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뭐라고 부를까? 정답은 ‘각하’다. 그것도 9차례나 그렇게 불렀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은 친서 내용이 공개됐는데, 여기엔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 몇 가지가 있다.
우드워드가 입수한 편지는 총 27통. 이 중 25통은 새롭게 공개된 것들이다.
트럼프 ”김정은은 핵무기를 너무 사랑해서 못판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도 담겼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를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정말 큰 거래”였고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이는 집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정말로 비슷하다. 그들은 이것을 팔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각하”
공개된 편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부르는 호칭이었다. CNN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Your Excellency’라고 불렀다. 우리 말로는 ‘각하’를 의미한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 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답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잡은 그 역사적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그날의 영광을 다시 체험하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과 각하 사이의 또 다른 회담”은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이 편지는 김 위원장이 지난 2018년 12월25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만난 뒤다. 편지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9차례 ‘각하’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장에서도 당시 무르익었던 평화 분위기가 묻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를 받고 3일 뒤인 2018년 12월28일 김 위원장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는 ”당신처럼, 나도 우리 두 나라 사이에 큰 성과가 있을 것이며 그것을 할 수 있는 두 지도자는 당신과 나뿐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썼다.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
두 사람의 다정한 편지는 다음 해에도 이어진다.
2019년 6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103일 전 하노이에서 나눈 매 순간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영광의 순간”이라며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편지를 썼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로 만났던 2019년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있은 후 6개월 뒤에 작성된 편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의 세 번째 만남을 앞두고 김 위원장에게 편지로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 오직 당신과 나만이 함께 일해서 두 나라 사이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70년의 적대를 종식해 우리 모드의 최상의 기대를 뛰어넘는 한반도 번영의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 번째 판문점 회동 후 트럼트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1면 사본을 김 위원장에게 보내면서 ”오늘 당신과 함께 한 것은 정말로 놀라웠다”라고 전했다. 당시 뉴욕타임스 1면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사진이 실렸다.
김정은, 한미 군사 훈련에는 ”불쾌하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특별한 우정”을 편지를 통해 나눴다. 하지만 그 우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판문점 회동이 있고 한 달 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나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당신에게 이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다. 나는 정말, 매우 불괘하다”며 ”각하, 나는 내가 이런 솔직한 생각을 당신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 어마어마하게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완전 중단되지 않은 점에 대한 불만이었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