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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돌고래는 등에 무언가를 태우지 않는다.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이 위험한 이유들

돌고래 서핑과 체험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돌고래수족관 거제씨월드의 돌고래 타기(돌고래 서핑)가 동물학대로 비난을 받고 있다.

돌고래 등에 관람객을 태우고 수상을 질주하는 이 행위는 원래 대형 돌고래쇼의 조련사들이나 하던 것이었다. 거제씨월드는 ‘VIP 체험 프로그램’으로 변형해 일반인에게 20만원에 주고 판매하고 있다.

거제씨월드는 큰돌고래와 흰고래를 타는 ‘VIP 라이드’ 체험 상품을 20만원에 내놓았다.
거제씨월드는 큰돌고래와 흰고래를 타는 ‘VIP 라이드’ 체험 상품을 20만원에 내놓았다. ⓒ거제씨월드 홈페이지, 에스엔에스 갈무리

돌고래쇼 조련사들이 하던 고난이도의 동작

원래 돌고래 타기(dolphin ride)는 돌고래쇼에서 시작됐다. 돌고래쇼 초기에는 △공중 점프 △물 찰싹 때리기 △소리내기 등 단순 행동을 관중들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돌고래 산업이 엔터테인먼트화 되면서, 돌고래쇼는 돌고래와 인간이 벌이는 집체극으로 발전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돌고래쇼를 ‘산업’으로 성장시킨 미국의 해양테마파크 시월드다. 볼거리의 중심에 돌고래쇼를 두고, 해양동물 수족관과 각종 놀이기구를 배치해 거대한 테마파크로 만든 것이다. 돌고래쇼는 내러티브를 갖춘 하나의 스펙터클 뮤지컬이 된다. 조련사는 돌고래의 등에 올라타고 질주하다가 대포처럼 하늘을 날아간다. 시월드는 돌고래 말고도 범고래를 쇼에 동원하면서 스펙터클의 차원을 높였다

2008년 서울대공원의 사육사가 돌고래 등에 타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서울대공원의 사육사가 돌고래 등에 타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이런 시월드의 ‘혁신’은 1980~90년대 전 세계 중대형 돌고래수족관으로 확산했다. 2006년 한국의 서울대공원도 일본 수족관을 참고해 ‘돌고래 서핑’이 포함된 수중쇼를 내놓는다.

“조련사가 물에 들어가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고, 돌고래 등에 타고 수중질주를 하면 돌고래를 조련사를 대포처럼 공중으로 쏘아 올려주고, 여성 조련사와 왈츠를 추는 ‘인간-동물의 삼차원적 집체극’이었다. 젊은 조련사들의 주도로 지난한 연습 끝에 2006년 11월 처음 선보인 수중쇼의 주인공은 돌고래 4총사였다. 금등이, 대포, 돌비, 쾌돌이. 모두 제주에서 데려온 야생 남방큰돌고래였다.” (남종영, <잘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국내에서 돌고래 타기가 처음 선보인 것이 이때다. 사람이 돌고래를 서프보드인 양 타고 질주하는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기며 관람객을 끌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당시 서울대공원 수중쇼를 국내 행정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하지만 돌고래가 당신을 물 수도 있다

거제씨월드에서 관람객을 상대로 터치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거제씨월드에서 관람객을 상대로 터치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Huffpost KR

하지만, 야생의 바다에서 돌고래는 자신의 등에 무언가를 태우지 않는다.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스트레스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큰돌고래의 몸무게는 평균 300㎏. 그나마 조련사라면 부력을 적당히 이용해 돌고래가 느끼는 압박감을 줄이겠지만, 돌고래가 처음인 일반인은 무서워서 꽉 잡기만 한다.

거제씨월드는 돌고래 타기에 큰돌고래뿐만 흰고래(벨루가)도 동원하고 있다. 흰고래는 평균 몸무게가 1t 안팎으로 큰 덩치를 지녔지만, 그 때문에 큰돌고래처럼 날렵하고 빠르지 않다.

또한 조련사와 달리 일반인은 돌고래의 행동에 익숙하지 않아서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멕시코 칸쿤의 한 돌고래 체험형 수족관에서 올린 ‘돌고래 타기’ 광고.
멕시코 칸쿤의 한 돌고래 체험형 수족관에서 올린 ‘돌고래 타기’ 광고. ⓒ돌핀디스커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지난해 11월 멕시코 칸쿤의 체험시설 ‘돌핀 디스커버리’에서 사고가 났다. 돌고래와 수영하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10살짜리 영국 소녀가 돌고래 두 마리에게 물린 뒤 끌려다니며 피를 흘리는 등 부상을 입었다.

세계동물보호협회(WAP)는 “돌고래 체험시설은 돌고래가 상냥하게 웃고 있는 친구처럼 묘사하지만, 돌고래의 포식자적인 성격은 보여주지 않는다”며 “돌고래가 사람을 들이받아 찰과상이나 골절을 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 풀장 가장자리에서 진행되는 터치 체험에서도 물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그래픽

미국 시월드 “돌고래 타기 공연 안 한다”

2012년 남방큰돌고래 불법 포획 논란이 일면서, 서울대공원은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방사하기로 결정한다. 동시에 ‘돌고래 타기’ 등을 인위적인 행동으로 보고, 수중쇼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돌고래 산업의 선두주자인 미국 시월드도 지난 2월 조련사들의 돌고래 타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동물단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은 미국 시월드의 주식 163주를 사들여 경영을 감시하고 있는데, 돌고래 타기를 중지하라고 요구해왔다. 결국 시월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보낸 문서에서 “더는 돌고래 서핑(돌고래 타기)을 하지 않을 것이며, 부리 위에 서는 행동 등의 공연도 몇 달 안에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중대형 수족관들은 돌고래 타기를 없애는 추세이지만, 거제씨월드 같은 체험형 수족관에서는 관람객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프리미엄 체험 상품으로 둔갑해 쓰고 있다. 멕시코와 카리브해 휴양지 등에서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가장 비싼 값으로 돌고래 타기를 내놓고 있다. 거제씨월드도 이런 사례들을 벤치마킹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세계동물보호협회(WAP)가 펴낸 돌고래 산업 보고서인 <미소의 뒤에서>를 보면, 동물학대 논란에 직면한 돌고래 산업의 중심이 기존의 대형 쇼에서 고가의 체험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계 58개국 355개 시설 중 336곳이 돌고래를 사육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3%가 여전히 돌고래쇼를 하지만, 돌고래와 수영하기(66%), 셀카 찍기(75%), 돌고래 테라피(23%) 등 개인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담고 있다. 보고서는 “멕시코와 카리브해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더 자주 하는 편이다. 관람객 3명 중 1명이 돌고래 일일 조련사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4명 중 1명이 돌고래 타기나 돌고래 테라피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세계동물보호협회는 익스피디아 등 대형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 돌고래 체험시설 티켓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립어드바이저, 부킹닷컴과 버진홀리데이, 영국항공 홀리데이 등은 이미 티켓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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