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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치인이 쓴 건가?' : 트럼프가 밑도 끝도 없이 긴즈버그의 유언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이번주 내로 긴즈버그의 후임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스완턴, 오하이오주. 2020년 9월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스완턴, 오하이오주. 2020년 9월21일. ⓒASSOCIATED PRESS

지난 18일(현지시각) 사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손녀에게 ”나의 가장 강렬한 소원은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나를 대신할 사람이 임명되지 않는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빈자리를 보수파 판사로 채우고 싶어하는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긴즈버그가 별세한 바로 그 날 밤, 그 유언을 무시했다. 그리고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가 그런 유언을 남긴 적이 없다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시도했다.

이날 오전 폭스뉴스 인터뷰에 출연한 트럼프는 긴즈버그의 유언이라는 건 없었고, 실제로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쓴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꺼냈다.

″그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니면 애덤 시프(민주당 하원의원)나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민주당 소속 하원의장)이 쓴 건가?” 트럼프가 물었다. ”좋은 말처럼 들리긴 하는데 슈머가 쓴 것처럼 들린다.”

트럼프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NPR에 따르면, 긴즈버그는 직접 이같은 말을 손녀 클라라 스페라에게 남겼다.

 

시프 의원은 트럼프의 이같은 음모론을 맹비난하며 ”(새 대통령의) 취임 전에 인준은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긴즈버그의 사망으로 ‘보수 5 대 진보 3’ 구도가 된 연방대법원에 보수적인 인물을 후임 대법관으로 지명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토요일(26일)까지 후임을 지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보수적인 인물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국 사회에서 총기 보유 권리 등과 함께 가장 치열한 사회 쟁점 중 하나인 임신중단(낙태)에 반대하는 인물을 앉히겠다고 콕 집어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의도대로 연방대법원이 ‘보수 6 대 진보 3’로 재편될 경우, 앞으로 수십년 동안 다양한 사회적 쟁점들에 대한 보수적인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방대법원은 최종심(3심)을 다루는 미국 최고(最高) 법원이자 한국의 헌법재판소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어서 주요 국면마다 미국 사회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역할을 해왔다.

연방대법원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편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개표 결과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경우 재판이 연방대법원으로까지 넘어갈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우편투표가 조작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왔다.

루스 베디어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자신의 후임을 지명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진은 연방대법원 앞에 모인 한 추모객이 꺼낸 플래카드. 2020년 9월19일.
루스 베디어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자신의 후임을 지명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진은 연방대법원 앞에 모인 한 추모객이 꺼낸 플래카드. 2020년 9월19일. ⓒmpi34/MediaPunch/MediaPunch/IPx

 

공화당 의원들도 상원 인준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2월, 보수 성향인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사망하자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DC 항소법원의 메릭 갈랜드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당시 상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은 (곧 퇴임할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이 실시되는 해에 후임을 지명해서는 안 되고, 그 기회를 후임 대통령에게 넘겨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인준을 거부했다.

″대통령 선거 한복판에 있는 만큼, 우리는 다음으로 누구를 대법원 종신직으로 지명할 것인지 미국 인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당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했던 말이다. 대선이 9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올해 대선은 6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53명 대 47명(민주당 및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으로 다수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 똘똘 뭉친다면 민주당이 후임자 인준을 저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공화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메인)과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이 대선 전 인준표결에 반대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 허프포스트US의 Trump Spreads Disinformation About Justice Ruth Bader Ginsburg’s Dying Wish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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