확실한 증거들’을 국가미래연구원에 실었다. 그는 “경제성장률이 낮은 데다 수출증가율도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미래 업황 전망도 나쁘고 또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일반 소비들의 경기심리지수도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효과가 있는데 아직도 (정부가) 경기가 회복세에 있다고 한다면 경제활성화 정책은 언제 발동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신 교수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공감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경제자문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다.

김 부의장은 앞서 지난 14일에도 “여러 지표를 봐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사흘 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최근 3, 4월 월별 통계를 갖고 판단하기엔 성급하다”고 반박하자, 김 부의장은 “경제를 볼 때는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재반박했다. 능동적인 공무원의 부재, 분배 의지가 강한 분위기, 복잡 다양한 규제, 노사 간의 균형 등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그는 짚었다. 김 부의장은 “이런 구조가 지속하는 한 통계적 현상이 개선되기 어렵고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민간경제연구소도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이끌어온 힘이 구조적으로 약화되는 양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근태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세계경제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산업 중심으로 회복되는데 전통적인 주력 장치산업 품목 수출에 의존해온 한국경제는 고령화까지 겹쳐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힘이 구조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엘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내놓은 ‘2018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낮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최근 생산·고용·수출 지표를 볼 때 경제성장세가 약해졌고 앞으로 더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정책이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성장을 키우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이시디가 6~9개월 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를 내놓는데 한국의 경우 올 1월부터 3개월째 기준점인 100을 밑돌았다. 하지만 기재부는 “향후 경기국면의 판단은 선행지수 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지표 등을 활용해 종합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개선, 수출 호조세 등을 감안할 때 회복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기진단 논쟁은 지난 11일 기재부가 ‘최근 경기동향(그린북)’ 5월호를 발표하면서 경제 상황 진단을 3시간 만에 바꾸면서 촉발됐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견해를 담은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간 우리 경제 상황을 설명하며 명시했던 “회복 흐름 지속”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이에 정부의 경기 판단이 사실상 하향 조정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자 기재부가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수정본을 내놓았다. 정부의 판단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가 14일 국가미래연구원에 ‘정부의 경기판단, 문제 있다’는 글을 기고해 비판했고, 김광두 부의장이 “공감한다”고 밝혀 논쟁의 불이 붙었다. 김 교수는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소비와 서비스업 일부가 개선된 부분을 빼면 생산과 투자, 수출이 감소해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의 경제정책 판단과 추진 방향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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