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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전사한 미국 군인들을 '루저놈들'로 지칭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는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한 미국의 '전쟁 영웅'들을 폄훼했다고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 허완
  • 입력 2020.09.04 19:14
  • 수정 2020.09.04 19:17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외곽의 쉬렌 미군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을 위해 파리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비가 많이 와서' 헬기가 뜰 수 없다는 이유로 전날 엔마른 미국 공동묘지 방문 일정을 취소했었다. 2018년 11월11일.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외곽의 쉬렌 미군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을 위해 파리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비가 많이 와서' 헬기가 뜰 수 없다는 이유로 전날 엔마른 미국 공동묘지 방문 일정을 취소했었다. 2018년 11월11일. ⓒSAUL LOEB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에서 전사한 미국 군인들을 ”루저(패배자)들”, ”쪼다들”로 지칭하고, 왜 전사 장병들에게 예우를 갖춰야 하느냐고 말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며 이같은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미국 대선을 두 달가량 앞둔 시점에 보도된, 선뜻 믿기 힘든 이같은 발언은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의 편집장이자 외교 전문 기자인 제프리 골드버그가 3일(현지시각) 복수의 1차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파리를 방문했을 때 프랑스에 묻힌 미군 전사자들이 있는 ‘엔마른 미국 공동묘지’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직전에 취소했다. 당시 백악관은 비가 많이 내려서 전용 헬기 이용이 어렵고, 차량으로 이동하려면 시내 교통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비밀경호국에서 난색을 표해서 부득이하게 일정을 취소했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당시 관련 논의에 참여했던 네 명의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비 때문에 헤어스타일이 망가질 것을 걱정했고, 미군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게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에 증언했다.

당일 오전 고위 참모들과의 논의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왜 내가 그 공동묘지에 가야하나? 거기는 루저들(losers)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시 백악관은 일정 취소를 발표하면서 존 켈리 비서실장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참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판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파리 외곽 ‘쉬렌 미군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또 이와는 별도의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벨로숲 전투(1918년)’에서 전사한 1800명 넘는 미국 해병들을 사살된 ”쪼다들(suckers)”이라고 지칭했다고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독일의 진격을 저지한 일을 전혀 알지 못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고 한다. ”이 전쟁에서 착한 편(good guys)이 누구였나?”라고 묻는가 하면 왜 미국이 전쟁에 개입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것.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외곽의 쉬렌 미군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2018년 11월11일.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외곽의 쉬렌 미군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2018년 11월11일. ⓒSAUL LOEB via Getty Images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돌출 행동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틱은 ”대통령의 시각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는 전쟁 포로였던 군인들을 왜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태도로 대하는지 진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마찬가지로 군이 전투에서 격추된 조종사들을 왜 기념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일본군에게 격추됐던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을 ”루저”로 지칭한 사례가 최소 두 번이라고 이 매체는 관계자 세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억류돼 고문을 받았던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폄훼한 적이 있다.

″(그는) 영웅이 아니다. 포로가 됐기 때문에 영웅이 된 것이다. 나는 포로가 되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가 2016년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공개석상에서 한 말이다. (두 사람은 내내 사이가 좋지 않았고, 2018년 매케인이 별세했을 때 트럼프가 ‘전쟁영웅’이라는 표현을 백악관 공식 추모 메시지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애틀랜틱은 매케인의 사망을 추모하는 의미로 백악관에 조기가 계양된 것을 보고는 몹시 화를 내더니 측근들에게 ”우리는 그 루저의 장례식을 지원하지 않을 거다”, ”*** 대체 우리가 뭐 때문에 저렇게 해야 하나? 그 자식은 *** 루저다”라고 말했다고 세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알링컨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는 켈리의 아들 로버트 켈리의 무덤을 참배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년 5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알링컨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는 켈리의 아들 로버트 켈리의 무덤을 참배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년 5월29일. ⓒAaron P. Bernstein via Getty Images

 

애틀랜틱은 그밖에도 몇 가지 일화들을 소개했다. 미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쟁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을 트럼프 대통령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들이다.

2017년 메모리얼데이(현충일),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이자 곧 비서실장이 될 존 켈리와 함께 백악관에서 가까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다. 그곳에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켈리의 아들 로버트 켈리가 묻혀있었고, 두 사람은 이 무덤을 참배한 다음 다른 전사 장병들의 유족들을 위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로버트 켈리의 무덤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존 켈리를 향해 몸을 돌리고는 ”나는 도통 모르겠다. 그들에게 대체 뭐가 남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켈리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군인들의 희생 정신을 서투르게 표현한 건줄로만 알았다가 나중에서야 사람들이 ‘(금전적) 거래가 아닌(non-transactional)’ 삶의 선택을 내리는 이유를 트럼프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존 켈리는 이라크 전쟁에도 참전했던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군사 퍼레이드를 기획하던 2018년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상이병(부상을 당한 병사)들은 부르지 말라고 지시했던 일도 있었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청중들이 ‘장애인’들을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걸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금전적으로 돌아올 게 없는 다른 모든 일은 가치가 없다고 믿으며, 재능이 있는데도 부자가 될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사람을 ”루저”라고 생각하는 인물이 바로 트럼프라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에서 합동참모본부 의장이었던 조지프 던포드의 브리핑을 듣고는 트럼프가 측근들에게 했다는 말을 소개했다. ”이 양반 똑똑하네. 근데 왜 군대에 간 거지?”

이 보도 직후, AP의 제임스 라포르타 기자는 ”방금 나와 대화한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이 보도의 내용이 전부 맞다고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꾸며낸 이야기”이자 ”가짜뉴스”라며 강하게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선거운동 유세를 마치고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잔뜩 분노한 어조로 기자들에게 말했다.

″전사 영웅들에 대해 내가 그런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는 걸 어떤 것에라도 맹세할 수 있다. (나보다) 그들을 더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 (...) 어떤 동물도, 누구도 그와 같은 말을 하지 않을 거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학업과 건강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네 차례에 걸쳐 징집을 유예했다. 그의 최측근 ‘집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2019년 의회 청문회 증언에서 고의로 징집을 회피한 것이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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