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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뚝딱이가 "꼰대 된 현실 서글퍼도 기죽지 말자"고 동년배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인터뷰)

후배들과 친해지고 싶어 ‘꼰대 탈출’을 위한 공부도 하는 뚝딱이.

뚝딱이
뚝딱이 ⓒ한겨레 / 교육방송 제공

 

자, 마음속으로 한번 곱씹어보라.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애들은 왜 이래” 등의 말을 한달에 몇번이나 하는지. 후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울화가 끓는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그 유명한 ‘꼰대’다. 부정해도 소용없다.

근거 자료도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11월 20~30대 직장인 19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꼰대스러운 행동’을 보면,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유형(40.7%·3위) △본인 경험담을 늘어놓는 유형(35.1%·4위) △본인보다 어리면 무시하는 유형(28.7%·5위) 등이 꼽혔다. 대망의 1위와 2위는 바로 당신같이 ‘가르치려는 유형’(57.8%·1위)과 ‘답정너 유형’(41.3%·2위)이 차지했다.

내가 꼰대였다니! 충격받아 뒷목 잡지는 말자. 직장인 80%는 자신이 꼰대라는 생각을 못 한다(77.4%)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꼰대가 얼마나 대유행이면 꼰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꼰대 인턴>(5월20일~7월1일·문화방송)이란 드라마까지 나왔을까.

영탁이 부른 이 드라마의 주제곡 ‘꼰대 라떼’도 인기다. “하루종일 계속되는 꼰대 라떼~♬ 리필은 됐습니다 꼰대 라떼~♬”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꼰대’라는 것은 수직적 위계질서하에서 형성된 조직문화에서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분출 통로로 등장했다”며 “이것이 ‘라떼 문화’로 풍자되면서 세대 차이에서 오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했고 이런 사례들이 공감을 낳으며 대중문화 인기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노력하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물리적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꼰대가 될지도 모른다. 최근 꼰대 현상을 반영한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뚝딱이’와 함께 꼰대 탈출법을 알아봤다.

뚝딱이
뚝딱이 ⓒ한겨레/교육방송 제공

 

<교육방송>(EBS)의 ‘뚝딱이’도 이런 ‘꼰대 현상’을 반영한 캐릭터로 재탄생해 새삼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교육방송>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이비에스 아이돌 육상대회’에서 뚝딱이는 <방귀대장 뿡뿡이>의 ‘짜잔 형’에게 “너 몇대냐”며 불쑥 반말로 묻고, “1대 짜잔이는 나만 보면 90도로 인사했다”며 인사를 강요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반가워하면서도 그런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반가운 건 반가운 거고, 우리 뚝딱이가 꼰대가 됐다니 충격”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교육방송> 사옥에서 만난 뚝딱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내게 꼰대 같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내가? 프로그램을 다시 보며 제 행동을 돌아봤어요.”

그럴 만도 하다. 뚝딱이는 1996년 <딩동댕 유치원>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1994년 <교육방송>에 입사했고 7살이라는 설정이었다. ‘이육대’ 이후 최근의 새로운 설정은 데뷔 뒤 26년이 지나 30대 중반이 된 젊은 꼰대다. 도깨비라 외모는 안 늙는다지만,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어찌 때가 안 묻을 수 있겠나.

뿡뿡이(2000년), 짜잔형(2000년 3월), 번개맨(2000년 8월), 뽀로로(2003년), 펭수(2019년)까지 강산이 두번 넘게 바뀔 동안 띠동갑을 훌쩍 넘는 후배도 줄줄이 생겼다. 2000년대부터 어린이들의 관심이 뿡뿡이에게로 옮아간 뒤 <모여라 딩동댕>에서 조용히 지낸 그가 달라진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어린이용 국산 캐릭터가 없던 1990년대 중반 뚝딱이는 어린이의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뚝딱이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어마어마했죠. 나 때는 말이죠~ 나 보려고 아이들이 집에서 늦게 나가 지각을 하고 난리였어요. ‘뚝딱이네 집’이라는 코너(꼭지) 알죠? 7살 아이들을 대변하는 역할이었어요. 말썽꾸러기지만 금방 반성하고, 그래 놓고 또 하고. 깔깔깔.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선지 정말 좋아했어요. 진짜 재미있었거든요.”

하지만 잘나가던 과거를 과시하는 모습부터 자제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은 말한다. 과거를 과장해서 자랑하는 모습 자체가 꼰대의 표상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아 처음엔 너무 적응이 안됐어요.”

요즘 후배들의 대처법
요즘 후배들의 대처법 ⓒ한겨레/교육방송 제공

 

뚝딱이를 보며 함께 자랐던 ‘뚝년배’(뚝딱이가 동년배를 이르는 말)도 이런 달라진 시대가 적응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후배들과의 관계에서 혼란을 느끼며 말수를 잃어가던, 점차 고립의 길에 들어서던 그들은 그래서 뚝딱이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의 친구인 뚝딱이가 나처럼 나이를 먹어 꼰대가 돼버린 모습을 보며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 이들도 있다. 뚝딱이도 “뚝년배들이 나를 보며 같은 감정을 느낀 것 같다. 그들에게 ‘너희 잘못이 아니다. 힘차게 잘 살 수 있다’며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래들도 그랬겠지만, 사실 뚝딱이는 후배들에게 한 말과 행동이 ‘꼰대짓’이라는 생각조차 못 했다. 오랜만에 후배들과 함께한 자리라 친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전 진짜 짜잔이가 몇대인지가 궁금했어요. 여러명이 거쳐 갔으니까요.”

최근 논란이 된 ‘뿡뿡이 잔소리’ 사건도 그랬다. ‘외국 사람들은 방귀 소리를 싫어해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해 고민’이라는 뿡뿡이에게 선배로서 그저 조언하고 싶었을 뿐이다. “제 삶을 토대로 조언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뿡뿡이가 조언을 거부하더라고요.” 하지만 “네 고민 다 안다. 내가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며 ‘라떼는 말이야’가 이어지자 도망 다니던 뿡뿡이가 급기야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배님 잔소리 더는 듣기 싫어요. 제발 그만해주세요.”

후배들에게 다가가려는 행동이 ‘꼰대짓’으로 불리며 후배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생각에 뚝딱이는 절망스럽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잖아요. 선배 보면 인사도 잘하고, 선배보다 늘 일찍 와서 청소도 해놓고, 커피도 타 드리고. 그게 예의 바른 행동이라고, 그렇게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고. 배운 대로 했던 것뿐인데. 흑흑흑.” 20대 김유희씨는 “자신의 기준에 맞춰 강요하는 건 조언이 아니라 잔소리다. 듣지는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이들이 꼰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뚝딱이
뚝딱이 ⓒ한겨레/교육방송 제공

 

그래서 뚝딱이와 뚝년배들도 후배들과 친해지고 싶어 ‘꼰대 탈출’을 위한 공부도 한다. <90년대생이 온다> 같은 책도 읽고, 인터넷도 검색하며 후배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친해지려고 공부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후배들과의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50대 남성 박성주씨도 같은 심정이다. “친해지려고 농담했다가 ‘아재 개그’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죠. 회사에서 신입사원 대하는 법에 대해 강의까지 들어요. 그들을 이해하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씁쓸할 때도 있어요.” 생각처럼 잘 안되기도 한다.

뚝딱이는 이렇게 말했다. “후배들을 보며 정말 놀랄 때가 많은데 ‘펭수’를 보며 그랬어요. <교육방송> 사장님 이름을 막 부르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근데 그렇게 부르니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번 도전해봤거든요. 김…명…까지 나오고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나 행동을 마음대로 하는 요즘 세대가 부럽기도 해요.”

그 긴 시간을 과거에 배운 대로 살아왔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 뚝딱이는 “그래서 우리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꼰대’라며 무조건 대화를 단절하지 말고 가르쳐주세요. 이런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다고. 다음부턴 이렇게 말해달라고.” 그리고 선배들이 어떤 시대에서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생각해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라며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꼰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며 대화가 단절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뚝딱이와 펭수
뚝딱이와 펭수 ⓒ한겨레/교육방송 제공

 

뚝딱이는 “나도 어렸을 땐, 어른들은 왜 저렇게 말을 많이 할까? 이해를 못 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살아온 세월만큼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더라”고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추어탕 먹으러 가자니 돈가스 먹고 싶다며 자기들끼리 가더라. 한번쯤은 같이 가자고 해주면 좋겠다”며 “우리도 노력할 테니 마음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뚝딱이의 ‘뚝년배’들은 또 한번의 사춘기를 겪고 있다. 열심히 일하느라 동심을 잃었고, 가족과 미래를 위해 돈을 버느라 열정도 사라졌다. 그런 뚝년배들을 위로하려 뚝딱이는 유튜브 채널 <뚝딱티브이>를 만들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뚝년배들을 위로하는 ‘기죽지 마라’라는 노래도 발표했다.

뚝딱이가 뚝년배들에게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냥 살아가세요, 삶을. 10년 뒤에 내가 지금의 나를 봤을 때 후회하지 않게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 보면 뭔가 되겠죠. 저는 제가 ‘위로하는 낀세대’라고 생각해요. 노력해요, 함께. 내가 힘이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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