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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 하러 왔다"며 낯선 남성들이 줄지어 초인종을 눌렀다

랜덤채팅앱에서 가짜 주소가 나돌았고, 실제 성폭행 피해로도 이어졌다.

  • 허완
  • 입력 2020.07.2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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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Getty Images

지난 19일 오전 광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A씨 집에 낯선 남성들의 ‘초인종 러시’가 이어졌다.

초인종을 누른 4명의 남성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는데,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친구가 이 주소를 알려줘 (당신을) 보러 왔다‘는 것. 알고 보니 그 ‘친구’란 무작위(랜덤) 채팅어플에서 만난 미성년자 여성이었으며, 그는 조건만남을 하자며 A씨의 집 주소를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그곳은 초등학생 두 자녀,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A씨의 집이었기에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 달 전에도 대전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랜덤채팅에서 가짜 프로필로 접속한 B씨(29)가 자신을 허위의 ’45세 여성‘이라고 밝히며 ‘강간당하고 싶다. 만나서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를 본 30대 남성은 B씨가 알려준 주소로 향했고, 결국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

이 두 사건의 또 다른 공통점은 허위글을 올린 이들이 피해자의 주거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A씨가 사는 광주 소재 아파트의 현관 비밀번호가 실제로 맞았고, 한 달 전에 일어난 대전 빌라의 현관 비밀번호도 들어맞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익명 채팅방 역시 랜덤 채팅과 유사하기에 이들과 유사한 사건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는 점이다.

어플 가입 시 별도의 인증절차가 없고 성별과 지역, 닉네임 등만으로 가입이 가능한 데다 설령 인증이 필요한 어플이라 하더라도 우회 경로는 얼마든지 있다. 이런 랜덤채팅 어플은 수백 개에 달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랜덤채팅 어플 등 성매매 유입이 높은 서비스 유형을 특정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 청소년에 한정돼 있고 ‘n번방’ 사건처럼 피해자들의 영상이나 인적사항 유출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처벌 수위가 아직 미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B씨의 경우, 1심 판결에서 ‘실제 강간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고, 온라인상에는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어플 관련 제출 서류를 모아두라거나 진술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등 법률적 조언도 상당히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랜덤 채팅앱을 규제하는 것이 현재 기준으론 사실상 어렵고, 규제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변종 앱이 성행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양형 기준을 높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 13일 열린 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 설정 범위를 종전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은 오는 9월 심의 뒤 확정·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양형기준안에 대한 관계기관 의견 수렴과 11월2일 공청회를 거쳐 12월7일 양형위 전체회의에서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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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랜덤채팅 #뉴스