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9월 10일 13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9월 10일 13시 49분 KST

밥 우드워드의 폭로 : 트럼프는 처음부터 코로나19 위험 알고도 고의로 축소했다

트럼프는 폭로 내용을 시인하면서도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Pool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오래 전에 코로나19의 위험을 알고도 일부러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닉"을 초래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이미 이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이를 의도적으로 축소, 경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을 대부분 시인하면서도 자신은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고, 희망을 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약 640만명)와 사망자(약 19만명)이 미국에서 나온 지금, 이 폭로는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폭발적인 내용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ASSOCIATED PRESS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을 비롯해 공개석상에서 '독감이랑 똑같다'거나 '곧 사라질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을 언급해왔다.

 

트럼프는 이미 2월초에 코로나19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 밥 우드워드 기자의 새 책 ‘격노(Rage)’ 일부 내용과 통화 녹음파일을 먼저 입수해 9일(현지시각) 보도한 WP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월 초에 코로나19가 일반 독감보다 ”다섯 배” 위험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코로나19가 공기중으로 전파될 수 있어서 더 까다롭다고도 했다. 

통화 녹취파일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7일 우드워드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날 가졌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밥, 이건 공기를 통해서 간다. 접촉보다 더 까다롭다. 접촉은 물건을 만지지 않으면 되는데 공기는 그냥 숨만 들이마셔도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거다. 그래서 이게 까다로운 거다. 다루기 힘든 거다. 또한 이건 격렬한 독감보다도 더 치명적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미국에서는 한 해에 독감으로 2만5000명, 3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누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겠나? 꽤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독감과 코로나19가) 같은 거냐고 했는데 이건 더 치명적이다. 이건 5% 대 1%, 1%미만이다. 알겠나? 그러니까 이건 치명적인 거다.”

‘워터게이트’ 폭로의 주역이었던 ‘전설의 언론인’ 우드워드는 2018년에 낸 책 ‘공포’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계절성 독감 정도에 불과하며, 곧 ‘사라질 것’이라고 수십번에 걸쳐 국민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민주당이 코로나19의 위험을 과장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이 통화는 미국 방역당국이 미국 내 최초의 지역감염 사례로 추정되는 사례를 공식으로 확인하기 19일 전에 이뤄진 것이다. 미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건 그 며칠 뒤인 2월29일이었다. 그만큼 일찍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우드워드는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1월28일 백악관 집무실 정보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언급하며 ”이게 대통령님 임기 중 최대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책에 적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매튜 포팅어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전 세계에서 5000만명 넘는 목숨을 앗아갔던 1918년 스페인 독감 팬데믹과 비슷한 세계적 공중보건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위와 같은 얘기를 한 건 그로부터 열흘 뒤였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 2020년 8월31일.

 

트럼프는 의도적으로 코로나19의 위험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우드워드 기자는 여러 차례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를 언급했다.

3월19일자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령층 뿐만 아니라 젊은층 확진자도 나오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언급했고, 그럼에도 자신이 코로나19 위험성을 일부러 경시(downplay)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에게 한 말이다.

″밥,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게) 나이 많은 사람만이 아니라는 게 나오고 있다. 오늘이랑 어제 놀라운 팩트들이 나오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 뿐만이 아니고 젊은 사람들도, 젊은 사람들도 꽤 있다. 그래서 지금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의도적으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나는 늘 이것을 경시하길 원했다. 지금도 나는 이걸 경시하는 게 좋다.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5일 통화에서는 ”이건 끔찍한 거다.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고, 4월13일 통화에서는 ”얼마나 쉽게 전염되는지 아마 당신도 못 믿을 것”이라고 우드워드 기자에게 말했다.

반면 그 때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 등 공개석상에서 코로나19가 곧 ‘마법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우드워드와의 통화 이틀 전인 4월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사라질 거다. 사라질 거다.”

한 달쯤 뒤인 5월6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보고(”임기 중 최대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니, 아니, 기억 못한다. 기억 못한다. 그가 그런 말을 했다면 분명... 분명 그가 그런 말을 했을 거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괜찮은 양반이다.”

책에 등장하는 마지막 통화인 7월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바이러스는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중국이 이 망할 바이러스를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게 만든 거다.”

  

Pete Marovich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8월23일.

 

폭로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 : 나는 치어리더다

보도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위험을) 알았고 고의로 경시했다. 더 나쁜 건 그가 미국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알면서도 고의로 몇 개월 동안이나 이것(코로나19)이 이 나라에 초래하는 위험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바이든이 미시건주 워런의 전미자동차노조에서 가진 연설에서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팩트는 내가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는 거다. 나는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나는 사람들이 겁에 질리는 걸 바라지 않는다.”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다. 그리고 분명 나는 이 나라와 세계를 광란으로  몰아넣지도 않을 거다. 우리는 용기를 보여주고 싶다. 우리는 강함을 보여주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거듭 중국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건 끔찍한 거였다. 중국이 우리한테 보낸 거다.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는 거였다.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됐다.”

한 기자가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20만명 나온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답을 피한 채 자신의 ‘성과’를 언급했다.

″우리가 한 일을 만약 우리가 하지 않았다면 수백만명이 사망했을 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모든 면에서 봤을 때 나는 우리가 대단히 잘 해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