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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으로 벌어지는 일들 : 응급실을 찾아 수원에서 군포까지 달린다

의사 인력 4만명 증원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15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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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LeoPatrizi via Getty Images

13일째 이어진 전공의들의 집단휴진 사태로 수술과 진료가 연기되고 응급실 입원을 거부당한 환자들이 “공포에 가까운 집단휴진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에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중증 환자 가족들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가장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은 항암치료나 수술이 연기된 암 환자들이다. 이들은 2일 <한겨레>에 “집단휴진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외래진료를 봐야 할 교수들이 전공의 업무 등에 투입되면서 정상적인 진료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6년째 폐암 투병 중인 김종환(56)씨는 “암 환자들에게는 ‘암 전이’만큼 무서운 게 없다. 전이가 된 상황인지 파악해서 치료나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들한테 항암치료나 수술이 연기되는 상황은 공포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6년째 식도암 투병 중인 김성주(58)씨도 “식도암 수술 뒤 설사가 며칠째 반복돼 살이 46㎏까지 빠졌다. 한밤중에도 설사가 너무 심해 응급실에 가려고 했지만, 주치의 진료는 한참을 기다려야 되고, 응급실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공의가 정부의 의료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뒷쪽으로는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이 의사협회의 진료거부 철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공의가 정부의 의료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뒷쪽으로는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이 의사협회의 진료거부 철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공공의료를 위하여 4천명이 아니라, 4만명의 의사인력 증원을 청원한다’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15만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는 “한 담낭암 환자가 8월7일 수술 당일 새벽에 집단휴진 때문에 수술이 연기된 뒤 식물인간이 됐다”는 내용의 청원글도 올라왔다. 환자의 손녀인 청원인은 이 글에서 “전공의 집단휴진 당시 외과 당직 교수의 일탈로 발생한 의료 사고”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저녁 경기도 수원에 사는 ㄱ씨도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었다. 자녀가 화장실 욕조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입어 당장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집 근처 대형병원에서는 “응급실에 의사가 부족하다. 동네 개인병원을 찾아보라”며 돌려보냈다. 또 다른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도 문의 전화를 해봤지만, 돌아온 답은 “파업으로 인해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ㄱ씨는 집에서 차로 40분 넘게 걸리는 경기도 군포시의 한 병원을 찾았고, 자녀는 가까스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의 커뮤니티에는 전공의 휴진으로 분만 중 통증을 줄여주는 ‘무통주사’를 안 놓아준다거나, 고위험 산모의 출산을 대형병원에서 거부했다는 호소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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