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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정말 미안해…26마리 안락사시켰던 끔찍한 하루

트라우마로 남았다.

ⓒshironosov via Getty Images

“우리에게 동물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을까요?”
빡빡한 수의대에서 매일 쪽지시험으로 채찍질해대시던 다른 교수님들과 달리 김아무개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사랑 이야기 따위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내던 분이었다. 그냥 잡담을 좋아하는 분인가보다 하던 어느 날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배워야 하니까, 검붉은 피를 보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아도 해부학 실습을 해야 했다. 동물에게 아프게 주사를 놓고 약을 먹이고 실험 실습을 해야 했다.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수님의 그런 질문은 수의대 학생들에게 어쩌면 생각하기 싫은, 외면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권리가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배우지 말아야 하나요? 사체나 모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걸 교수님께서도 아실 텐데요.”

그 질문을 받은 교수님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교수님은 더 말씀은 없으셨다. 나는 몇 날 며칠을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솔직히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 길이 없었다. 생각에 생각을 더해도 답을 찾지 못했다. 고민 끝에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냈다.

일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를 조직했다. 동아리 이름은 ‘생명사랑클럽’. 동물윤리·복지 문제를 사유하기 위해 모였다. 김교수님의 멘토링을 받아 동물의 윤리·복지도 함께 공부했다. 우리 동아리는 공부한 내용을 전파하고, 설문지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등 몇 가지 일을 했지만, 당시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흘렀다. 나는 동물구조센터에서 일하게 되었고,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감한 일을 맞닥뜨렸다. 어느 날 관리사 한 분이 내게 말했다.
“수의사님. 정말 괴로워요. 우리 이렇게 해야만 하는 걸까요? 더는 이 아이들을 돌볼 장소도, 사료를 살 비용도 없어요. 결국 입양이 되지 않을 거란 것도 아시잖아요.” 

ⓒCylonphoto via Getty Images

그 말 앞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수의사로서 내가 이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꿋꿋한 척 말했다. “아무런 희망 없이 좁은 우리에서 내내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아이들에게 편할 수 있어요. 내일은 안락사 합시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내 심장은 쿵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석 달도 더 미뤄왔던 유기동물들의 안락사였다. 당시 법으로 한 달의 돌봄 후에는 안락사해야 했고, 내가 근무하던 곳에서는 두 달 후까지 입양을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벌써 다섯 달째, 계속 밀려들어 오는 유기동물들이 한 우리 안에 몇 마리씩 들어가는 상황에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26마리 유기동물의 안락사가 정해졌다. 출근하자마자 한 마리씩 꺼내어 옮기는데, 가끔 예뻐해 줬다고 나를 보고 꼬리를 치며 안기기까지 하던 아이가 제일 먼저 잡혀 왔다. 그 아이를 안고 마취주사를 놓은 후 조금씩 정신을 잃어가는 아이에게 고통의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가능한 한 빨리 심장이 멎기를 바라며 심장에 바로 주사기를 꽂았다.

‘미안해. 최대한 안 아프게 해줄게. 정말 미안해.’

개들을 모두 안락사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나는 점심 거른 것도 잊은 채 한동안 녀석들의 빈자리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얼마 전의 일이었다.

“동물보호 일을 하고 싶어요.” 지인의 부탁으로 고등학생 한 명이 나를 찾아왔다. 엄마를 닮아 눈이 선하고 맑은 목소리를 가진, 열의 있어 보이는 학생이었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항상 그렇듯이 생각보다 일이 험하고, 월급도 매우 적으며, 대우도 나쁘고, 일자리를 찾기조차 쉽지 않다는 말을 해주었다.

“공부를 잘하면 수의대에 가는 것이 가장 좋아요. 아무래도 수의사가 이 직업군에서는 제일 필요로 하고 인정받는 편이거든요.”

“그 외의 직업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사육사나 구조사, 관리치료사, 동물보호활동가 등이 있어요.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이 일이 안 맞을 수도 있어요.”

그 학생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겪었던 것처럼 동물과 마냥 즐겁게만 지낼 수는 없는 직업이기에 고민하고 화를 내기도 하다가 결국 이기지 못해 일을 그만두었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또 한 마디 덧붙였다.

“피치 못할 많은 상황에도 견뎌 낼 수 있어야 한답니다.”

아이의 눈이 점점 흐려져 갔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무엇이 다시 올라왔다. “그래도 도전할 만해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분야이고, 무엇보다 동물들에게는 학생처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열정을 바쳐서 일해 줄 사람들이 꼭 필요해요!”

“정말이요? 열심히 하면 될까요?”

“네! 저도 아직 부딪히는 일들에 해답을 충분히 찾지 못했지만, 학생 같은 열정과 사랑을 가진 많은 친구가 점차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동물들이 기다릴 거예요! 포기하지 말아요!”

동물과 함께 일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 사랑 ! 복지 !

 

동물과 일하는 직업은 다양합니다 . 사육사 , 아쿠아리스트 , 생태학자 , 동물구조사 , 유기동물관리사 , 애완동물관리사 , 애견미용사 , 훈련사 , 동물복지운동가 등 생각보다 많습니다 . 대부분 처음엔 그저 동물이 좋아 이 직업에 관심을 갖습니다 . 하지만 ,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이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자기가 하는 일이 때론 동물에게 마냥 좋은 결과만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그럴 때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깨워내야 합니다 . 동물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무언지, 복지란 무엇인지 공부하고 느끼고 행동할 때 자신의 업에 대한 진정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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