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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김응수, 최민식 인터뷰 재조명 : 역사 왜곡 논란 드라마 "재밌다"며 출연 결정한 배우들은 왜 말이 없나?

배우에게 책임을 묻는 건 과하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말 그럴까?

  • 이인혜
  • 입력 2021.03.26 18:48
  • 수정 2021.03.26 19:10
역사 왜곡 논란 불거진 드라마 포스터
역사 왜곡 논란 불거진 드라마 포스터 ⓒ각 방송사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첫’ 드라마가 됐다. 대중 공분에 광고주 손절이 이어지면서 방송사와 제작사는 줄줄이 사과했지만, 정작 출연 배우들은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저 당초 SNS에 올렸던 드라마 관련 게시물만을 삭제했을 뿐이다.

일각에선 “배우가 무슨 힘이 있냐”며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과하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말 그럴까?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작품 대본을 읽고 “재밌다”며 출연을 결정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정말 과한 걸까?

일제 시대를 다룬 드라마 '각시탈', 이순신 장군 일대기를 그린 영화 '명량'
일제 시대를 다룬 드라마 '각시탈', 이순신 장군 일대기를 그린 영화 '명량' ⓒKBS, 빅스톤픽쳐스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발언이 있다. 바로 배우 김응수가 KBS ‘각시탈(2012)’ 종영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각시탈’이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해 일부 한류스타들이 출연을 고사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김응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을 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아무래도 일본팬이 많아 못하겠다? 그 이야기가 매스컴에 나온걸 보고 박장대소를 금치 못했다. 한국 사람이면 한국 팬들,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는게 우선인데 일본팬들이 두려워 안한다? 웃기는 일이다” - 2012년 뉴스핌 인터뷰에서 한 말

 

그러면서 김응수는 “한류 스타도 좋지만, 자국민이 본인을 좋아하게 만들고 그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다. 그게 맞는거다”라며 “한류스타라고 해서 일본 팬들이 싫어할 것 같은 역할을 안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한국 팬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두렵지 않냐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영화 ‘명량(2014)‘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던 배우 최민식은 역사적 인물을 연기할 때 배우가 지녀야 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관련 서적을 여러 번 읽고 촬영에 임했지만 “연기할 때 자신감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런 위대한 분을 연기한다는 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누가 돼선 안 된다는 생각, 송구한 마음뿐이었죠. 허구의 인물을 연기할 땐 상상력을 발휘해 자유롭게 창작하는데, 이분은 실제니까 그게 잘 안되는 거예요. 실제로 그분은 어떻게 말을 했고, 눈빛은 어땠는지를 알 길이 없으니 막막하더라고요. - 2014년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 말

 

실존 인물에게 “누가 돼선 안 되며”, “한국 사람이면 한국인들에게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는 이 기본적인 메시지를 모르는 배우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인가. 

이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조선구마사’ 배우들만 겨냥해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앞서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던 tvN ‘철인왕후(조선 시대 실존인물 왜곡 논란)‘, 6월 방송을 앞둔 JTBC ‘설강화(민주화운동 왜곡 의혹)’ 출연진들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역사 왜곡 논란 배우라는 오명을 쓰고 ‘조선구마사’처럼 퇴출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일제 시대를 다루는 드라마 ‘각시탈’은 일본 진출을 눈치 본다고 몇 명의 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했고,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일부 작품도 정부나 주요 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작과 캐스팅 난항을 겪은 사례를 대중들이 더 잘 알지 않나” - 한 드라마 업계 관계자가 일요신문에 한 말 

 

이인혜 에디터 : inhye.le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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