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2월 08일 12시 52분 KST

트럼프의 셀프 사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법적으로는 꽤 복잡한 문제다

트럼프가 스스로를 사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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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2020년 11월13일.

워싱턴 (A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를 사면할 ”절대적인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과는 달리, 관련 법 조항은 훨씬 더 흐릿하다.

그동안 어떤 대통령도 임기 중에 스스로에 대한 사면을 시도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남은 6주 동안 이를 시도한다면 그는 헌법이나 법원의 명확한 지침이 나와있지 않은 법적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 건국자들이 모호하게 남겨 놓았으므로 애매할 수밖에 없고, 법원에서 한 번도 다퉈진 적이 없는 이 질문을 놓고 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모든 현실적 시나리오를 예측해 법 조항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이 있는 것이다.” 볼티모어대의 법학 교수 킴벌리 웰리가 말했다.

 

트럼프의 사면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건 퇴임 후 트럼프가 여러 건의 수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세금 당국과 은행, 사업 파트너들을 속였는지에 대한 뉴욕주의 수사도 포함되어 있다.

‘셀프 사면’이 가능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연방범죄를 저지른 사람들(기소 됐거나 아직 기소되지 않았거나)에 대한 대통령의 폭넓은 사면권을 헌법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이나 조항은 없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셀프 사면’이 다른 헌법 조항은 물론, 법의 근본적인 원칙과도 충돌한다고 말한다. 미국 헌법(제2조 2항)에는 ”대통령은 탄핵의 경우를 제외하고 연방 법을 어기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형의 집행 정지 및 사면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되어 있는데, 건국자들이 대통령의 사면권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 이는 사면권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대상으로 행사되는 권한이라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미시간주립대 법학 교슈 브라이언 칼트는 ”사면을 정의하는 부분에 내포된 뜻과 사면을 승인한다는 개념에 내포된 뜻을 분리해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은 ‘승인한다(grant)’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이건 (사면을 승인하는 사람과 사면을 받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 무언가를 승인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사면할 수는 없다.”

또한 ‘셀프 사면’은 누구도 자신이 얽힌 사건의 재판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근본적인 원칙과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바로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임 며칠 전, 법무부 법률자문단(OLC)이 대통령의 셀프 사면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언급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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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짧은 브리핑을 마친 뒤 백악관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2020년 11월24일. 

 

그러나 당시 OLC는 법적으로 용납 가능한 우회 경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한 바 있다. 대통령이 수정헌법 제25조에 따라 스스로 일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권력을 부통령에게 넘기고 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대통령은 사임하거나 권력을 다시 넘겨받아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고 OLC는 밝혔다.

다만 트럼프가 그렇게 할 것인지 여부는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불확실하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검토 가능성을 언급해왔던 ‘셀프 사면‘은 한 편으로는 규범을 파괴하는 행동들로 점철된 트럼프 정부의 마지막으로 꼭 어울리는 조치가 될 것이다. 반면 이와 동시에 ‘셀프 사면’은 자신은 사면을 받아야 할 죄를 지은 게 전혀 없다던 그의 반복된 주장과 배치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어쨌거나 트럼프는 오랫동안 ‘셀프 사면’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13개월차로 접어들던 2018년 6월, 트럼프는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수많은 법학자들이 밝힌 것처럼 나에게는 나를 사면할 절대적인 권한이 있지만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왜 그렇게 하겠는가?”

뮬러 특검 수사보고서는 연방 검사들이 사법방해죄로 트럼프를 기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팩트들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가 만약 스스로를 사면했음에도 검찰이 그를 기소하려 할 경우, 대통령의 ‘셀프 사면’ 문제는 처음으로 법정에서 재판관들의 판단을 받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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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퇴임 이후 면책특권이 사라지면 본격적으로 여러 건의 수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사진은 루 홀츠 전 미식축구 코치에 대한 '자유의 메달' 수여식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020년 12월3일. 

 

하버드대 로스쿨의 법학 교수를 지냈던 마크 터쉬넷은 법원이 대통령의 ‘셀프 사면’을 뒤집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와 같은 행위는 헌법 제정자들이 질색했을 권한남용(abuse of power)의 구성 요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제정자들은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사면할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거라고 나는 본다. 그래서 그와 같은 가능성에 대해 (헌법 조항에) 아무런 말도 남겨놓지 않은 것이다.” 그가 말했다.

대통령의 사면이 (연방 범죄가 아닌) 주 범죄에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셀프 사면’이 트럼프가 직면한 주 차원의 수사들에는 소용 없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러나 터쉬넷은 트럼프의 변호인들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들먹이면서 연방 차원의 사면을 받은 똑같은 행위에 대해 뉴욕주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 차원에서 보면, ‘셀프 사면’은 조 바이든 정부의 법무부가 트럼프를 기소하는 데 있어서 분명 제약으로 작용한다. 반면 바이든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아젠다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고 트럼프에게 계속해서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수 있는 기소를 둘러싼 (골치아픈) 질문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포드햄대의 법학 교수 에단 립은 대통령이 개인의 이득보다는 공공의 이해관계에 복무해야 한다는 건 오랫동안 성립된 규범이라고 말했다. 이번 건의 경우, 그는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혼란에 빠뜨리고 ”내전을 촉발”할 수 있는 분열적인 기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므로 ‘셀프 사면’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대통령이 딱히 공공성이 있다거나 공공의 이익을 염두에 두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