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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타 의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huffpost

동료 여러분,

시리아 정부와 동맹군이 동구타에서 군사 작전을 강화한 뒤로 한 달이 넘었습니다. 5년간 단단한 포위가 지속된 곳에서 한 달이 넘도록 무자비한 폭격과 포격이 벌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매주 여러분이 있는 병원들로 사망자·부상자 수천 명이 들어올 때마다 힘을 보태려고 노력했습니다. 날마다 점점 더 쌓여 가는 피로와 절망을 토로하는 여러분의 지친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시리아 정부와 동맹 세력, 그 외 모든 분쟁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해 이를 멈춰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멀리서라도 최대한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2월 28일 이후로 점점 더 여러분이 근무하는 시설들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바로 그 시기에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의료팀과 환자들 곁에 머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단체로서, 우리는 왓츠앱(WhatsApp) 대화를 주고받거나 미미한 물품 지원밖에 할 것이 없다는 사실에 괴로웠습니다. 여러분은 현장에서 날마다 대규모 사상자를 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수 의료 물품들이 공식 구호대와 함께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 동구타 창고에 있는 의료 장비들은 여러분이 치료하는 환자들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동구타 의료 지원에 힘을 보태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군사 작전 초반에는 진료소, 병원 총 20곳을 지원했지만 현재 지원 대상은 진료소 단 1곳뿐입니다. 그마저도 앞으로 한 달 뒤에는 의료품 보급마저 할 수 없게 됩니다. 다른 시설 19곳은 정부 군이 해당 지역을 재탈환하면서 문을 닫았거나 폐쇄되었습니다. 군사 작전 동안 수차례 타격을 입은 시설들은 의료 활동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의료적 필요 사항은 여전히 어마어마합니다. 교전선이 바뀐다고 해서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도 적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여러분이 그간 얼마나 많은 것을 이뤘고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사상자 숫자가 계속 올라가는 지금, 과연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살아났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거기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매일 동구타에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까요? 비록 여러분을 지원하는 우리의 힘은 약해졌지만, 여러분들을 존경하는 저의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변함없는 여러분의 헌신이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합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그 짧은 순간, 환자들이 병동에 누워 있는 동안 여러분도 같은 공포를 느꼈습니다. 2주 전 여러분 중 한 분이 보내주셨던 메시지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전투기가 상공에 떠 다녀 가족들과 한밤 중에 도망쳐야 했다고 말씀하셨죠. 거리에서 걸음을 옮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울며 소리 지르는 아이들, 잔해 속에 갇힌 안타까운 영혼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안전한 장소에 도착해 크게 안도했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폭격이 또 다시 벌어졌습니다. 보내주신 메시지의 마지막 문장을 기억합니다.

“제 아내와 아이들, 주변 사람 모두가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평생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겁니다.”

전쟁은 7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의료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리아 곳곳 지역에 들어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우리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곳을 통제하는 주체가 누구든지 간에 들어가 돕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 통제지역의 주민들을 돕지는 못했습니다. 2011년 5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런 지역에 대한 접근을 허락해 달라고 시리아 정부에 요청했고 지금도 계속 정부에 우리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접근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동구타처럼 시리아 정부 통제지역 밖에서도 의료적 필요가 충족되지 않는 곳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식 승인 없이 의료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의료 활동을 지원하고 적합한 장비, 의약품, 기술적 조언을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이상적인 방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시리아 정부의 반복된 거절을 비롯해 갖가지 난관이 있지만, 여러분을 지원하겠다는 우리 결심은 앞으로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점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시리아 어느 지역에 있든지, 동구타든 아니면 다른 어느 곳이든, 여러분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의료와 인도적 지원이 가장 필요한 곳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생명을 살리는 여러분의 일을 계속 지원할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접근 범위가 극도로 줄었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여러분께 최대한의 기술적 지원과 격려를 해 드릴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에는 여러분, 나아가 의료 지원이 필요한 모든 시리아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지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잔혹한 현실 속에 인류가 무너지는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그럼에도 아직 인류가 숨쉬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레나 빌바오(Lorena Bilbao) 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프로그램 운영 코디네이터 

참고 사항

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부터 동구타에 의료 지원 활동을 지원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동구타에 직접 들어가 활동할 수 없어 바깥에서 현지 시리아 의료진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의료 물품을 보급하고, 병원과 진료소를 운영하는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위해 재정 지원도 실시했다. 공중보건 문제, 대규모 사상자 대응, 병원과 조제실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지침을 제공하기도 했다. 현지 의료진이 훈련받지 않은 의료 영역을 다뤄야 할 때는 의료적 조언도 제공했다.

이슬람국가(IS) 관련 단체의 통제 지역은 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활동에 포함되지 않는다. IS 지도부로부터 안전과 공정성에 관한 확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시리아 정부 통제 지역에서도 활동이 불가능하다. 이 지역들에 대한 접근 자격을 계속 요청해 왔으나 이를 허락받지 못했다. 모든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활동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활동을 위한 그 어떤 정부의 기금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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