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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국경장벽 : 4년이 지났는데 고작 5km가 새로 세워졌고, 멕시코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국경장벽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 허완
  • 입력 2020.06.24 11:17
  • 수정 2020.06.24 11: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세워진 장벽을 둘러보고 있다. 샌루이스, 애리조나주. 2020년 6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세워진 장벽을 둘러보고 있다. 샌루이스, 애리조나주. 2020년 6월23일. ⓒASSOCIATED PRESS

워싱턴 - 2000마일(약 3219킬로미터)에 달하는 철근 콘크리트 재질의 ”위대한 장벽(Great Wall)”을 짓고 멕시코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한 지 4년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예산을 전용한 돈으로 3마일(약 4.8킬로미터) 길이의 철제 담장을 추가로 세운 것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건 가장 강력하고 세계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완전한 구조의 국경 장벽이다.” 애리조나주 유마에 위치한 멕시코 국경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212마일의 장벽이 지어졌으며 연말까지 총 500마일에 가까운 장벽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경이 이보다 더 안전했던 적은 없다.”

사실 지금까지 지어졌다는 212마일의 장벽 중 기존에 아무 것도 없었던 구간에 새롭게 세워진 건 고작 3마일 뿐이다. 나머지는 기존 담장을 보수하거나 대체한 것으로,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부터 시작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도 계속됐던 작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장벽 200마일 달성'을 기념하는 명패에 서명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샌루이스, 애리조나주. 2020년 6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장벽 200마일 달성'을 기념하는 명패에 서명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샌루이스, 애리조나주. 2020년 6월23일. ⓒSAUL LOEB via Getty Images

 

또한 18피트(약 5.5미터)에서 30피트(약 9.1미터) 높이에 달하는 이 담장들은 휴대용 전기톱으로 손쉽게 뚫리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테드 크루즈(공화당 상원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는 병적인 거짓말쟁이다.”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 스튜어트 스티븐스가 말했다.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크루즈가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맹렬히 비판하며 했던 말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던 그 날부터 멕시코에서 오는 불법 이민을 차단하기 위한 ”위대한 장벽”을 짓겠다고 공언해왔다.

″나는 위대한 장벽을 지을 거다, 나보다 장벽을 더 잘 짓는 사람은 없다, 정말이다, 나는 매우 적은 비용으로 지을 거다.”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가 했던 말이다. ”나는 우리 남쪽 국경에 위대한, 위대한 장벽을 지을 거다. 그리고는 멕시코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다. 내 말을 잘 들어둬라.”

샌루이스, 애리조나주. 2020년 6월23일.
샌루이스, 애리조나주. 2020년 6월23일. ⓒASSOCIATED PRESS

 

그 다음 17개월 동안, 그는 장벽을 신속하게 지을 것이라거나 미국 국민들의 세금 부담은 한 푼도 없게 하겠다고 수백번이나 약속했다. 그는 이 장벽이 최소 30피트 높이가 될 것이고, 장벽 밑을 파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땅 속 깊은 곳까지 장벽이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했었다. 2015년 12월 버지니아주 머내너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건설 계획의 디테일한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건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질 거고 철근을 집어넣을 거다. 강철 말이다.” 당시 한 어린이의 질문을 받은 트럼프가 했던 말이다. ”이 장벽은 훌륭하고 단단한 기반 위에 세울 거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뒤로 그는 멕시코에게 장벽 건설 비용을 부담시키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개정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이나 멕시코 노동자들이 고국에 송금한 돈이 건설 비용 조달에 들어간다는 거짓말을 수없이 하긴 했지만 말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백악관에 입성한 지 1년이 넘도록 장벽 건설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고, 2018년 봄 폭스뉴스가 이를 비판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장벽이 스스로 지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트럼프는 한 때 자신이 원하는 장벽 건설 예산 250억달러(약 30조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조3000억달러(약 1566조원)짜리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결국에는 6억4100만달러(약 7720억원)로 쪼그라든 신규 장벽 예산이 포함된 예산안에 서명했다.

국경장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국경장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SAUL LOEB via Getty Images

 

1년여 뒤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트럼프의 예산안 승인 거부로 초래된 정부 부분적 셧다운 사태 이후 그는 한 걸음 물러서며 쪼그라든 예산을 수용했다. 그 대신 그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더니 국내외 미군 기지의 건설 사업 목적으로 책정됐던 군사 예산을 장벽 건설에 투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온 힘을 다해 우리를 가로막는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이 ”열린 국경”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벌어진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를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전날(22일) 밤 백악관 인근에 자리한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시도한 시위대를 비판했다. (1829년부터 1837년까지 미국 제7대 대통령을 지냈던 잭슨은 백인 우월주의에 입각해 원주민 추방에 앞장섰던 인물로 기록된다.)

″이건 평화 시위대의 행동이 아니다. 이건 전체주의와 독재자들,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이다.” 트럼프가 시위대를 언급하며 말했다.

그는 시위에 나선 사람들이 ”우리의 역사를 증오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좌파 패거리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 허프포스트US의 4 Years Later, Only 3 New Miles of ‘Wall’ And Not A Single Peso From Mexico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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