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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되지 않기로 한' 최지은 작가와 김이나 작사가의 리얼 '딩크' 북토크 현장

주변의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 등 '딩크 꿀팁'이 쏟아졌다.

  • 라효진
  • 입력 2020.07.21 17:21
  • 수정 2020.07.21 17:22
최지은 작가, 김이나 작사가
최지은 작가, 김이나 작사가 ⓒ한겨레출판

″아이가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잘 지낼 것인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겠죠. 그래서 전 ‘그러게요…’라는 말을 입에 장착할 것을 권합니다.”

 

책 ‘괜찮지 않습니다‘, ‘페미니즘 교실’ 등을 쓴 최지은 작가가 신작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한겨레출판)로 ‘결혼과 출산은 세트’란 믿음이 만연한 세태에 질문을 던졌다. 17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서는 이 책 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게스트로는 김이나 작사가가 참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정된 인원만이 참석할 수 있었던 이번 북 콘서트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20명 남짓의 관객들이 속속 자리했다. 이들은 100%의 확신이 아닌 매 순간 찾아오는 흔들림 속에서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 최 작가와 김 작사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최 작가가 아이 없이 살기로 결정한 여성 17명을 만나 ”다른 부부들은 100% 확신해서 결정했을까?”, ”남편과 어떻게 합의했을까?” 등 32가지 고민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책이다.

‘무자녀 맞벌이 부부‘를 뜻하는 ‘딩크’는(DINK·Double Income No Kids)는 많이 알려진 용어지만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었다.

대중문화 기자로 여성의 다양한 이야기를 써온 최 작가는 이날 김 작사가와 글로 맺은 인연을 밝히며 딩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되어 반갑다는 말을 전했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아직 드물고, 그런 사람이 남들 앞에서 딩크임을 고백한 경우는 더욱 드물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 연대감이 싹텄다는 설명이다.

먼저 2018년 MBC ‘라디오스타’에서 딩크임을 고백한 김 작사가는 그날 이후 ‘비출산의 아이콘’이 되어서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방송에서 “내가 국가의 숫자를 위해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며 “자식을 가진 기쁨을 체험하지 못하겠지만 ‘아이 없는 부부끼리 사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출산을 마음놓고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김 작사가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것은 대단한 신념이나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은 ‘고양이를 키워요’ 정도의 사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딩크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최지은 작가, 김이나 작사가
최지은 작가, 김이나 작사가 ⓒ한겨레출판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김 작사가는 ”딩크라고 하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놀랄까”라는 첫 질문을 던졌다.

이에 최 작가는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했는데 아이를 안낳는 것은 반사회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여성이 이런 이야기를 할 경우 존재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기 때문에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작사가는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지‘, ‘낳으면 다 해결돼‘, ‘네 자식은 다 예뻐’라는 말들이 더 놀랍다”며 모든 여성이 모성을 기본 탑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사회 풍토를 지적했다.

딩크족이 가장 많이 받는 우려인 ‘아이 없는 삶에 대한 후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최 작가는 딩크로 살며 ”늙음에 대해 훨씬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나중에 젊고 건강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가족이나 아이에게 도움 받을 가능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라며 미래에 올 불편이나 외로움을 인정하면서도 ”후회를 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 작사가는 ”딩크족으로 살겠다는 건 소위 ‘인생의 청사진’ 같이 대단한 목표가 아니었다”면서 재외국민 신분을 포기했던 경험을 전했다. 출입국 심사 때마다 번거로움을 겪다보니 그야말로 ‘귀찮아서’ 영주권을 포기했을 뿐이건만, 주변에선 태어나지도 않은 김이나 부부의 아이 영주권 획득을 걱정하며 경악했다. 이에 대한 김 작사가의 답변은 명료했다. 아이를 낳아 만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신세계는 분명 출산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는 것일 테지만, 아예 모르는 길이기 때문에 오히려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최지은 작가, 김이나 작사가
최지은 작가, 김이나 작사가 ⓒ한겨레출판

 

최 작가는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발간한 후 독자들의 다이렉트 메시지를 많이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는 ”아이가 없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딩크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는 말이 있었다. 그는 ”타인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딩크란 생각보다 괴로운 문제라는 걸 책을 내고 나서 알았다”고 고백했다.

또 ‘아이가 없으면 빨리 이혼한다’는 시선에 대해선 ”아이가 없는 상태로도 부부관계가 꽤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친밀함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면서 ”아이가 있어서 좋은 순간이 있을 테지만 현재의 평화로운 관계, 적은 일을 적당히 나눠가며 보내는 일상이 깨지는 것에 두려움을 더 느낀다”고 밝혔다. 최 작가는 ”아이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수입이 줄고 노동이 늘어나는데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며 아이의 존재가 반드시 부부의 단단한 매듭이 되어 주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혼을 악마화하는 분위기가 출산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작가는 ”수명이 길어지며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는 약속이 가능할지 생각한다”면서 ”결혼이 오래 유지될 때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혼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더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 작가는 ‘배우자와의 협의’에 대한 질문에  ”(결혼할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의외로 얘기를 많이 나누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딩크‘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의 무례와 오지랖에 잘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다. 최 작가는 아이를 왜 안 낳냐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관련 질문에 ”그러게요”라는 답변을 반복하기를 권유해 웃음을 줬다. 김 작사가도 ”(상대가) 선을 넘을 때 가만히 2초만 침묵하고 바라보라. 그러면 나를 어려워 하더라”라고 ‘꿀팁’을 전수했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엄마‘가 된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자 ‘사적인 영역‘이라는 말을 남겼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에 미리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북 콘서트는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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