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7월 24일 12시 0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7월 24일 13시 09분 KST

사람, 여성, 남성, 카메라, TV : 트럼프가 자신의 인지능력 검사를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도 똑같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7월22일.

″첫 번째 질문은 정말 쉬웠습니다. 마지막 질문들은 훨씬 더 어려웠고요. 기억력 테스트 같은 거죠. 이런 겁니다. 사람, 여성, 남성, 카메라, TV. 그리고는 ‘따라해보시겠습니까?’하고 물어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저녁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1년 전쯤, 1년이 조금 안 됐을” 언젠가 병원을 방문해 받았다는, “30개 아니면 35개의 질문”들로 이뤄진 인지능력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럼요. ‘사람, 여성, 남성, 카메라, TV’. 오케이, 매우 좋습니다. 순서대로 맞추면 추가 점수를 받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했다.

″그리고는 다른 질문들을 물어봐요. 다른 질문들 말입니다. 그리고는 한 10분, 15분, 20분 뒤에 ‘아까 그 질문 기억하십니까? 첫 번째 질문 말고 10번째 질문이요.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다시 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렇게 물어보죠. 그럼 ‘사람, 여성, 남성, 카메라, TV’라고 답하는 겁니다.”

그는 로니 잭슨 박사에게 그런 검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맞다, 그런 게 있다면서 그 이름이 뭐였든 이름을 알려준” 검사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잭슨 박사는 2018년 3월 말에 대통령 개인 주치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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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러 차례 자신의 인지능력 검사 결과를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척 간단해보이는 이 테스트가 그리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순서대로 맞추면 추가 점수를 받는 겁니다. 의사들이 그러더군요. 아무도 순서대로 맞추지 못한다고 말이죠. 이게 사실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쉬웠습니다. 그건 쉬운 질문이 아니었어요.”

트럼프 대통령의 자랑은 장황하게 이어졌다.

″다시 말해서, 의사들이 다섯개의 이름을 불러주면 그걸 따라하는 거죠. 순서를 틀리게 따라해도 뭐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건 아닌 거죠. 한 20분, 25분 뒤에 앞으로 돌아가서, 그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고 해요. 제가 말씀드리는데, 그 질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해보라고 하는 거죠. ‘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답하는 거죠. ‘사람, 여성, 남성, 카메라, TV’. 의사들이 놀랍다고 해요. ‘어떻게 하신 거예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좋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대선에서 맞붙을 민주당 조 바이든도 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선거캠프는 바이든에게 ‘치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제 조도 이 테스트를 받아야 합니다.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예의를 갖춰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언젠가는 겪을 일 아니겠습니까?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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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여성, 남성, 카메라, TV."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인지능력 검사 결과를 자랑한 게 처음은 아니다.

그는 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매우 최근에 받은 검사”에서 ”만점을 받았다”며 이를 공개했고, 열흘 뒤(19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검사 결과를 자랑하며 ”조 바이든이 그 질문들에 답을 못할 거라고 장담”한다고 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검사는 아닌데요.” 베테랑 언론인 크리스 월러스가 19일 인터뷰에서 자신도 똑같은 검사를 받았다며 운을 뗐다. ”코끼리 그림 하나를 주고는 ‘이게 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아뇨, 아뇨, 아뇨... 그건 전부 잘못된 설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박했다. ”맞습니다. 처음 몇 개 질문은 쉬워요. 하지만 마지막 다섯개 질문은 대답도 못할 겁니다. 못할 거라고 제가 장담합니다. 무척 어려워지거든요 그 마지막 다섯개 질문은요.” 

“100에서 7을 빼라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93이죠.” 월러스가 반문했다.

″대답 못할 거예요, 많은 질문들에서 답을 못할 겁니다.”

″좋습니다. 무슨 질문입니까?”

″제가 테스트를 구해드리죠, 구해드리고 싶네요. 조 바이든은 그 질문들에 답을 못할 거라고 제가 장담합니다. 저는 질문 35개 전부 정확하게 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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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인지능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CNN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검사를 받은 시점부터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인터뷰에서는 ”매우 최근에 받은 검사”라고 했다가 22일 인터뷰에서는 ”1년 전쯤, 1년이 조금 안 됐을” 시점에 받은 검사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최근에 월터리드 군사 병원에서 정식으로 종합검진을 받은 건 2019년 2월인데, 당시 대통령 주치의는 잭슨 박사가 아니라 숀 콘리 박사였다. 잭슨 박사가 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지난해 11월에 ”간단한 검사”를 받기 위해 예정에 없이 월터리드 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주치의는 콘리 박사였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매우 이례적인’ 검진 이후에 백악관이 발표한 자료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이후 부작용은 없었다’는 내용은 있었지만, 인지능력 검사는 언급되지 않았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지능력 검사 결과를 발표한 건 2018년이 마지막이었다.

앞서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았다는 인지능력 검사 ‘MoCA’를 직접 받아본 결과를 소개하며 ”건강한 인지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전혀 어려움을 느낄 검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다섯개 질문도 나머지 질문들처럼 쉽다”는 것.

MoCA
MoCA

 

이 검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MoCA 인지능력 검사는 ”기억력 상실 및 그밖의 인지능력 감퇴”를 겪는 환자들을 위해 설계됐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조현병, 루게릭병 등을 진단하기 위해서다. 

이 검사를 만든 지아드 나스레딘 박사는 23일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이건 IQ 검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인지능력) 장애를 찾아내는 게 (이 검사의) 목적이다. 이건 누군가가 대단히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검사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다르게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이걸 해내는 사람은 얼마 없다’고 말하더군요. 매우 소수의 사람만 맞춘다는 겁니다. 아시겠죠.”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폭스뉴스의 의학전문기자 마크 시걸 박사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쉽지 않아요. 제가 방금 말씀드린 것보다 더 어려운 질문들도 있었어요.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