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7월 03일 16시 53분 KST

미국이 엄청난 돈을 들여 전 세계에서 최고급 첩보를 수집해와도 트럼프는 도무지 읽지 않는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게 미국 군인을 살해하는 대가로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첩보를 '보고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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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일 아침마다 올라오는 '대통령 일간 브리핑(PDB)'을 거의 읽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 - 미국 국민들이 매년 내고 있는 막대한 규모의 세금으로 수천명의 전문가들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첩보를 바탕으로 매일 아침마다 대통령에게 브리핑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이 첩보 브리핑에 점점 더 흥미를 잃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핵 보유국인 인도와 중국이 국경을 두고 충돌하던 6월 한 달 동안, 적어도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 재임) 이래로, 어쩌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1961년 재임) 이래로 가장 적은 업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트럼프가 일간 정보브리핑을 받은 건 단 7차례에 불과다. 북한 김정은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던 4월에는 불과 8번에 그쳤다.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미국에서도 알게 모르게 퍼져나가던 2월, 트럼프가 일간 정보브리핑을 받은 건 고작 3일이었다. 플로리다 남부에서 골프를 친 4일이나 선거 유세에 나섰던 5일보다도 적다.

허프포스트가 분석한 트럼프의 일간 일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트럼프가 정보브리핑을 받은 건 41회에 불과했다. 대략 열흘에 한 번 꼴이다.

처음 취임했을 때만 해도, 트럼프는 거의 매일 정보브리핑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뜸해지더니 2017년 10월에는 13번, 2018년 12월에는 12번에 그쳤다. 2018년 2월6일부터는 공개 일정에서 ”일간 정보브리핑”이라는 표현 대신 ”정보브리핑”이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일간”이라는 속성도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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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017년 1월28일 - 취임 일주일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지금도 ‘대통령 일간 브리핑(PDB)’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첩보를 취합한 서면 브리핑 자료가 매일 아침마다 대통령에게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전직 백악관 직원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걸 읽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첩보 분석 자료처럼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더욱 그렇다.

″그는 그저 새로운 팩트들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인 거다.” 볼턴이 CBS뉴스에 말했다. ”정보브리핑에는 원래 들어가야 하는 정보보다 적은 내용이 들어가고 있다. 그걸 바꿀 방법들을 모색해보기도 했는데, 부질없는 노력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로 일했고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지냈던 네드 프라이스는 정보브리핑에 관심을 기울일 의지가 없는 트럼프가 정보기관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한 채 정책 대응 논의에 참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의 집계가 ”부정확”하다며 공개 일정이 트럼프의 정보보고 현황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CIA로부터 매주 몇 차례씩 종합적인 정보브리핑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이 관계자의 말이다. ”또한 그는 대통령 보고사안이라고 판단되는 핵심 첩보 사안에 대해 온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과 비서실장으로부터 주기적으로 보고를 받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어떤 정보브리핑은 공개 일정에 포함되고 다른 정보브리핑은 포함되지 않는지에 대한 후속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또 공개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정보브리핑의 사례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 케일리 매커내니는 허프포스트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화요일(6월30일) 브리핑에서 매커내니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보고서를 ‘읽는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마주한 위협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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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Spirit of America Showcase' 전시회에서 야구 방망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년 7월2일.

 

그러나 정보브리핑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 없음이 문제로 떠오른 건 이번이 벌써 올해 두 번째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언론들은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군인들에게 미국 군인들을 살해하는 대가로 보상금을 지급해왔다는 사실을 미국 정보기관들이 파악했지만, 트럼프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트럼프의 ‘대통령 일간 브리핑’에는 코로나19의 막중한 위협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자신의 리조트 마러라고에서 골프 휴가를 즐기고 있던 트럼프는 1월6일이 되어서야 첫 번째 정보브리핑을 받았다. 1월 한 달 동안에는 총 9번에 불과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딱 다섯 단어로 이런 상황을 비판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나는 일간브리핑을 읽을 것이다.”

 

근대 역사상 가장 게으른 대통령

트럼프의 정보브리핑이 다시 화제로 떠오르면서 그의 직무 습관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보통 매일 아침 6시45분에 집무실로 출근해 정보보고를 받았다. 종종 운동을 위해 오후에 휴식 시간을 갖기는 했지만 말이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운동을 마치고 9시까지 출근하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매일 아침마다 아이패드로 ’대통령 일간 브리핑’을 받았다.

반면 트럼프는 관저에서 TV를 보고 방금 본 내용을 트윗으로 올리는 데 대부분의 아침 시간을 쓴다. 그가 정오 전까지 출근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인간은 한정적인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흔치 않은 이론(이른바 ‘배터리 이론’)의 신봉자로서 운동도 하지 않는다. (운동을 할수록 빨리 죽게된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게으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그만큼의 관심이 쏟아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책 ‘트럼프 : 정상에서 살아남기’를 대필한 찰스 리어슨의 말이다. ”어쩌면 게으름이야말로 그의 가장 핵심적인 결함일지도 모르겠다.”

간소한 업무 스케쥴은 수십년 동안 트럼프의 습관이기도 했는데, 이는 그가 20대 후반에 아버지가 일군 부동산 사업을 물려 받으면서 현재 가치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이 넘는 돈을 상속 받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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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016년 5월10일 - 도널드 트럼프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트럼프타워의 사무실에서 AP와 인터뷰 도중 큰 딸 이방카 트럼프의 전화를 받고 있다.

 

자신의 책 ‘거래의 기술’에서 트럼프는 하루 일정을 미리 계획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무실에 가서 전화 몇 통을 돌린 다음 어떤 게 나오는지 보는 쪽을 선호한다는 것. ”나는 매우 느슨하게 움직인다.” 대필작가 토니 슈워츠가 받아적은 트럼프의 말이다. ”나는 매일 출근해서 무슨 일이 생겨나는지 보는 편이다.”

리어슨은 트럼프가 성공적으로 퍼뜨렸던 가장 큰 거짓말은 그의 사업 수완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러 스케쥴을 비웠고, 가능한 그 전날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려고 했다. (...) 그는 어떤 것도 배우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트럼프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트럼프가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을 때에도 이런 습관은 계속됐다. 선거운동 첫 몇 개월 동안 다른 후보들이 초기 경선이 치러지는 주들을 오가며 하루에도 몇 건씩 일정을 소화할 때, 트럼프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유세에 나선 게 전부였고,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빌딩(트럼프타워)에서 가진 원격 TV 인터뷰 위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트럼프가 백악관 내 그 어느 누구보다도 많이 일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도 지난 4월에 트위터에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를 아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나를 아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아마도 역사상 어느 대통령보다 첫 3년 반 동안 가장 많은 일들을 해냈을 것이다. 가짜뉴스는 그걸 못 견뎌한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고, 무역협상과 군대 재건 등을 신경 쓰느라 몇 개월 동안이나 (병원선 ‘컴포트’를 맞이하기 위해 갔던 것만 빼놓고) 백악관을 떠나지 않았는데 망해가는 뉴욕타임스가 내 업무에 대해 가짜로 기사를 쓴 걸 읽게 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밋 롬니 전 대선후보 밑에서 일했던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 스튜어트 스티븐슨은 트럼프와 그의 직원들이 트윗 올리는 것과 의미 있는 업무를 혼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꼭 유아 같다. 자신 만의 눈 앞의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집중도 못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의 말이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동안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것도 지치는 일이긴 하지만, 그건 업무가 아니다.”

 

″브리핑”이 무엇이냐에 따라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러시아가 미국 군인 한 명을 살해하는 대가로 최대 10만달러를 내걸었다는 첩보 관련 대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백악관 관계자들은 2월27일자 정보브리핑에서 트럼프가 구두로 보고를 받은 것과 그날 ‘대통령 일간 브리핑’ 문서에 담긴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해왔다.

″이걸 (구두) 보고에서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 3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CIA 직원이었다.” 매커내니 대변인이 1일 말했다. 보고자로 나섰던 이 직원이 러시아가 내걸었다는 포상금에 대한 정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국가안보보좌관도 그 결정에 동의했다. 그는 훌륭한 직원이고, 일을 잘 해왔지만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거다. 그건 올바른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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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018년 8월16일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9년 3월에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현상금' 관련 첩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커내니 대변인의 주장은 백악관에 이 정보가 처음 전달된 게 2019년의 일이고,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이 직접 트럼프에게 이 정보를 전달했다는 여타 보도들을 해명하지 못한다. 볼턴은 AP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지만 지난 주말 N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 첩보를 보고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트럼프는 1일 이 모든 보도를 ”날조”로 규정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보도를 싸잡아 비난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써왔던 표현이다.

″이 모든 게 나와 공화당을 비방하려고 시작된 가짜뉴스 언론 날조라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이 있나. 나는 (이와 관련해)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그들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었든 대통령 선으로까지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와 측근들은 구두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핑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가 ‘대통령 일간 브리핑’을 읽지 않으며,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고 자인하는 꼴이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대변인 앤드루 베이츠는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들에 대해 읽고 보고를 받는 것으로 매일 일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정오에 출근하고, 그 모든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트위터에 자신의 불평을 늘어놓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스티븐스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는 배경에는 보다 불길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약점을 잡힌 거다. 그는 우리 정보기관들이 그 약점의 원인을 알아낼까봐 두려운 거다.” 스티븐스의 주장이다. ”그래서 그는 러시아에 관한 첩보를 싫어하는 거다.”

 

* 허프포스트US의 America Spends Billions To Get The Best Intel In The World But Can’t Make Trump Read It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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