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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03일 18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2월 03일 18시 20분 KST

“퍼피워킹·보청견, 알고 계셨나요?” 롯데마트 안내견 출입거부 사태가 한국 사회에 던진 화두

장애인 보조견이 불쌍하다??? 너무 흔한 편견이다.

온라인, 이소라씨 제공
논란이 일자, 롯데마트가 전 지점에 붙인 '안내견 출입허용' 안내판, 이소라씨의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럭키'

 

“안내판에서 ‘안내견’이라는 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내견‘이 아니라 ‘장애인 보조견은 출입가능합니다’라고 쓴 안내표지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보조견인데, ‘안내견‘으로 문구를 한정 지으면, 또 다른 차별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요?” 최근 롯데마트가 ‘예비’ 안내견 출입 거부 논란에 ‘안내견 출입가능’ 안내판을 전 지점에 붙이자, 보조견 럭키와 지내는 청각장애인 여성 이소라(32)씨가 한 말이다.

여기서 잠깐 설명을 덧붙이면, 럭키는 소라씨의 귀가 되어주는 청각장애인 보조견이다. 이른바 ‘보청견’으로 불린다. ‘보청견’은 시각장애인의 ‘안내견’보다도 대중적 인식이 훨씬 생소하다.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대개 몸집이 작은 소형견이다. 럭키도 소형견의 일종인 슈나우저다. “용어 자체가 생소하기도 하고 시각장애인 안내견처럼 크지도 않아서 그냥 반려동물로 보는 분들이 많아요.” 

이소라씨 제공
자신을 '럭키맘'이라고 표현한 소라씨가 럭키와 함께 찍은 과거 사진(왼쪽), 럭키. 

 

※장애인 보조견이란? 장애인의 독립적 생활을 돕는 견(犬)으로, 장애인 도우미견으로도 불린다. ‘안내견’으로 친숙한 시각장애인 보조견을 비롯해 ▷전화, 초인종 등 소리를 시각적 행동으로 전달하는 ‘청각장애인 보조견’,▷지체장애인에게 물건 전달, 스위치 조작 등의 행동을 돕는 ‘지체장애인 보조견’, ▷정신적, 혹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해 훈련된 ‘치료 도우미견’ 등이 있다. 

2020년 기준 장애인 보조견 전문 훈련 기관으로는 ▷한국 장애인 도우미견 협회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 등이 있다.  

SBS
과거 매체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청각장애인 도우미견(보청견)

 

🐕‍🦺법으로 보장받은 권리인데, “강아지 안 돼요”

럭키와 함께 지낸 지 벌써 10년이 돼간다는 소라씨는 이번 롯데마트 사건에 “저도 늘 겪고 있는 문제라 마음이 아프다”면서 씁쓸한 기억을 들려줬다.

“비장애인 친구, 럭키, 저, 이렇게 셋이 공원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산책하고 있는데 친구가 안 보여서 찾아보니 멀리서 경비 아저씨랑 싸우고 있더라고요. 경비아저씨가 호루라기를 부르면서 ‘강아지 안 된다’고 나가라고 했대요. 친구는 ‘반려동물이 아니고 장애인 보조견’이라고 했는데도 계속 나가라고 버럭 하시더라고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결국 어쩔 수 없이 공원을 나왔던 기억이 나요.”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공공장소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 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는 물론 자원봉사자가 보조견을 동반한 때도 똑같이 적용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허우령씨 제공
노란조끼를 입은 '안내견' 하얀이와 허우령씨. 올해 3살인 하얀이는 지난 2월 안내견학교 훈련을 마치고 우령씨의 가족이 됐다.

 

‘안내견’ 하얀이와 지내는 시각장애인 대학생 허우령(23)씨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우령씨는 “특히 음식점에서 거부당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내 선택권이 좁아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밖에다 두고 오라는 식당도 있는데 그건 제 눈을 두고 오라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이 친구는 안내견이라 입장 가능하다고 해도 안 된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입장 거부 시 식당에 부과되는) 과태료 얘기를 해야 들어오라고 하는 곳도 있었어요.”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처음으로 안내견을 거부한 영업점에 과태료 부과 및 정기교육 시행을 권고했다. 안내견 출입 거부를 엄연한 차별로 판단한 것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 2008년 이후 시각장애인 보조견 출입금지와 관련해 인권위에 접수된 사건은 28건에 달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부분 상대 측에서 사과와 재발방지 등을 약속하면서 취하됐다. 

 

🐕‍🦺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퍼피워킹 인식은 너무 부족해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냐” 이번에 롯데마트 직원은 예비안내견과 동반인을 문전박대했다. ‘예비’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소라씨와 우령씨는 분노했다. “어엿한 보조견이 되도록 돌봐주시는 자원봉사자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인데, 이분들에 대한 인식은 더 부족하구나 싶어서 안타깝고 화도 났어요.”

여기서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장애인 보조견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예비’ 보조견은 (안내견은 생후 7주, 보청견은 생후 50일부터) 1년간 일반 가정에서 지내며 사회화교육을 받는다. 이른바 ‘퍼피워킹’으로 불리는 과정이다. 이를 돕는 봉사자들을 ‘퍼피워커‘로 부른다. 보조견마다 차이는 있지만, 퍼피워킹이 끝난 후에는 훈련소에 입소해 관련 테스트를 통과한 견종만 장애인들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강현다씨 제공
강현다씨와 예비안내견. '안내견 공부중'이라는 문구가 적힌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다.

 

‘퍼피워킹’은 장애인 보조견의 시작점이다. ‘퍼피워커‘의 노고가 없다면 오늘날 장애인 보조견도 없다. 역할이 막중한 퍼피워퍼 역시 훈련 중인 ‘예비’ 보조견들과 어디든지 출입이 가능하다. 법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국내 퍼피워커들은 “출입 거부는 정말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7년 퍼피워킹을 진행했던 강현다(23)씨는 “비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다”면서 “우리는 안내견을 앞세워 억지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안내견과 함께하는 시각장애인이 법적으로 보장받는 최소한의 권리를 챙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봉사자”라고 강조했다. 

“출입거부나 불편한 말을 건네는 분들을 만나면 ‘분명 잘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며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려고 조금씩 더 용기 냈어요. 나와 내 예비안내견으로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안내견 출입은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안지윤씨 제공
안지윤씨는 본인 사진 대신 퍼피워킹 중인 딸 사진을 보내주셨다. 왼쪽은 안내견에 대해 친구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 딸의 모습.

 

해외 사례는 어떨까? 캐나다에서 퍼피워킹을 하는 안지윤(43)씨 얘기를 들었다. 지난 2017년부터 세번째 퍼피워킹 중인 그는 다소 의외의 말을 들려줬다. 장애인 보조견의 출입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퍼피워킹 중인 ‘예비’ 보조견과 ‘퍼피워커’ 출입은 법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 즉, ‘예비’ 보조견의 공공장소 출입과 관련한 법 자체는 우리나라가 더 선진적이라는 뜻이다. 맙소사. 그럼 캐나다는 퍼피워커가 살기에 힘든 곳이란 말인가? 

“아뇨, 전혀요. 캐나다 온타리오주 법이 한국보다 훨씬 뒤처져 있는 건 맞아요. 정식 보조견이 아닌 훈련 중인 강아지들은 공공장소 출입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죠. 하지만, 예비 안내견을 데려가도 대부분 반갑게 맞아주세요. 가끔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도 있지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아요. ” 법적으로만 따지면 캐나다보다 한국이 훨씬 앞서지만, 보조견에 대한 인식은 정반대라는 이야기다.

그는 오히려 “예전에 한인식당에 갔다가 ‘손님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쫓겨난 적은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한인사회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편이에요. 저희가 처음 퍼피워킹 할 때까지만 해도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떡해요. 빨리 쇼핑 하고 나가 주세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는 다들 귀여워 해주시고 차에 시장 본 물건들 싣는 걸 도와주시기도 합니다. 물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분도 계시지만요.”  

 

🐕‍🦺“쟤네 빨리 죽잖아, 불쌍해”❌ “서로 의지하는 사이”⭕ 

“쟤네 스트레스 받아서 빨리 죽잖아, 불쌍해.” 시각장애인 허우령씨가 안내견 하얀이와 지하철에 있다가 직접 들은 이야기다. 실제로 안내견이 일반 개보다 더 오래 산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우령씨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너무 화가 났다. “안내견을 동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돕는 사이는 아니에요. 밖에선 든든하고 늠름한 친구, 집에선 귀여운 동생 같은 존재예요.” 

merc67 via Getty Images
개와 사람 사이 교감, 자료 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도 보조견을 향한 막연한 동정은 삼가달라고 강조한다. “저희는 이분들을 (시각장애) 파트너라고 불러요.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돕는 게 아니라, 서로 도와주는 사이니까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비롯한 보조견은 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돕고, 이분들은 또, 보조견의 의식주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동반자’, ‘반려자’로도 볼 수 있어요.”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 강조한 (예비) 장애인 보조견 ‘에티켓’은 단순하다. ①허락 없이 만지거나 부르지 않기 ②함부로 먹이 주거나 동정하지 않기 ③사진 찍지 않기.  

“모르는 게 나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알게 되셨으면 꼭 협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보조견들은 다른 이들에게 절대 피해를 끼치지 않게끔 훈련받은 아이들이라는 점도 꼭 알아주셨으면 하고요.” -장애인도우미견 협회  

마지막으로,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메시지가 있다. 이번 롯데마트 사건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진일보하는 기점이 되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비장애인분들께서 언젠가 출입거부를 당하는 장애인 보조견을 발견하신다면, ‘저는 보조견이 있어도 괜찮아요!’라고 한마디 해주세요. 작은 한마디가 퍼피워커와 장애인분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된답니다! ”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보조견이 어우러지는 사회를 만드리라 기대해본다. 

이인혜 에디터 : inhye.lee@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