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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구 취소 사건의 전말 : 트럼프는 파우치에게 밀리고 싶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 일정 조율 없이 덜컥 '시구를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 허완
  • 입력 2020.07.29 15:46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7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7월23일. ⓒREUTERS

″(뉴욕) 양키스의 (사장) 랜디 르빈이 제 친한 친구인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목요일(23일)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말했다.

″저한테 시구를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제 생각에 8월15일에 양키스타디움에서 할 것 같네요.” 

이건 뉴욕 양키스 구단 관계자들도, 백악관 관계자들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시구 일정 발표는 아무런 사전 조율이나 준비 없이 덜컥 이뤄졌다.

배경은 이랬다.

이날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연기됐던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일이었다. 세간의 관심은 워싱턴 내셔널스 대 뉴욕 양키스의 시즌 개막전 시구자로 나설 앤서니 파우치 박사에게 쏠려있었다.

워싱턴 내셔널스 대 뉴욕 양키스의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전 시구자로 나선 앤서니 파우치 박사. 2020년 7월23일.
워싱턴 내셔널스 대 뉴욕 양키스의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전 시구자로 나선 앤서니 파우치 박사. 2020년 7월23일. ⓒASSOCIATED PRESS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인 파우치 박사는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는 동안 ‘국민 의사’로 등극하며 미국인들의 높은 신뢰지지를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입바른 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던 파우치 박사를 공격하며 흠집을 내려고 시도해왔다.

파우치 박사는 몇 주 전에 내셔널스 구단주의 요청을 받아 시즌 개막 경기 시구자로 나서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개막을 앞두고 구단 자체 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 수립에 조언을 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마침 파우치 박사는 뉴욕 양키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팬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현안질의를 위해 하원에 출석한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워싱턴 내셔널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2020년 6월23일.
현안질의를 위해 하원에 출석한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워싱턴 내셔널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2020년 6월23일. ⓒASSOCIATED PRESS

 

트럼프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파우치 박사가 개막전 시구자로 선정돼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 정부 당국자가 NYT에 귀띔했다. 트럼프는 르빈 사장에게 시간이 될 때 시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놓은 것을 떠올리고는 측근들에게 양키스 구단에 전화해서 시구 날짜를 잡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전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가 덜컥 날짜를 발표해버렸다는 것이다. 파우치 박사가 개막전 시구에 나서기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이틀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시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국 바이러스’ 사태에 집중하고 있으며 백신 및 경제 관련 미팅들을 가질 계획이다. 이로 인해 8월 15일 예정된 양키스-보스턴 게임에서 시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음에 기회를 마련해 보겠다!”

한편 트럼프는 취임 이후 아직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시구를 하지 않았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메이저리그 시구를 하지 않은 전례를 찾으려면 11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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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미국 #도널드 트럼프 #앤서니 파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