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8월 27일 19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8월 27일 19시 07분 KST

[공화당 전당대회] 트럼프의 공화당이 1968년 닉슨의 인종차별적 선거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

오랫동안 공화당이 남부 백인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써왔던 인종 분열 조장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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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첫째날 행사에 등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공화당은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2020년 8월24일.

서배너, 조지아주 (AP) - 빈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공화당 대선후보는 선거운동의 핵심 주제로 화제를 전환했다. 미국 전역으로 번진 시민권 시위가 초래한 혼란을 규탄한 것이다.

″우리는 빈곤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300여개의 도시를 분열시켜 이 나라 전역에서 200명의 사망자와 7000명의 부상자를 초래한 폭동을 얻었다.” 1968년 10월3일, 애틀랜타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타운홀에서 리처드 닉슨이 말했다. 이 모습은 남부지역 전역으로 중계됐다. 그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고, 시위대를 ”미국을 파괴하고 불태우려고 하는 사람들”로 매도했다. 몇 개월 뒤 그는 백악관에 입성했다.

이게 바로 훗날 닉슨의 ‘남부 전략’으로 알려지게 된 전략이었다. 지나치게 인종주의적인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도 인종 분리 철폐와 평등한 권리 보장을 반대하는 남부지역 백인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범죄와 무법에 대한 공포를 활용한 것이다. 이건 이후 수십년 동안 공화당이 갈고닦은 전략이기도 했다. 공화당은 이를 통해 남부 지역에서 우세를 점하게 됐고,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의 구도와 인종을 둘러싼 미국 내의 논쟁 방향을 바꾼 정치적 재편을 이뤄냈다.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례다. 

대선후보를 지명하기 위한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폭력에 대한 시위의 일부 폭력을 지목해가며 미국 거리의 무법상태를 거듭 경고했다. 공화당은 자신의 집 앞을 행진하는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눈 것으로 유명한 세인트루이스의 부부를 연사로 초대했다.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와 민주당 조 바이든의 선거는 ”교회, 직장, 학교 대 폭동, 약탈, 반달리즘”의 대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6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의 미국에서 여러분은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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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주. 2020년 8월26일.

 

역사학자들과 정치 전문가들은 이같은 메시지 전략이 어느 핏줄에서 나왔는지는 명확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닉슨이 민주당에게서 백악관을 되찾아오는 데 도움이 됐던 것과 똑같은 전략을 트럼프가 채택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와 같은 전략이 과연 이번에도 통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미국은 다양성이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신음하고 있어 공화당 현직 대통령을 다시 선택할 지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인종적 공포와 불안을 부추겼던 고전적인 각본을 먼지구덩이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흑인으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조지아주 새버나시의 시장을 지냈던 오티스 존슨이 말했다. 그는 1969년 닉슨이 출마했을 때 애틀랜타의 대학원생이었다. 존슨은 트럼프의 전략이 ”내게는 50년 전의 재연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에서 인종 분열을 조장하고 백인 유권자들을 단합시킨 역사는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전쟁이 있기 전에도 빈곤한 남부 백인 유권자들이 부유한 토지주들에 동조해 투표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예들의 반란이 있을지 모른다는 험악한 경고가 활용되고는 했다는 게 케이스 개디 오클라호마대 교수의 설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고국으로 돌아온 흑인 병사들이 투표권을 요구하고 이들과 함께 복무했던 백인 참전군인들의 지지를 확보해나갔을 때도,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계속해서 인종 분열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그저 노골적이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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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닉슨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마이애미비치, 플로리다주. 1968년 8월9일. 

 

″인종통합에 대한 백인들의 우려를 자아내기 위한 표현들이 다양한 정책들과 연계되어 등장했다.” 개디 교수가 설명했다. ”‘이웃학교‘는 인종 분리 학교나 버싱(busing; 백인·흑인 학생이 똑같은 통학버스에 타도록 하는 인종통합 정책) 반대의 암호였다. ‘안전한 거리‘나 ‘안전한 이웃 동네‘, ‘법과 질서’ 같은 표현들은 기본적으로 ‘흑인들을 계속 기존 규칙에 묶어두겠다’는 뜻이었다.”

1964년에 공화당 배리 골드워터가 대선에서 낙선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부는 견고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다. 그는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인종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민권법에 대한 반대를 내세워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미시시피, 조지사,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했다.

4년 뒤, 닉슨은 인종 분리 정책 폐지 반대자이자 민주당 소속으로 앨라배마 주지사를 두 차례 지냈던 무소속 조지 월리스 후보와 남부 유권자들을 두고 대선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닉슨은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을 떠나게 하지 않으면서도 남부 유권자들을 월리스에게서 빼앗아와야만 했다.

1968년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닉슨은 ”도시들이 연기와 화염에 휩싸인” 상황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한 ”법과 질서가 인종주의의 음어(code word)”라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우리의 목표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정의”라고 말했다.

그러나 훗날 대통령도서관에 의해 공개된 닉슨의 1968년 선거운동 문건에는 인종 갈등을 활용하겠다는 의도였음이 드러난다. 민주당의 보수성향 유권자들을 공화당으로 끌어오기 위해 ”법과 질서/니그로 사회-경제적 혁명 징후”를 강조할 것이라고 당시 캠프 전략가 케빈 필립스는 적었다. 그는 닉슨이 ”범죄, 연방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탈중앙화, 법과 질서를 계속해서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 날이 밝았고, 닉슨은 테네시, 버지니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니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애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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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간 분열과 공포를 조장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전략은 사실 공화당이 오랫동안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 활용해왔던 '남부 전략'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역사학자들은 이후 공화당 대통령들이 각자 상황에 맞게 이 전략을 차용해왔다고 말한다.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 선거 유세에서 ”주(state)들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선언했고, ”복지 여왕(welfare queen ; 노력 없이 복지 혜택만 누리려는 사람들을 게으른 여성에 빗댄 성차별적 표현)”들을 겨냥했다. 1988년, 조지 H.W. 부시 선거캠프와 지지자들은 경쟁후보인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에게 범죄에 미온적이라는 혐의를 씌우기 위해 주말 휴가를 받아 교도소에서 나왔다가 여성을 강간한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성 윌리 호튼을 활용했다. 

두 대통령들에게 자문을 했던 리 앳워터는 이같은 ‘남부 전략’의 진화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인종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어필 대신 ”훨씬 더 추상적”으로 언급하고,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버싱이나 세금, 사회서비스 축소 등에 대한 주정부들의 권리 같은 (언뜻 인종과는 무관해보이는) 것들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흑인들은 백인들보다 더 쉽게 다친다.”

1981년 인터뷰에서 앳워터는 이 이슈가 매우 암호화된 탓에 유권자들은 그 표현들을 인종주의적인 것으로 의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대선후보가 되기 전부터도 인종주의 관련 비판에 시달렸다. 그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이 아닌 곳에서 태어났으므로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잘못된 주장을 펼쳐 널리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로는 미국에 불법 입국하는 일부 이민자들을 ”동물들”로 폄하했다. 3년 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충돌하자 ”양쪽 모두에 매우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런 보다 미묘한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걸 그다지 잘 하지 못한다.” 애틀랜타 에모리대학의 앨런 아브라모비츠 교수가 말한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비밀을 누설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주 공화당 전당대회에 나온 연사들은 트럼프가 인종주의자라는 세간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식축구 스타였던 허셜 워커는 트럼프를 ”흑인과 모든 미국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싸우는” 오랜 친구로 소개했다.

″딥사우스에서 자라는 동안, 나는 바로 앞에서 인종주의를 목격했다.” 그가 24일 전당대회 연설에서 말했다. ”나는 그게 뭔지 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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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주. 2020년 8월26일.

 

남부 출신인 민주당 지미 카터(제39대 대통령)와 빌 클린턴(제42대 대통령)에게 대선을 내준 뒤, 공화당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와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유권자들을 공략함으로써 남부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앤지 맥스웰 아칸소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오랜 남부 전략 : 남부 백인 유권자들에 대한 공략은 어떻게 미국 정치를 바꿨나’ 책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음어화된 인종주의적 메시지는 여전히 계속해서 그 속에 섞여들어갔으며, 결과적으로는 이에 동조하는 남부 바깥의 유권자들까지 공략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인종적 적개심, 반(反)페미니즘, 기독교 국가주의에는 지리적 경계가 없다.” 맥스웰 교수의 말이다.

트럼프의 남부 전략이 반드시 남부 유권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의 타깃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위스콘신 같은 경합주의 노동계급 백인 유권자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아브라모비츠 교수는 짚었다.

이 전략이 과연 통할까? 맥스웰 교수는 폭력시위 발발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인한 문제들, 예를 들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도 안전한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는 미국인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가 관심을 촉구하고 있지만 ‘무법상태’가 바로 그의 통치기간 중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다.” 아브라모비츠 교수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현직 대통령이 ‘우리에게 이런 끔찍한 문제들이 있다. 나를 뽑아주면 내가 해결하겠다’는 공약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조금은 기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