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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하러 갔을 뿐" : 트럼프가 지하벙커로 피신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몰려들자 트럼프는 지하 벙커로 급히 몸을 숨겼다.

  • 허완
  • 입력 2020.06.04 14:13
(자료사진) 2020년 6월1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근의 세인트 존스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걸어서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 2020년 6월1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근의 세인트 존스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걸어서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지난주 금요일(5월29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지하 벙커로 급히 몸을 숨겼다. 그는 여객기가 백악관 건물로 추락하더라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하게 지어졌다는 이 ‘대통령 비상작전센터’에서 약 한 시간 가량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피신’을 처음으로 보도한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보면, 대통령과 가족의 경호 등을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은 이날 백악관 인근에서 열린 시위가 폭력적인 양상으로 전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을 벙커로 피신시켰다. 백악관 옆 재무부 건물 근처에 설치된 경찰의 바리케이드가 한 때 시위대에 의해 뚫리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변에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이 초래됐던 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들은 이날 밤의 경험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비밀경호국 경호 요원들과 경찰, 주방위군 등이 동원된 '도보 이벤트'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020년 6월1일
비밀경호국 경호 요원들과 경찰, 주방위군 등이 동원된 '도보 이벤트'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020년 6월1일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3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벙커로 급히 피신했다는 보도를 ”가짜”로 치부하며 자신은 벙커를 ”점검”하러 갔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거기에 아주 잠깐, 짧은 시간 동안 있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의 브라이언 킬미드가 진행하는 라디오쇼 인터뷰에서 말했다. ”(피신보다는) 점검을 위한 방문에 훨씬 더 가까웠다.”

″두세번 정도 내려가봤다. 모두 점검을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언젠가는 (그곳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겠나. 그래서 내려가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벙커에 갔던 건 밤이 아니라 ”낮 시간 동안”이었다고 주장했고, ”우리는 (안전상) 문제를 겪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문제 비슷한 거라도 우리에게 초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밀경호국이 피신을 권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에게 전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려가보기에 좋을 때라고, 언젠가는 필요할 때가 있을 테니 둘러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나와 라파예트공원을 거쳐 세인트 존스 교회를 방문하는 길에 시위 대응에 투입된 경찰과 군 병력을 향해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앞에서 성경책을 든 채 사진 촬영에 임한 짧은 '이벤트'를 벌이기에 앞서, 이곳에서 평화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는 최루가스와 고무탄 등에 의해 해산됐다. 2020년 6월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나와 라파예트공원을 거쳐 세인트 존스 교회를 방문하는 길에 시위 대응에 투입된 경찰과 군 병력을 향해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앞에서 성경책을 든 채 사진 촬영에 임한 짧은 '이벤트'를 벌이기에 앞서, 이곳에서 평화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는 최루가스와 고무탄 등에 의해 해산됐다. 2020년 6월1일. ⓒREUTERS/Tom Brenner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월요일(6월1일)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지사들에게 시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회견을 마친 뒤에는 백악관을 나서더니 도보로 인근의 세인트 존스 교회를 찾았다. 경찰과 주방위군 병력들이 마치 그를 호위하듯 도열했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동행했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사진촬영에 임한 게 전부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 짧은 방문에 앞서 인근에서 평화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은 강제로 해산되어야만 했다. 최루가스와 고무탄 등이 동원된 이 해산작전은 전현직 군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벙커로 숨었다‘는 보도에 격분해 백악관 문 바깥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게 이 ‘사진촬영 이벤트’가 성사된 배경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임기 내내 강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에 집착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적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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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조지 플로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