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4월 28일 12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4월 28일 12시 18분 KST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 트럼프가 살균제 사고 신고 급증에 책임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살균제 발언 파문 이후 중단됐던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이틀 만에 재개했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 만에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열었다. 그의 '살균제 발언 파문' 이후 측근들은 브리핑을 축소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2020년 4월27일.

″지난주 대통령님의 발언 이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를 비롯해 다른 주에서도 사람들이 (코로나19 치료에) 살균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고 말하는데요...”

이틀 간의 침묵을 깨고 27일(현지시각) 다시 백악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브리핑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비꼬는 투로 말씀하신 거라고 하셨습니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을 끊고는 답변을 시작했다.

″왜 그런 건지 짐작이 안 되네요.” 트럼프 대통령이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책임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질문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왜 그런 건지 짐작이 안 됩니다. 짐작이 안 돼요.”

그리고는 재빨리 다른 기자를 호명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하는 방안을 언급한 이후 미국 각지에서는 가정용 살균소독제 사고 신고 또는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메밀랜드 주지사는 26일 ABC ‘디스 위크’와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연달아 출연해 주 보건당국의 코로나19 핫라인으로 살균제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 보건부의 비상 상담전화로 클로락스(표백제)나 알코올 성분의 청소 제품을 복용해도 되는지, 그런 제품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 수백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호건 주지사가 ‘디스위크’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래서 저희는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고를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행동으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주의 : 살균제 사용과 코로나19에 관한 문의 전화가 여러 건 접수됐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살균 제품을 주입, 복용하거나 그밖의 다른 형태로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 

 

이전에도 소신있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급을 했던 호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이런 말도 덧붙였다.

″잘못된 정보가 나오거나 아니면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아무말이나 하면 (사람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전해지게 되는 겁니다.”

 

그는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도 대통령이나 주지사 같은 지도자들이 ”팩트”를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제시하는 일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하며 ”엇갈리는 메시지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안타깝게도 (백악관에서 나오는) 일부 메시지들은 좋지 않았습니다. 혼선을 주는, 서로 엇갈리는 메시지들에 대해 저도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한 바 있는데요. 저희 메릴랜드주의 비상 상담전화로 살균제를 주입하거나 복용해도 괜찮냐는 문의 전화가 수백통 걸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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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재개된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0년 4월27일.

 

민주당 소속인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도 살균제 관련 문의 전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사람들에게 살균제를 (코로나19 치로법으로) 생각해보라고 하면, 그게 진지하게 한 말이든 아니든 사람들은 그 얘기를 듣는다는 말입니다.” 그가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말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누구도 살균제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제발 그렇게 하지 마세요. 절대로요.”

 

트럼프 대통령의 살균제 발언으로 파문이 커지자 백악관은 수습에 나선 바 있다. 평소 대략 두 시간 동안 이어졌던 브리핑은 다음날(24일) 20여분으로 단축됐고, 질의응답도 생략됐다.

이어 주말 동안에는 그동안 거의 매일 열렸던 코로나19 브리핑을 아예 열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내내 ”가짜뉴스”, ”민중의 적”, ”보이지 않는 적” 등의 표현을 동원해가며 언론을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애초 취소됐던 이날 브리핑이 불과 몇 시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틀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 직전에 간담회를 가졌던 기업 임원들을 즉흥적으로 브리핑에 참석시켰다. 이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재선 선거운동이 중단된 이래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을 일종의 선거 유세로 활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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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대규모 군중이 운집한 선거 유세를 벌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선거 운동으로 활용해왔다. 브리핑의 시청률도 매우 높다.

 

NYT의 최근 보도(‘나 홀로 백악관에’)에 의하면, 급증하는 사망자수와 지지율 하락에 ”침울”해진 그는 코로나19 브리핑, 특히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선거 유세를 대신할 ‘프라임타임 쇼’로 여기며 하루 중 이 시간을 간절히 기다려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 직전에 열리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은 채 보통은 별다른 준비 없이 연단에 서왔다고 전했다. 브리핑이 끝난 뒤에는 언론들이 자신의 코로나19 브리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니터링하며 자신에 대한 평가에 온 신경을 집중해왔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측근들은 지난주의 살균제 발언 파문 직후 이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브리핑 횟수를 축소하거나 짧게 끝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에 참석하더라도 코로나19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경제 관련 발언에 집중하도록 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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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4월27일.

 

측근들의 조언 때문인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코로나19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TF의 전문가 데보라 버크스 조정관 등에게 자주 마이크를 넘겼다. 평소와는 달리 많은 말을 하지 않았고, 목소리를 크게 높이거나 누군가를 맹렬히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자기 자랑’이 빠지지는 않았다.

″맞습니다. 우리는 정말 많은 생명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애초 (희생자 규모) 전망치가 220만명에 달했다는 걸 보시면... (지금 추세대로라면) 아마 6만명이나 7만명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중략) 저는 우리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대단히 잘 해왔다고 봅니다.”

이건 짧지만 제법 묵직했던, 이날 브리핑의 맨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베트남 전쟁 전체 기간 동안 희생된 미국인들의 숫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불과 6주 만에 (코로나19로) 사망했는데, 그런 대통령이 재선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