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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일하다 마침내 미용실 개업을 앞뒀던 27살 동생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고 발생 다음날은 가게의 마지막 잔금을 치르기로 한 날이었다.

새해 첫날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피해자가 매장 개장을 위해 준비했던 미용 관련 물품 
새해 첫날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피해자가 매장 개장을 위해 준비했던 미용 관련 물품  ⓒ뉴스1/유가족 제공

새해 첫날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피해자의 언니 정모씨(30)는 17일 눈물부터 쏟았다. 한동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에 가득 찬 슬픔이 전해져, 제대로 질문을 던지기도 어려웠다.

동생은 올해 홀로서기를 앞둔 사회초년생이었다. 미용에 관심이 많아 관련 학과를 졸업했고, 개인 매장을 창업하겠다는 꿈을 키워갔다.

꿈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부터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야간 편의점과 음식점 서빙, 미용실 등 업종과 근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하루에 두 가지 일을 겸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새벽 댓바람부터 집을 나섰고 늦은 시간 녹초가 된 몸을 이끌며 집에 돌아오기를 3년, 창업을 위한 공부도 소홀하지 않았다. 매장과 재고 관리, 마케팅 등 관련 강의를 독학하며 꿈에 대한 준비도 차곡차곡 쌓아갔다.

정씨는 ”푼돈이었지만 월급날이면 저축통장을 가족들에게 자랑했던 동생이 떠오른다”며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지원해준다고 해도, 본인 스스로 자립하겠다던 동생이었다. 야무지다 못해 성숙했고 대견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매장 개업을 앞뒀던 2021년 

올해는 동생의 고생에 결실이 맺히는 해였다. 지난해 연말에는 매장 건물 임대계약을 마쳤고, 이달 중순 본격적인 개장을 앞두고 있었다. 사고 발생 다음날이 마지막 잔금을 치르기로 한 날이었다.

사고가 발생하기 6시간 전인 1일 오후, 동생과 가족들은 점심을 먹은 뒤 매장 개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동생은 고심 끝에 정한 매장 상호를 가족들에게 소개했다. 본인의 이름과 ‘세상의 빛을 그려내고 싶다‘는 뜻에 따라 고른 ‘다그림’이었다.

이후 동생은 가족들에게 ‘내일 만나’라고 말한 뒤 외출했고 같은 날 오후 10시쯤 광주 광산구 수완동 한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 만취운전자의 차량에 들이 받쳤다.

사고를 낸 20대 운전자는 이 사고에 앞서 1차 사고를 낸 뒤 도주하던 중이었다. 신호를 받고 정차 중인 택시를 1차로 들이받았고, 현장에서 그대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선을 침범했고, 맞은편에 있던 동생의 차량과 정면 추돌했다. 신호대기 중이라 피할 새도 없었던 동생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그날 숨졌다.

가해 운전자는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고,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으로 입건했다.  

유족이 올린 청원 
유족이 올린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유가족은 가해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정씨는 ”가해 운전자는 사고가 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데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윤창호법이 시행됐어도 음주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5년이라는 낮은 형량과 다양한 감형 사유 때문이라고 생각해 국민청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동생이 창업을 위해 주문했던 물품들이 아직도 집에 배송되고 있다”며 ”불 꺼진 동생 방에 들어갈 때면 가슴이 아려온다. 더 이상 음주운전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청원에 동의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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