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이후 아직 회복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하며 ‘독감보다 훨씬 덜 치명적‘이라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삭제했고, 트위터는 경고 문구와 함께 ‘숨김’ 처리했다.
3일 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백악관에 복귀한 다음날인 6일 아침(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독감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어떨 때는 10만명 넘는 사람들이 백신이 있음에도 독감으로 사망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를 걸어 잠그나? 아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코로나19가) 훨씬 덜 치명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코로나19가 독감보다 ”훨씬 덜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분석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코로나19의 치명률은 독감보다 최대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코로나19 허위정보 유포 행위를 막기 위한 자체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정책소통 매니저는 ”코로나19의 심각성에 관한 부정확한 정보를 삭제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 포스트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숨김’ 처리했다. 이용자가 트윗을 클릭하면 ”코로나19에 관해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유해할 수 있는 정보”를 규제하는 트위터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안내 문구가 뜬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던 2월말 브리핑에서 ”이건 독감의 일종”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월초에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 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직접 설명하는 내용의 녹음파일도 폭로됐다. 그가 의도적으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하고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대목이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가볍게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극우 음모론자들의 허무맹랑한 음모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사람들에게서 자유를 빼앗고, 5G와 백신으로 인류를 통제하려는 빌 게이츠나 힐러리 클린턴, 톰 행크스 같은 이들의 ‘기획 자작극’이라는 게 음모론의 뼈대다.
최근 코넬대 연구진은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정보의 최대 진원은 다름 아닌 미합중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J. 트럼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백신접종 반대모임이나 5G 반대론자 같은 이들이 퍼뜨리는 허위정보의 양이 ”더 힘있는 행위자, 특히 미국 대통령”의 그것보다 훨씬 적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히 전염병에 관한 허위정보 유포와 그 영향, 즉 ‘인포데믹(infodemic)’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HIV / AIDS 발병사태 같은 이전의 팬데믹에서 허위정보와 이것이 정책에 미친 영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한 곳에서만 30만명의 추가 사망자 발생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이와 비슷하거나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미 공론장을 상당히 오염시키고 있는 인포데믹에 대처하기 위한 훨씬 더 큰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