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2월 10일 16시 55분 KST

정치인과 CEO가 환경파괴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면?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생태학살법'을 도입할까

Shubham Singh via Getty Images
불타고 있는 아마존 우림

영국 변호사 폴리 히긴스가 잘 나가던 직업을 그만두고 집을 판 것은 10년도 넘은 일이다. 히긴스는 자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기후변화에 맞설 중요한 도구가 되리라 믿는 법을 제정하는데 시간과 돈을 쏟고 싶었다.

히긴스는 ‘생태학살’(ecocide)을 평화를 침해하는 국제 범죄로 지정하자고 주장했다. 생태학살은 자연 생태계에 큰 피해나 파괴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태학살법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 의무를 개인에게 부과하고 정부 공직자 및 기업 CEO들이 일으킨 환경 피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기소되는 범죄에 생태학살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환경 범죄를 저지르고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현행 법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멸종저항의 런던 시위

현재 ICC는 ‘평화를 해치는 범죄’ 4가지를 저지른 개인들을 기소한다. 전쟁범죄, 인류에 대한 범죄, 집단 학살, 침략범죄다. 생태학살이 추가된다면 다섯 번째 범죄가 된다.

올해 히긴스는 50세를 일기로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생전에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들이 자신의 운동을 이어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후 저항 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은 생태학살을 범죄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히긴스가 세계적으로 이끌었던 ‘생태학살을 멈춰라: 법을 바꿔라’(Stop Ecocide: Change the Law)는 공동 설립자 조조 메타가 계속 이끌고 있다. 그리고 히긴스가 마지막으로 했던 노력 중 하나가 현실이 되고 있다.

히긴스는 사망 전에 기후변화에 굉장히 취약한 곳인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와 협업했다. 이번 주 ICC의 연례 모임에서 존 릿트 바누아투 대사는 생태학살을 공식적으로 범죄화할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이 급진적 아이디어가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한 것이라고 믿는다.”고 릿트는 밝혔다. 국제 포럼에서 한 국가의 대표가 생태학살법 도입을 촉구한 것은 1972년 이후 처음이었다.

“우리는 이 급진적 아이디어가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한 것이라고 믿는다.” - 존 릿트 바누아투 대사

국가 대표가 국제 무대에서 #생태학살 범죄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1972년 올로프 팔메[당시 스웨덴 총리:주] 이후 처음이다.

 

“이건 도입할 때가 된 정도가 아니라 진작 도입해야 했을 아이디어다. 바누아투가 헌신과 용기를 보였다.” 메타의 말이다.

“현재 법은 너무나 인간중심적이다. 지구 자체에 정말 훌륭한 변호사가 필요하다.” 메타는 생태학살법이 제지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세계였다면 범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재판을 받는 사람들이 최대한 줄었을 것이다.” 대기업들은 벌금에 대한 민사 소송 예산을 따로 책정해두곤 하여 “파괴적 행동 관여를 멈추지 않는다”고 메타는 말한다. 그러나 형사 책임에는 투옥 가능성이 따른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극우파 대통령이 아마존의 위기를 키워가는 것이 환경 파괴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하는 좋은 사례라고 메타는 주장한다. 보우소나루는 “생태학살 범죄가 제정되어야 하는 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메타는 말한다.

보우소나루는 아마존을 기업들에게 개방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되었다. 보우소나루 집권 이래,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 사이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의 두 배 정도에 해당하는 넓이의 우림(3769제곱마일)이 사라졌다.

올 여름 아마존 우림에서는 7만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중 상당수는 농업과 축산업을 위해 넓은 공간을 확보하려고 방화한 사건이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연기가 날려 상파울루의 하늘은 며칠 동안이나 시커맸다.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PrayForAmazonia 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을 올렸으며, 과학자들은 아마존이 한때 풍성했던 열대 우림 대신 건조한 사바나가 영원히 자리하게 될 생태적으로 가역불가능한 티핑 포인트에 다가갔다고 우려했다.

보우소나루의 자유방임적 수사에 힘을 얻은 기업과 노동자들은 부를 추구하며 숲을 파괴했다. 또한 보우소나루는 환경 기관의 예산을 삭감했다.

“현 정부는 농부 등에게 숲을 개간해도 좋다는 직간접적인 신호를 보냈다. 개간이 불법인 지역도 포함된다.” 우림 연맹의 CPO 나이젤 사이저의 말이다. “이는 우리의 기후 패턴에 아주 중요하며, 가장 많은 식물 종이 존재하고, 기후 안정에 핵심적인 지구에서 가장 넓은 열대 우림에 대한 위협이다.”

JOAO LAET via Getty Images
파괴된 아마존 우림

원주민 인권 약화 정책을 펼치고 원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오래 전부터 해온 보우소나루는 ICC에 진작 섰어야 할 수도 있다. 지난 11월, 브라질 변호사들과 인권 활동가들은 보우소나루를 “원주민에 대한 집단 학살 선동과 광범위한 체계적 공격”으로 ICC에 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메타 등의 활동가는 ICC 설립의 기반이 된 로마 규정이 인간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연의 권리와 이에 따른 인간의 위험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ICC 형사 기소는 명백한 ‘인간’ 피해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 논리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집권 중 아마존 우림 전체가 파괴된다 해도, 해를 입은 인간이 없으면 보우소나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활동가, 변호사, 운동가들은 1970년대부터 생태학살을 형사 범죄로 다룰 것을 요구해 왔다. ICC 설립 당시에는 고려되었으나 도입되지는 않았다. 히긴스가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어 이 운동이 새로이 탄력을 얻었다.

히긴스가 늘 주장했듯, 생태학살을 범죄로 인정하는 과정은 복잡하지 않다. 법원의 소속원 중 최소 한 명이 로마 규정에 생태학살법 개정안을 제안해야 한다. 제안하고 나면 ICC의 122개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통과 후에는 각 가입국들은 이 법을 비준하고 강제해야 한다.

미국이나 브라질 같은 대국이 비준을 하지 않는다 해도, 비준국에서 벌어진 생태학살 행위에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생태학살법을 어기면 비준국에 입국했을 때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

ICC가 생태학살을 새로운 범죄로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가 대규모 범죄에 대한 관용을 줄여가고 있다는 강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브라질 환경 변호사이자 법학자인 알레산드라 레멘은 말한다.

ICC가 환경 범죄에 보다 집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이미 존재한다. 2016년에 ICC는 “환경을 파괴하고 불법적으로 천연 자원을 착취하거나 토지를 불법적으로 점유하는” 범죄를 기소하는 것을 “특별히 고려하겠다”는 정책 초안을 발표했다. 환경 범죄를 법정에 올릴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인간 피해자가 없을 경우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범위가 확장되자 변호사들은 ICC가 이 법안에 적용되는 사례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개발 때문에 자기 토지에서 수십만 명이 쫓겨났다는 캄보디아의 토지 수탈 사례의 수사가 고려 중이다.

영국의 국제 형법 변호사 리처드 로저스는 이 사건을 2014년에 ICC에 제기했다. “캄보디아는 엘리트 지배 계급이 최대한 빨리 많은 자원을 차지하려 하는 세계적 토지 수탈의 가장 충격적인 사례 중 하나다.”고 로저스는 밝혔다. 로저스는 환경 파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시가 아닌 때에 일어나는 토지 수탈 등 대규모 추방을 일으키는 범죄 처벌이 가능해지길 바란다.

ASSOCIATED PRESS
시위 중인 캄보디아 토지 수탈 피해자

지금도 각국 사법부는 기업과 국가에 민사 소송을 통해 환경 피해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환경 파괴를 형사 처벌하게 되면 강도가 훨씬 높아진다. 각 개인들은 자신의 행동에 의해 헤이그에 감금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사업 자금을 대는 데도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은행은 형사 범죄일 수 있다는 걸 알거나 의심되는 일에 돈을 댈 수는 없다. 폴리가 은행장에게 왜 생태학살 행위에 계속 돈을 대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그건 범죄가 아니다.’였다.”고 메타는 설명한다.

메타는 환경 피해를 다른 범죄들과 동일시함으로써 새로운 기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면 안 된다. 이제 생태계를 파괴하고 다닐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생태학살법 운동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요 비판 중 하나는 ICC의 도달 범위와 효율성에 대한 것이다. 2002년에 만들어진 ICC는 평화에 대한 범죄 27건을 다루었을 뿐이다.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는 총 6명에 불과했다. 이 형사 사건은 전부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행동에 관련된 것이며, 이에 따라 ICC가 개발도상국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었다. 그러나 ICC는 조지아의 사건들에 대한 수사도 시작했고, 이번달에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에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인류에 대한 범죄의 책임을 지게 되는 사람들은 약소국지도자인 경향이 있다.” 사이저의 말이다. “유럽 국가나 미국의 지도자들이 체포되어 헤이그로 끌려오는 경우는 없다. 그들은 너무 강력하다. 브라질의 국가 수장 같은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생태 범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ASSOCIATED PRESS
브뤼셀 EU 본부 앞에서 시위 중인 브라질 원주민 지도자

아마존 원주민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다른 비정부 단체들은 환경 파괴가 이 토지를 관리하는 부족들에게 주는 영향과 단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마존 숲의 침입을 이야기할 때, 위협받는 인명과 파괴되는 생태계는 함께 간다. 인간에 대한 폭력없이 일어나는 아마존의 파괴란 없다.” 브라질의 아마존 워치에서 법률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호아오 코임브라 소우사의 말이다.

그러나 메타와 로저스는 생태학살법의 힘이 예방 능력에 있다고 본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환경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기소만 보면 ICC는 효과적이지 않다. 하지만 오명을 본다면 효과적이다. 예방 효과가 막강하다고 본다. 평판에 손상이 간다. ICC가 캄보디아 등 생태학살이 관련되어 있으며 잠재적 가해자가 잃을 것이 많은 곳을 기소할 수 있다는 건 아주 좋은 기회다.” 로저스의 말이다.

기후 변화와 도덕적 책임에 대한 대화는 2019년에 크게 확장되었다. 스웨덴의 16세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그레타 효과’의 영향이 컸다. 기후 변화 파업과 시위가 전세계에서 늘어났다. 11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가톨릭의 공식적 가르침에 생태적 죄의 정의를 넣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아마존의 피해를 ‘생태학살’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칭했다.

대규모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수십 년 간 이를 막는 정책을 도입하지 못하도록 로비해 왔다는 증거가 점점 드러나면서, 기후에 대한 소송도 늘었다. 현재 28개국에서 정부와 화석연료 기업이 기후 위기에 공모해왔다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1년 영국 대법원에서 열린 모의재판에서 CEO 두 명이 캐나다 애서배스카강 역청탄 관련 생태학살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직접적인 인간 피해자는 없는 사건이었다. 그러니 정부 공직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화석연료 기업의 CEO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

메타는 다른 악랄한 행동들도 범죄화되기 전에는 대중에게 도덕적 비난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환경 파괴 같은 것을 규탄하지 않는다면 “시민 사회가 도덕적 수준에서 지적해야 한다”고 메타는 말한다.

지지가 늘어나고 있으며 바누아투가 행동을 촉구하는 지금, 메타는 2020년 12월에 열릴 다음 연례 총회에서 생태학살 수정안이 ICC에 공식적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후와 환경 위기에 대한 담론 전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전세계에서 시민 동원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로저스는 이제 남은 과제는 법률가들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직접적 결과들을 보여줄 수 있고, ‘의도’의 필요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태학살을 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반평화 범죄는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하지만, 생태학살범들의 동기는 환경에 피해를 입히려는 분명한 의도보다는 이윤이나 정치적 이득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그보다는 쉬울 것이며, 특히 바누아투 같이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작은 섬나라들은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고 로저스는 말한다. “사상 최초로 우리는 국가들이 다섯 번째 법규를 도입할 수도 있는 정치적 맥락을 얻었다.”

메타 역시 낙관적이다. “작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내 대답은 달랐을 수도 있다. 기후와 환경 위기에 대한 담론 전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는 폴리 히긴스와 아주 작은 팀을 꾸렸고, 사람들은 히긴스가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 HuffPost US의 Politicians And CEOs Could Face Criminal Charges For Environmental Destruction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