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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06일 16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9월 06일 16시 30분 KST

90살 할머니를 구한 백구가 명예119구조견이 되었고 전국에서 최초로 임명식까지 열렸다

백구는 새집과 케이크, 개 껌 등을 선물받았다.

홍성군 제공
평소 백구의 모습.

3년 전 큰 상처를 입고 버려진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의 목숨을 구한 ‘백구’가 6일 명예119구조견으로 임명됐다.

이날 오후 충남 홍성소방서에서 명예119구조견으로 임명된 백구는 소방교 계급장을 목에 걸었다. 명예구조견 임명식은 백구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새집과 케이크 등 간식, 개 껌 등 선물이 답지했다. 얌전한 성격의 백구는 임명식 내내 쑥스러워하며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다.

백구가 명예구조견이 된 것은 지난달 충남 홍성에서 일어난 김아무개(90) 할머니 실종 사건 당시 논에 쓰러진 할머니를 이틀 동안 지키며 돌봐 생명을 구했기 때문이다.

“논 가장자리에 할머니가 쓰러져 계셨고 그 옆에 백구가 엎드려 있었어요. 꼬박 이틀 동안 배도 고팠을 텐데 기특하데요….” 서부결성파출소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할머니 구조 당시를 이렇게 회고하며 백구를 칭찬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거동이 불편한 아흔살 할머니를 구한 백구가 6일 명예119구조견 임명식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의 격려사를 듣고 있다.

김 할머니는 지난달 24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거처를 나선 뒤 실종됐다가 26일 오후 3시30분께 집에서 3㎞가량 떨어진 외진 논둑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25일 새벽 “어머니가 안 보이신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드론 2대와 경찰, 경찰견, 의용소방대와 주민 등으로 평소 운동 다니던 길 등 마을 일대를 수색했다.

하루가 지나도록 할머니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수색대는 26일 오후 큰 도로 건너 농장 주인이 “폐회로텔레비전에 할머니와 개가 함께 지나가는 모습이 찍혔다”는 제보를 받고 수색 범위를 넓힌 끝에 할머니를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열화상 장비를 갖춘 드론으로 수색했다. 할머니는 체온이 약했으나 옆에 엎드려 있던 개의 체온이 높아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구는 김 할머니가 집을 나선 뒤 발견되기까지 40여시간 내내 그의 곁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

민경연 홍성소방서 구조팀장은 “할머니가 몸이 불편해 거동을 잘못하신다. 발견 장소가 산으로 이어진 좁은 논두렁이고 물이 고인 논이어서 넘어진 뒤 일어나지 못하신 것으로 보인다. 구조 당시 저체온증을 보였지만 개가 할머니 옆을 떠나지 않고 체온을 나눠 의식을 잃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백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김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살아난 적이 있어 은혜를 갚은 개로 알려지면서다. 김 할머니의 딸 심금순(65)씨는 “백구는 3년 전 큰 상처를 입고 버려진 개였는데 어머니가 거둬서 정성껏 보살피셨다. 최근 기력이 떨어진 어머니가 외출하면 백구가 호위하듯 쫓아다녔다”며 “백구가 어머니에게 받은 은혜를 갚은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김 할머니는 홍성의료원에서 치료받으며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6일 명예 119구조견에 임명된 백구를 양승조 충남지사와 견주 심금순씨가 쓰다듬고 있다.

백구의 명예구조견 임명식에는 양승조 충남지사를 비롯해 이계양 충남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장, 이종화·조승만 도의원, 이만형 홍성경찰서장, 김문석·장재복 홍성소방서 의용소방대 연합회장, 복진수 홍성군유기동물협회 소장, 주민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양 지사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 때 백구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보여줘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 백구가 보여준 것은 주인에 대한 충심이고 사랑이어서 인간의 효와 다를 바 없다”고 격려했다.

백구의 이름은 따로 없다. 그저 흰색 개이기 때문에 그대로 백구라고 불린다.

한편, 주민들은 백구가 역재방죽 전설의 주인공인 의견을 닮았다고도 했다. 역재방죽에는 주인이 술 취해 잠든 사이 불이 나자 털을 적셔 주인을 구하고 숨진 개의 전설이 전해지며 이를 기리는 의견 동상이 서 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