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령' 강형욱과 '빅마마' 이혜정이 '개슐랭 가이드'를 선보이다

개들을 위한 요리를 만들었다.

주변에서 누가 ‘개’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한심한 듯 흘겨보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 그 마음이 이해될지도 모른다. 교육방송(EBS)의 모바일 콘텐츠 ‘개슐랭 가이드‘다. ‘개’와 맛집 평가서 ‘미슐랭(미쉐린) 가이드’를 합친 말로, 개들을 위한 요리를 소개한다. 3월20일 시작해 총 7편을 선보였는데, 연어 카나페부터 생일 피자까지 좋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가득하다. ‘개’부럽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사람이 개를 부러워하게 만든 이들은 바로 강형욱 조련사와 이혜정 요리연구가다. 이혜정 요리사가 매회 개의 사연에 어울리는 요리를 선보이면, 강형욱 조련사는 요리를 거들면서 개의 상태를 점검한다. 각 분야 최고들이 모여 개의 심신을 챙기다니 제대로 ‘개’호강한다. 최근 파주 ‘개슐랭 가이드’ 촬영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EBS 모바일 콘텐츠인 '개슐랭 가이드'에선 개 조련사 강형욱(왼쪽)과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출연해 함께 개를 위한 ‘미식’을 만든다.
EBS 모바일 콘텐츠인 '개슐랭 가이드'에선 개 조련사 강형욱(왼쪽)과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출연해 함께 개를 위한 ‘미식’을 만든다.

“먹는 것은 강아지한테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본 둘은 ‘개밥’이라고 대충 만들지 않는다. 개의 사연에 맞게 이혜정 요리사가 직접 레시피를 짜온다. 슬개골(무릎뼈)이 자주 탈구되는 블랙 푸들한테는 콜라겐과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해 관절 건강에 좋은 우족요리를 선보이는 식이다. 사람 요리와 개 요리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씨는 “강아지는 사람보다 염분을 흡수하고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맵고 짠 양념이나 독특한 향신료 등을 뺀다. 사람이 먹는 요리에서 간을 줄이고 재료 본연의 식감을 살리면 된다”며 “신선한 재료를 다양하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온 요리들은 ‘얼~마나 맛있게요’? “사람이 먹어도 맛있어요. 저도 계속 집어 먹게 되더라고요. 카나페는 진짜 맛있었어요.”(강형욱) 실제로 강형욱은 촬영 때마다 계속 집어 먹어서 이혜정 연구가한테 핀잔 듣기 일쑤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다. 지금까지 만든 요리 중에는 ‘똥카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진짜 똥 같아서….”(웃음) ‘똥색’이지만, 개들한테 먹이면 안 되는 초콜릿 대신 캐롭 파우더(초콜릿 맛이 나는 쥐엄나무 열매 가루)로 대안을 제시해 이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요리 중에 가장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개’다. 맛있어도 개 입맛에 맞아야 한다. 그래서 ‘개슐랭 가이드’는 개의 반응을 살피려고 개만 촬영하는 카메라가 따로 있다. 말도 못하는 개들이 맛있어한다는 걸 어떻게 알까. 강형욱 조련사는 “허겁지겁 먹으면 맛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래브라도리트리버의 경우 음식을 먹을 때 귀가 뒤로 젖혀지면 맛있다는 뜻이란다. 사람처럼 음식의 장식이 미각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전혀요.(웃음) 개들은 미각이 발달해 있지 않아 맛이나 모양보다는 씹는 육감이 중요하죠.”(강형욱)

5회까지는 요리에 중점을 뒀지만, 6회부터는 사연을 받아 개 주인들을 초대해 요리와 훈련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했다. 뛰고 참견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개는 한 번도 끝까지 놀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 충분히 지칠 때까지 놀게 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최고의 전문가들한테 개를 맡길 수 있으니, 신청이 쏟아진다. 김효진 피디는 “흔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가진 개들을 출연시킨다”고 말했다.

‘개슐랭 가이드’는 회당 최고 조회수 8만에 육박하는 등 교육방송 모바일 콘텐츠 사상 최고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등에 요리를 따라 만드는 영상이 별로 없는 건 아쉽다고 한다. “다들 바빠서 보기만 하는 것 같아요.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강아지도 자기한테 관심 쓰고 있다는 걸 느낄 테니 직접 만들어보세요.”(강형욱) 사람도 잘 못 챙겨 먹는 마당에, 개를 위한 영양 만점 요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혜정은 “(반려동물도) 가족이니 잘 먹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의외로, 이 프로그램은 나를 돌아보게도 한다. ‘개도 저렇게 건강을 생각하는데, 나는 무엇인가.’ 술 마실 때만 ‘개’가 된다고? 이젠 밥 먹을 때도 ‘개’슐랭 가이드처럼 챙겨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