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7월 17일 16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7월 17일 16시 25분 KST

코로나19 재앙 : 과학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는 과학과 전문 지식에 대한 트럼프의 거부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근거 없는 낙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해왔다. 트럼프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계속되는 대응 혼선으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가 됐다.

14일(현지시각)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말을 멈추더니 자신이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말을 꺼냈다.

″명확히 하자면,” 그가 운을 뗐다. ”우리는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침 때문에 학교들이 수업을 재개하지 못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미국인 13만6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업을 재개하는 문제에 있어서 학교와 대학들이 미국 최고위 공중보건 기관인 CDC의 과학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트럼프 정부는 다수의 주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학교 수업 재개를 주장해왔다.

만약 다른 정부였다면 자녀들과 부모들, 학교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라는 말은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주 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코로나19의 과학과 과학자들을 겨냥한 뻔뻔한 공격을 벌여왔다. 정부의 무능으로 훨씬 더 심각한 재앙으로 번진 팬데믹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보려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위협을 경시하고 있고, 방역을 총괄하는 CDC를 ‘패싱’해 코로나19 관련 핵심 자료들을 연방정부로 보내도록 하고, 정부의 최고위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깎아내리고,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북부 지역 출신 미국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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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UPS 물류 허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애틀랜타, 조지아주. 2020년 7월15일.

 

모든 과학과 전문가들을 상대로 오랫동안 ‘전쟁‘을 벌여왔던 트럼프 정부의 태도는 코로나19 대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트럼프 정부는 트럼프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지배력’ 정책에 맞지 않는 과학적 의견들을 배제하거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고 시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끊임없이 부정해왔고, 예방접종의 과학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허리케인 관련 일기예보를 지어내기도 했다. 2018년 11월 열 곳이 넘는 연방정부기관의 연구원 수백명이 기후변화의 재앙을 경고했을 때도 트럼프는 ”나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반(反)과학적인 신념은 환경 및 과학 관련 부처의 수장으로 임명된 업계 로비스트 출신 측근들에 의해 정책으로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현재 코로나19 유행 지역인) 애틀랜타를 방문해서는 물류업체 UPS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 관련 법 중 하나인 국가환경정책법(National Environmental Policy Act)을 후퇴시키는 내용들을 발표했다. 송유관, 발전소, 그밖의 주요 인프라 건설 사업에 대한 환경평가 기준을 완화해 신속하게 허가를 내주고, 이같은 개발 사업들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방정부 기관들이 외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이날 행사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중국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UPS 기사들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종차별적 용어를 계속해서 사용한 것이다.

기후변화나 환경 과학에 대한 트럼프의 ‘저항‘은 다른 공화당 인사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현재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과학을 거부하는 이같은 행태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의 전략은 미국인들을 이렇게 설득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에서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거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상황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며, 이건 분명 내 잘못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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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대신, 그는 중국, 세계보건기구(WHO),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민주당, 의회, 주 정부 등을 탓해왔다.

 

메신저를 공격하기

현실을 부정하고 남을 탓하는 게 처음부터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을 지배해왔지만, 최근 몇 주 사이에는 현실에 대한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부분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다수의 미국인들이 신뢰하게 된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우치를 겨냥한 백악관의 직접적인 공격이 시작된 건 지난 일요일(12일)이다. 백악관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파우치 박사가 했던 발언들 중 오판으로 드러났다는 것들을 모은, 마치 경쟁 후보의 흠집을 캐내려는 선거캠프의 문건과도 같은 문서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트럼프 정부가 파우치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 모든 공격들은 ‘익명의 정부 당국자들’에 의해 시행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우치 박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눈 건 한 달이 넘었다. 트럼프 정부는 파우치 박사가 주요 언론 인터뷰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그가 경제활동 재개나 바이러스가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트럼프의 터무니없이 낙관적인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파우치 박사는 좋은 사람이지만, 그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트럼프가 지난 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숀 해너티에게 한 말이다.

파우치 박사는 팟캐스트 방송 출연이나 온라인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계속해왔다.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파우치가 7월9일 방송된 ‘파이브서티에이트’ 팟캐스트에서 한 말이다.

백악관은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인 파우치 박사가 최악의 팬데믹에 대해 소신있게 발언하는 것을 두고 ‘지나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그의 우려가 트럼프 재선 선거운동의 핵심인 경제 부흥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보건부의 프렛 P. 지로어 차관보는 12일 NBC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파우치가 ”꼭 전체 국익을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걸 매우 협소한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고문의 기고문이 USA투데이에 발행되면서 파우치 박사에 대한 공격은 한층 격화됐다. 나바로는 이 글에서 파우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여론의 비위를 잘 맞추지만, 내가 그와 나눴던 모든 대화에서 그는 전부 다 틀렸다.”

백악관은 이 기고문이 정식으로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발행됐다며 거짓으로 점철된 나바로의 이 공격을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 다른 정부에서였다면 이건 해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나바로가 이번 사건으로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조짐은 어디에도 없다.

파우치는 15일 발행된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사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자신을 겨냥한 백악관의 공격을 ”기이한 일”, ”터무니없는 일”, ”완전히 잘못된” 일로 규정했다.

″결국 그렇게 하면 대통령이 상처를 입게 된다.” 파우치 박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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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코로나19 위기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책임을 회피하기

트럼프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태만이나 실수에 대해 그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유명해진 3월13일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에서 그는 ”나는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은 미국이 봉쇄조치에 돌입한 날이다.

트럼프는 이게 버락 오바마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안보회의(NSC)의 전염병 대응팀을 해체하고, 신종플루(H1N1)와 에볼라 바이러스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던 오바마 정부의 대응 계획을 따르기를 거부한 게 바로 본인이었음에도, 트럼프는 이전 정부에게 현재 위기의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오바마와 함께 ”검사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3년이 훌쩍 넘었고, 그 때는 코로나19가 존재하지도 않았음에도 말이다.

트럼프는 이처럼 ‘남탓’ 내러티브를 고수한 채 자신의 탁월한 노력으로 수백만명의 추가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금세 장황한 선거 유세 스타일의 연설로 돌변해버린 14일 행사에서,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은폐”하고 ”전 세계”에 ”풀어놓은” 중국과 WHO를 비난했다. 자신의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다.

그는 WHO를 ”중국의 꼭두각시”로 규정하며 깎아내렸고, WHO에서 탈퇴함으로써 매년 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기여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는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는 WHO를 최고로 터프하게 대해왔다.” 트럼프가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돈을 빼냈고, 나가겠다고 말해줬다. 앞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잘 운영되면 돌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형편없는 예측을 엄청나게 많이 냈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형편없는 말들을 많이 했다. 그들은 틀렸던 것으로 판명났다.”

350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의 지도자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믿기지 않는 일이다.

WHO를 탈퇴하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은 공중보건 과학자들의 조언에 따르는 대신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역효과를 낳을 뿐인 정책 수정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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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50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14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 세계 다른 그 어떤 국가보다 많다.

 

실질적인 피해

전문 지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 억지스러운 방어적 태도, 그리고 기이한 거짓 발언들은 그저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나오는 헛소리이기만 한 게 아니다. 그런 태도는 코로나19 확산 억제 노력을 약화시키는 정부 정책들로 이어진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죽게 된다는 말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전역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투입하는 데 있어서 느리게 움직였고,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분명해진 뒤에도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권장하지 않았으며, 한 때 트럼프가 ‘밀었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대량 구매해 쌓아뒀다. 가장 최근으로 오면, 백악관은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 나오는 코로나19 관련 데이터가 CDC를 거치지 않고 보건부로 일괄 집계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데이터가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6월20일 선거 유세에서 ”나는 내 사람들(정부 관료들)에게 ‘검사를 제발 늦추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이날 유세 이후 이 지역 확진자는 급증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건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주장을 반복해왔다.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CDC에 보고되는 코로나19 병원 입원 데이터 등을 제시하며 이같은 거짓 주장을 반박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병원들이 이 자료들을 CDC에 보고하는 대신, 보건복지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 데이터 수집 업체로 보내 일괄 취합하도록 하는 변경된 지침을 1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과 가까운 ‘친트럼프’ 당국자들이 데이터 수집에 더 큰 입김을 행사하게 됐다. CDC가 발표하는 자료를 활용해 코로나19 현황 추적 사이트를 운영해왔던 민간 영역의 운영자들은 이 자료들의 업데이트가 이미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기후 과학을 부정하고 깎아내림으로써 환경보호 규제를 약화시키고 공해 배출 산업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것을 정당화했다. 자신의 지지층을 겨냥한 행동이었다. 마찬가지로 그가 코로나19 위기를 은폐하고 무시하는 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후 과학이 그렇 듯, 바이러스의 과학은 트럼프의 편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의 무기력한 초기 대응, 뒤이은 섣부른 경제 활동 재개 추진이 재앙적인 결과를 낳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그 이유로, 트럼프는 대선까지 남은 4개월 동안 자기 입맛에 맞게 고쳐쓴 ‘수정주의 역사’를 제시하려고 할 것임이 분명하다.

 

* 허프포스트US의 Donald Trump Is At War With COVID-19 Scienc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