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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프로파간다 선거운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관해 역사를 다시 쓰려 시도했다.

  • 허완
  • 입력 2020.04.14 16:42
  • 수정 2020.04.14 16: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20년 4월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20년 4월13일. ⓒAlex Wong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프로파간다 선거운동으로 완전히 변질시켰다. 그는 자신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수준 낮은 영상을 동원해가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부인하고, 역사를 다시 쓰려고 시도했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멜트다운(meltdown)’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이날 브리핑 전반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들을 비난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과 일부 측근들의 조기 경고를 외면하고 뒤늦게 대응했다고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를 맹비난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최신 통계나 정보를 소개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룸의 조명을 어둡게 하고는 ‘언론은 처음부터 위험을 축소했다(The Media Minimized the Risk From the Start)’는 제목의 영상을 재생해 기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지사들이 대통령의 지원을 인정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지사들이 대통령의 지원을 인정했다' ⓒAlex Wong via Getty Images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트럼프 정부의 대응 조치들을 소개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2020년 4월13일.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트럼프 정부의 대응 조치들을 소개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2020년 4월13일.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3월11일 -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발 입국 제한을 발표했다'
'3월11일 -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발 입국 제한을 발표했다'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이 프로파간다 영상에는 1월과 2월초에 기자들과 뉴스 진행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일축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런 다음 영상은 백악관이 어떻게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왔는지 보여주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트럼프의 첫 번째 조치는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제한 조치를 취한 1월31일로 소개됐다. 

(트럼프는 자신이 중국을 일찌감치 ”차단”했다고 주장하지만, 2월1일에 내려졌던 중국발 입국 제한 조치는 미국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조치가 시행된 이후에도 약 두 달 동안 4만여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중국에서 입국했다.)

 

이 영상에는 이어 NYT 매기 하버먼 기자가 팟캐스트에서 했던 발언을 소개했는데, 트럼프가 중국발 입국 제한 조치로 비판을 받았다고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다.)

하버만 기자는 영상에 삽입된 자신의 발언에서 앞뒤 맥락이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발 입국제한 조치를 ‘임무 완료’로 여기고서는 ”한 달 넘게 기본적으로 아무런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은 빠졌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해 선거유세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청률이 높은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최대한 활용해왔다. 그가 브리핑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전하거나 거짓 주장을 펼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점점 더 많은 방송사들은 도중에 중계를 중단했다가 보건 전문가들이 발언할 때 다시 연결하고 있다. 실제로 MSNBC와 CNN은 이날 브리핑 도중 중계를 중단하기도 했다.

CNN은 중계를 중단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자막을 내보냈다.

‘분노한 트럼프가 브리핑을 프로파간다 세션으로 돌변시켰다’

‘트럼프가 어떠한 실책도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을 활용해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대한 역사를 다시쓰려 하고 있다’

‘트럼프가 바이러스 경고를 외면했다는 보도에 분노의 대답을 하며 자제력을 잃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비판하는 언론들과 설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비판하는 언론들과 설전을 벌였다. ⓒAlex Wong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관심이 쏠리는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일종의 '선거운동' 무대로 활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관심이 쏠리는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일종의 '선거운동' 무대로 활용해왔다. ⓒAlex Wong via Getty Images

 

ABC뉴스의 백악관 담당기자 존 칼은 ‘선거운동 스타일’의 프로파간다 영상을 정부 공무원들이 제작한 것이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댄 스카비노를 비롯한 ”직원들 중 일부”가 그저 ”클립 몇 개를 붙여넣었다”고 답했다.

“100개도 넘는 영상 클립이, 그것보다 더 많은 영상 클립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트럼프가 말했다. ”딱 두 시간 동안 모은 것만 저 정도다.” 

(이 영상은 최근 트럼프 재선 선거캠프가 내보낸 선거광고 영상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년 4월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년 4월13일.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그러나 CBS의 백악관 기자 파울라 리드는 중국발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한 날부터 어떤 대응 조치를 취했냐고 물었다. ”(입국제한 조치로) 얼마 간의 시간을 벌었는데도 그 시간을 병상을 마련하거나 진단검사를 확대하는 데 활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라고 설명한 것.

그러자 트럼프는 대답을 피한 채 리드 기자를 ”창피하다”고 비난했다. ”이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이런 식의 비난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겠습니까?”

 

리드 기자는 멈추지 않고 ”영상에 완전히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 속 시점이 2월6일에서 갑자기 3월2일로 이동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입국제한 조치로 시간을 벌었던 2월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트럼프는 ”엄청 많은” 것을 했다고 답했다. 리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질러가며 질문을 가로막았음에도 굴하지 않고 그 한 달 동안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냐고 재차 물었다.

트럼프는 대답 대신 ”가짜”라고 공격했다. ”당신도 당신이 가짜(뉴스)라는 걸 알 거다.”

 

* 허프포스트US의 Trump Turns His Coronavirus Briefing Into A Full-On Propaganda Campaig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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