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9월 22일 17시 26분 KST

마스크 문화에 대한 간략한 역사 : 왜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걸까?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공중 보건 도구”다.

Photos by Karen Ducey for Getty Images and Saul Loeb for AFP via Getty Images
4월 미국 워싱턴주와 메릴랜드주에서 마스크 가이드라인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모습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자란 제이미 조는 자신이 병에 걸리면 그저 흔한 감기일지라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사람들도 특히 겨울에 마스크를 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스크는 단순한 의료용 액세서리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마스크는 미용용으로도 사용됐다. 심부름을 할 때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거나 공항에서 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K-Pop 스타가 쓰는 경우도 많았다.

조씨는 온 가족이 뉴욕으로 이사 왔을 때, 엄마가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말한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가 아프다고 생각하거나 그를 우습게 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그는 ”엄마는 내가 어린 이민자로서 너무 외국인처럼 보일까봐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코로나 이전까지 서구권 국가에서는 마스크를 쓴 적이 없다.”

마스크를 쓰는 일은 조씨와 같은 동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마스크 착용 권고에 반발했다. 마스크 착용 지침은 미국 전역에서 공중 보건과 시민의 자유 사이의 거대한 반목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미국인들은 이런 지침이 그들의 개인적 자유에 반한다고 주장하며 마스크를 쓰기를 거부했다. 마스크 반대 운동을 펼친 강경파들은 마스크 착용 지침을 ‘비헌법적‘, ‘독재적‘, ‘개에나 씌우는 입마개를 어떻게 사람한테’라며 항의했다.

반면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에 빠르게 적응했다(또는 처음부터 이미 마스크 착용에 익숙했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게 동아시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믿고 있다.

홍콩대 인문학·의학센터 리아 신하 선임연구위원은 ”홍콩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문화 때문에 정부가 한동안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Anthony Kwan via Getty Images
다시 문을 연 '오션파크'에서 홍콩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2020년 9월18일. 

  

동아시아 국가의 오랜 ‘마스크 착용 역사’

현재 미국에서 마스크 반대 운동이 일어나는 것처럼, 1918-19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 당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정부 조례에 대한 항의가 있었다. 그런 경향은 동아시아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독감이 대유행하던 당시에 서양 국가들은 마스크 착용을 널리 권장했고, 그런 뒤에야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이런 관행은 일본에서는 자리 잡았지만, 서양에서는 사라졌다”고 현재 영국 차우서 대학의 해외 캠퍼스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 슈메이 대학의 사회학과 미쓰토시  호리 교수는 말했다. ”일본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공기중 전파를 우려하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마스크를 잘 착용한다.”

몇 년 후, 독감 백신이 개발되자 일본 정부는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백신 주사를 맞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일본 사람들은 마스크를 계속 일반적으로 착용했다.

중국에서는 전염병에 대비해 마스크를 사용한 역사가 더 오래됐다. 1910년과 1911년, 시민들은 만주에서 발생한 폐렴 전염병에 맞서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장려됐다. 전염병 유행이 안정화되기까지 현대 중국 북동부에서 6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하며, 당시 세계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로 기록됐다.

Leemage via Getty Images
911년 프랑스 르 쁘띠 저널에 실린 중국 만주 지역 위에 나타난 리퍼(죽음의 전설)의 삽화.

 

당시에도 마스크는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상황과 마찬가지로, 감염률을 낮추기 위해 폐쇄와 이동 제한이 시행됐다.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에서 전염병을 연구하는 사회인류학과의 수석 강사 크리스토스 린테리스는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크가 전염병 방제 목적으로 개조돼 의사, 간호사, 보건요원, 일반인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바로 이 폐렴 대유행 발병 당시였다”고 말했다.

전염병에 대비한 마스크는 당시 이 지역에서 전염병 대응 작전을 이끈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중국인 의사 우롄테 박사가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린테리스에 따르면, 우롄테 박사의 마스크는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중보건 계획이 전 세계 언론에 의해 보도됐고, 마스크를 쓴 ‘전염병 투사(방역 요원)’들의 사진이 국제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우롄테 박사는 이 전염병이 종식된 후에도 새로 건국된 공화국에서 중국의 최고위 전염병학자로 계속 활동했다”고 린테리스 교수는 말했다. ”그는 마스크를 계속 개발했고, 그 마스크는 그 후 30년 동안 그 나라에서 정기적으로 유행병을 통제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린테리스는 마스크 자체가 동아시아 국가 전반에서 근대 의학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겨울에 마스크를 착용한다. 봄철에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또한 마스크는 미세먼지 같은 대기 오염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붐비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철에서 세균의 확산을 줄여준다. 

윤리적인 요소도 있다. 동아시아인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마스크를 쓰지만, 주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서울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 2020년 9월15일. 

 

2003년 사스(SARS)와 2020년 코로나19

아시아에서 마스크 착용의 역사는 이처럼 적어도 한 세기 넘게 거슬러 올라가지만, 전문가들은 2002-03년 사스 전염병 사태 전까지는 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크게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은 2003년 7월까지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20여 개국으로 확산하면서 약 6개월 동안 지속됐다.

사스 대유행으로 마스크는 아시아에서 일상용품이 됐다고 신하 연구원은 말했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19가 강타했을 때, 동아시아인들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게 됐다.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이 홍콩,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 목격됐다."

 

그는 “2003년 사스의 유산(경험)으로 (동아시아) 사람들은 코로나19가 등장했을 때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훨씬 더 빨리 착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건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다. 사람들은 발병 초기부터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했다. 마스크는 품귀 상태였다.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이 홍콩,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 목격됐다.”

 

동아시아의 ‘마스크 윤리’와 서구의 ‘개인주의’

코로나19 감염 비율이 비교적 낮은 홍콩에서는 대체로 정부의 별다른 조치 없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10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지난 3월에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99%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1월에 실시된 1차 조사의 결과인 61%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홍콩 공공장소에서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악당’이 돼 대중으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고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의 사회과학 부교수인 주디 위엔-만 시우가 말했다.

린테리스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동아시아 국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반사회적이고, 무책임하며, 자신과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사람‘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마스코트인 ‘코로논’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조차 마스크를 착용한다.

″일본의 새로운 안티 코로나바이러스 고양이 마스코트인 ‘코로논’이 도쿄에서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동아시아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집단주의 경향이 강해 마스크 착용이 쉽게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신하 연구원은 말했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보다 집단을 우선시한다. 그러므로 몸이 좋지 않을 때 마스크를 쓰는 건 좋은 시민 의식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반면 서구 사회는 집단 전체의 필요 보다 개인의 욕구를 강조하면서 더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크다.

신하 연구원은 동아시아인들 사이에서도 집단적 성향에 대해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전염병 발병사태가 남긴 유산과 보다 공공시민의식을 갖춘 커뮤니티가 (동아시아에서) 강력하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구 국가들보다 대가족의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공공 보건 조치를 따를 가능성이 더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ASSOCIATED PRESS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반대 시위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영국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시민이 들고나온 플래카드. 런던, 영국. 2020년 9월19일.

 

아직도 마스크를 거부하는 서구 국가들

CDC의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지침에 대해 미국의 한 마스크 반대자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에게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개인의 권리가 있다. 마스크를 쓰라고 강제하는 건 내 자유를 침해한다.”

많은 서구 지도자들도 코로나19 초기에는 마스크 착용에 회의적이었다.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썼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지난 4월 ”마스크는 우리 문화에 이질적”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의무화하는 것은 국가적인 ”큰 조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4개월간의 저항 끝에 결국 지난 7월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썼지만, 이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의심과 회의적인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Simon Shin/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마스크를 쓴 보행자들은 한국에서 흔한 광경이다.

 

미국 내 마스크 거부 시위는 계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개월 동안 마스크는 적어도 백신이 개발되고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공중 보건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이번 주 초 미국 의원들에게 연설하면서 이 같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마스크가 효과가 있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가진 최선의 방어 수단”이라고 말했다. ”마스크는 코로나19 백신보다도 나를 더 확실하게 보호해 준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인들도 마스크 착용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동안은 공공장소에서 계속해서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기에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규범과 가치를 되돌아보게 될 수 있다”고 호리 교수는 말했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왜 마스크를 쓰냐고 묻기보다는 서양 사람들은 왜 최근까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몇몇 사람들은 이에 저항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인들은 100년 동안 해왔던 거다!”

한국에서 온 대학생인 조씨는 미국으로 이민 간 이후로 마스크를 쓰는 것을 그만뒀다. 하지만 요즘 그는 그럴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는 마스크를 꼭 쓸 생각이다.

그는 마스크 반대 시위자들을 보면서 가끔은 왜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열의를 쏟는지 의문을 품고는 한다고 말했다.

″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안전하게 하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 시위를 하는 건가?” 조씨의 말이다. ”마스크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건강과 안전 역시도 정치적인 게 아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편집했습니다.


 
Also on HuffPost

[광고] 대웅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