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식용 개 농장주들이 우리에 갇힌 개 6마리를 국회 앞으로 끌고 왔다

'농장주 생존권' 요구에, 동물권 단체는 "개고기 아닌 '개'다"라고 반박했다.

ⓒ한겨레

“개 풀어, 개 풀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 개를 풀어놓으려는 개농장주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케이지 안에서 겁먹은 시선으로 두리번거리던 육중한 개는 몸싸움 과정에 케이지가 덜컹거릴 때마다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웅크렸다.

한국육견단체협의회 등 개농장주 단체 회원 300여명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개식용 농장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인근에서 맞불시위를 하자, 흥분한 일부 개농장주들은 “개를 방사하겠다”며 경찰과 몸씨름을 벌인 것이다.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 모인 회원 300여명은 케이지 안에 갇히 개 6마리를 집회현장에 끌고 왔다. 개가 실린 케이지 앞에는 ‘반려견으로 키우실 분은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단체 관계자는 “식용견과 반려견은 다르다. 저런 식용견들을 누가 반려견으로 키우겠냐”며 집회에 개를 동원한 취지를 설명했다. 방사를 염려한 경찰들이 케이지를 둘러싸자 회원들이 방사할 의도가 없다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한겨레

 

이날 집회 소식을 듣고 찾아온 동물권 단체 회원 10여명은 집회 현장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벌였다. “대만도 금지한 개식용 대한민국 국회가 해주세요”, “개고기가 아니라 ‘개’다” 등의 플랜카드를 든 회원들은 집회에 개를 이용하는 육견단체를 거세게 비판했다. 맞불집회에 나온 ‘개식용종식시민연대’의 회원 ‘비테리’(활동명)는 “개도 하나의 생명인데 이렇게 집회에 동원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격분했다.

맞불집회 등으로 시위 분위기가 과격해지면서, 한때 경찰을 사이에 두고 육견단체와 동물권 단체 회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대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회원들은 “경찰이 (동물권 단체 쪽) 맞불집회를 해산시키지 않고 우리만 억압하고 있다. 개를 풀어야 한다”며 케이지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실패했다. 

ⓒ한겨레

집회에 나선 개농장주들은 “국회가 개농장 농민들의 생존권을 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가축분뇨법) 개정안의 유예기간 연장 대상에서 개농장이 제외된 점을 문제삼고 있다. 가축분뇨법 개정안은 분뇨 배출처리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사를 ‘무허가 축사’로 분류해 사용중지 또는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개농장주들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경기 이천시의 개식용 농장주 김종석(59)씨는 “우리나라는 조상 대대로 식용견을 먹어왔기 때문에 그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정부가 식용견을 키우는 이들의 생업도 공평하게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가축분뇨법 등 식용으로 사육되는 개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와 맞는 방향”이라며 “개식용 산업은 다른 나라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없다. 가능하면 법과 제도적 대안을 통해 개식용 산업을 종식할 방안을 찾아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개고기 #개농장 #동물권 #식용개 #식용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