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혼한 전 남편과 한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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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누군가와 헤어지고 나면 최소한 한동안은 서로 보지 않았다. 깔끔한 결별을 위해, 달라진 일상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혹은 찢어진 가슴을 추스르기 위해서였다. 전 애인과 완전히 인연을 끊어버리고 싶었던 경우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에 이혼한 나는, 아이들, 그리고 전 남편과 매일매일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시내 이동제한(락다운) 명령이 처음 발표됐을 때, 나는 전 남편과 서로를 잡아먹을듯 싸우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우리가 일단 싸운다면 다른 커플들처럼 관계회복 같은 걸 시도하면서 화해할 수 없다. 포옹, 키스, 데이트, 잠들기 직전 대화 같은 것들 말이다. 더 분노하고, 더 상처 받고, 더 외로워질 뿐이다.

처음에는 나의 이 ‘특수한’ 상황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한 달을 지내본 결과, 생각보다 괜찮았다.

물론 좀 더 시간이 지난다면 이 판단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다행히도 우리는 원만하게 헤어졌고, 악감정이나 질투, 원한도 없었다. 우리는 단지 서로를 더이상 연인으로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한 집에서 서로를 챙기고, 같이 요리하고, 넷플릭스를 보고, 각자의 방에 들어가 잠을 자는 생활을 잘 해오고 있다.

“처음 2주는 어떻게든 잘 견뎠지만, 락다운이 이어지면서 우리의 동거 생활이 점점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이동제한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이 없는 곳으로 달아날 수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다. 각자 다시 연애를 시작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 수도 없었다. 물론 이혼 직후에는 다음 연애까지 잠시 쉬는 기간을 두는 게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처음 2주는 어떻게든 잘 견뎠지만, 락다운이 이어지면서 우리의 동거 생활이 점점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 적도 있었다. 사실 우리는 매일매일 엄청나게 노력하며 아슬아슬한 평화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 집안일을 함께 책임져야 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을 지키는 것도 필요했다. 이 세 가지의 조화를 이루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할 때에는 어느 쪽도 분노를 품지 않도록 이 일들을 똑같이 분담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썼다.

우리 둘 모두 아이들과 집안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중요했다. 이 시간에 우리는 각각 공원에 조깅을 하러가기도 했고, 자기방에 틀어박혀 쉬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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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격리생활에서 내가 결심한 것은 아무리 화가 나도 전 남편과 방 문을 닫은 채 언성을 높여 싸우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하루종일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켜본다. 두 사람이 서로 동의하지 않는 일이 있을 때 자기 입장을 어떻게 표현하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관계에 대한 좋은 모델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는 우리가 더이상 부부가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오히려 이혼한 사이이기 때문에 더더욱 건강한 관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더이상 행복한 척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리 둘 다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결혼 기간보다 지금 더 잘 지내고 있다.”

지금의 유례 없고 기약 없는 격리생활이 걱정되는 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정말 안정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친구들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지는 걸 걱정하고 있으니까. 한 친구는 내게 외출제한이 자기의 결혼생활에 ”견디기 힘든 압박감”을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이 사태가 지나고 나면 임신이나 이혼 통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바이러스와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혹자들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매우 잔인하고, 꼬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혼을 결정한 상태에서 이런 상황을 맞은 내가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이상 행복한 척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리 둘 다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결혼 기간보다 지금 더 잘 지내고 있다. 공동육아도 잘 해나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이혼 후 하우스메이트, 그리고 친구로서 함께 살게 됐다. 우리는 그 어느 것도 평범하지 않은 이 이상한 ‘뉴 노멀’에도 곧 적응하게 될 것 같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의 독자 기고를 편집했습니다. 필자는 프리랜스 기자로, 이 글에서는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